[이슈 분석] 국민주택규모 축소냐 확대냐
정부가 각종 주택공급제도의 기준이 되는 국민주택 규모를 현행 '전용면적 85㎡ 이하'에서 변경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그 방향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주택 규모 기준이 변경되면 당장 청약과 공급제도 개정이 불가피하고 이는 주택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면적이 줄 것인지 아니면 늘어날 것인지에 건설업체는 물론 시장 관계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우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소형 주택에 대한 인기와 건설사의 자율성 측면에서 면적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건설업계를 비롯한 일각에서는 대형 주택 수요 및 주택 구입에 대한 정부지원 확대 차원에서 국민주택 규모를 오히려 넓혀야 한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람들의 중대형 주택 선호도가 줄어들고 있고 발코니 확장과 서비스 면적 등의 증가에 따라 내부 평면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국민주택 규모에 대한 논의가 다시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민 주거복지 기준 이미 60㎡ 이하"=국민주택 규모 기준을 변경하자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이를 늘릴지 혹은 줄일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심도 있게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가 지난 2012년 국민주택 규모를 1~3가구에 적합한 65㎡로 낮춰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기도 했지만 당시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았다.
현재 시장에서는 국민주택 규모를 축소하자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중소형 주택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 만큼 이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 특히 발코니 확장이나 아파트 내부 평면이 진화되면서 공간 활용도가 높아져 축소한다 하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국민주택 규모가 줄어들게 되면 소형 주택에 대해 지원이 집중되는 만큼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현재도 서민 주거복지의 방점이 전용 60㎡ 이하 주택에 찍혀 있는 상황"이라며 "국민주택 규모가 축소될 경우 이전보다 작은 규모로 다양한 평면을 공급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질 것으로 보여 수요자들의 선택지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국민주택 규모를 아예 95~100㎡로 대폭 넓히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각종 세제 및 기금지원 혜택을 받기 위해 건설사들이 85㎡ 이하에 맞춰 주택을 공급하다 보니 인위적인 수요의 쏠림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건설사가 공급하는 주택 규모를 분석해보면 대부분 84.99㎡나 84.59㎡에 몰려 있다"며 "대형 주택을 선호하는 수요자들이 있음에도 각종 세제혜택에서 소외되다 보니 건설사와 소비자 모두 자유로운 선택을 하지 못해 중대형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등 "규모 줄면 손해"=국민주택 규모 변경에 누구보다 민감한 건설업체들의 입장도 현재로서는 엇갈린다.
우선 국민주택 규모가 줄게 되면 세금과 대출지원 혜택을 받는 주택이 줄어들게 돼 오히려 손해라는 주장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다양한 세금 면제나 감면 혜택이 국민주택 규모를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고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싼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도 85㎡ 이하 주택만 신청할 수 있다.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주택 수가 줄어들게 되면 건설사로서는 주택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다. 또 주택 규모가 줄어들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설비는 모두 갖춰야 하기 때문에 공사 단가가 올라가고 건설사들의 원가율이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반면 국민주택 규모가 커지면 주택 공급과 관련해 건설사의 자율성이 침해돼 결과적으로 주택시장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만약 국민주택 규모는 정부의 주거복지정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100㎡형으로 늘리게 되면 그만큼 정부나 공공영역으로부터 간섭을 받을 수 있는 주택이 늘어나는 것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이 같은 의견에 대해 국민주택기금과 주택법 등을 총괄하는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국민주택 규모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면서도 일단 각종 세제와 대출, 청약제도 등이 관련돼 있는 만큼 장기적인 구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85㎡ 이하 국민주택 규모를 급작스레 변경하기엔 세제·금융·청약제도 등 워낙 얽혀 있는 게 많다"며 "당장 이달 말 규모 변경을 결정하기보다는 일단 연구기관에 관련 용역을 의뢰하는 등 좀 더 중장기적인 청사진을 갖고 찬찬히 뜯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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