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수혜 지역..1기 신도시 소형 평형대 '신났네'
"정부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지 6개월 만입니다. 그간 마음고생하며 기다려온 보람이 있네요. '가뭄 속의 단비'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봅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A공인중개업소 대표) 지난 12월 10일 국회가 아파트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허용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은 지 15년 이상 된 아파트가 많은 1기 신도시에서는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매수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 집주인들은 혹여나 집값을 더 받을까 싶어 가격을 올리거나 내놓은 매물을 회수하기도 했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다만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리모델링 법안 통과가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노후화가 많이 된 아파트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사업성이 없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주민들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분위기다.
이번 주택법 개정안은 최대 3개층까지 수직증축을 허용한다. 가구 수는 15%까지 늘릴 수 있도록 했다. 면적도 85㎡ 이하는 최대 40%, 85㎡ 초과는 최대 30%까지 확대가 가능하다.
가구 수 증가는 사업 성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가구 수가 10% 증가하면 조합원 분담금이 평균 25%, 15% 증가하면 30% 정도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15년 이상 노후 단지는 전국 428만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 뒤에는 520만가구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중 수도권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아파트는 30개 단지, 2만2600여가구다.
리모델링 법안이 통과됐지만 수혜 지역은 일부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권과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만이 후보군에 오르내린다. 공사비 부담을 상쇄할 수 있을 정도의 분양 수익을 낼 만한 지역들이다.
현재 부동산 업계에서는 3.3㎡당 분양가 1600만원을 마지노선으로 잡는다. 1600만원 밑으로 내려가면 조합원이 분담하는 비용이 커져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이 진행되기가 사실상 어렵게 된다. 3.3㎡당 1000만원 이하가 수두룩한 지방 소도시 같은 경우 수직증축 자체를 아예 검토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혜 단지도 아직까지는 제한적이다. 서울 일부 지역과 1기 신도시 중에서도 중층 규모 이상의 소형 평형대 단지가 그 대상이다. 리모델링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분당에서는 정자동의 한솔주공 5단지, 느티공무원 3·4단지, 야탑동 매화공무원 1·2단지 등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얘기가 많다. 느티공무원 4단지(전용 58㎡) 매매가는 현재 4억원대 초반이다. 3단지도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매화공무원 2단지의 경우 전용 58㎡ 매매가는 3억원가량이지만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이 속도를 내면 4000만원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대치 2단지 아파트도 수혜 단지로 꼽힌다. 대치 2단지(전용 49㎡) 매매가는 4억7000만~4억9000만원 사이에서 형성돼 있지만 조만간 5억원을 호가할 것이라는 게 주변 공인중개업소의 전언이다. 이 외에도 일산, 산본, 평촌 등 1기 신도시의 소형 아파트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산에서는 성저삼익(59~78㎡), 산본에서는 세종주공 6단지(58~84㎡) 등이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14층 이상 돼야 3개층 증축 가능
그간 국내 주택 시장에서 노후화된 주택에 대응하는 방법은 전면 철거를 하고 재건축하는 게 유일한 대안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재건축 사업은 준공 이후 40년이 경과돼 주택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가 돼야 비로소 사업 추진이 가능하기 때문에 건축물의 부분적 노후화에 따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또 전면 철거와 그에 따른 재건축은 막대한 비용 조달과 사회적 자원의 낭비라는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재건축 사업은 비용 분담을 둘러싼 조합원들의 갈등으로 진척되는 곳이 많지 않았다. 주택 가격 하락으로 재건축 단지의 사업성도 악화돼 재건축 단지 가격이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정부가 주택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으로 리모델링 사업에 주목하기 시작한 이유다.
정부의 수직증축을 허용하는 리모델링 사업은 단기적으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의 사업성을 개선해 사업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국내 주택 시장의 중심이 신축에서 주택의 관리로 이전하는 중요한 정책적 전환점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주택 시장도 매매차익 기대는 감소하는 반면, 주거 수준과 비용에 민감해진 소비자의 인식 변화로 기존 주택의 증축이나 인테리어 등 다양한 리모델링 사업으로 이전하고 있다.
국내 리모델링 사업은 2000년 이후 본격적으로 도입됐지만 초기 리모델링 사업은 단지 규모가 작거나 기존 아파트의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사업의 실익이 없는 단지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리모델링 사업을 마무리한 단지가 서울 9개 단지에 불과했고 이들 단지도 대부분 300가구 미만의 소규모 단지로 한정됐다.
2000년대 중반 리모델링 사업은 전용면적을 기준으로 30%까지 면적을 확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소형 아파트로 구성된 단지가 중심이 됐다.
그러나 이들 단지에서 추진된 리모델링 사업은 비용 조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 금융위기 이후 주택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리모델링 사업은 대부분 보류되거나 중단됐다. 조합원이 리모델링 사업에 필요한 분담금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때문에 수직증축을 통한 리모델링 사업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은 늘어난 용적률 모두를 주택 규모를 넓히는 데 사용하지 않고 그중 일부는 증축함으로써 일반분양을 통해 사업 비용을 조달하는 것이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단지에 투자하려면 시간과의 싸움이 필요하다. 리모델링에 필요한 시간이 최소 5년이다. 실제 리모델링 사업 추진은 기본계획 수립 이후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초반에 섣불리 투자하는 것도 위험하다.
최근 수직증축이 허용되면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한 단지들이 새롭게 판을 짜기도 한다. 최대 3개층까지 증축하려면 보다 강화된 안전 진단과 설계 검토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건축물의 구조적 안전이 검증되는 게 수직증축의 가장 큰 선결 과제다.
현재로선 최대 3개층의 수직증축은 최초 건축 도면이 보존돼 있는 14층 이상의 아파트에서만 허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하주차장 신축과 건축물의 구조 보강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안하면 리모델링 비용이 재건축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중대형 아파트는 수직증축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나중에 분양을 했을 때 미분양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수직증축 이외에 작은 주택으로 주택을 분리할 수 있는 세대분리형 리모델링 사업의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개정된 주택법은 세대분리형 리모델링 사업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 소형 평형대와 중대형이 함께 공급된 아파트 단지의 경우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소유자의 이해관계가 달라져 새로운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권순형 J&K부동산연구소 소장 / 사진 :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37호(13.12.18~12.24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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