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전세탈출' 고민하는 세입자들의 생각

2013. 10. 2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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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은 전월세 선호, 40대 이상은 "언젠가 내 집 마련"

세입자로서의 서러움을 딛고 드디어 마련한 내 집. 한국인에게 집이란 보금자리일 뿐만 아니라 치열하게 산 삶의 훈장이기도 했다. 그랬던 집의 의미가 바뀌고 있다. 사람들이 집을 사기보단 전세를 선호하게 되었다. 정부는 8?28대책을 발표하며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시키려 노력하고 있지만, 문제는 실수요자들의 반응이다. 2013년 연말. 집 살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고 있는 실수요자들의 반응을 살펴봤다.

부동산114는 8.28대책 발표 후 50일이 지난 지금 매매시장은 서울 0.01%, 수도권 0.01%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8.28대책 이후 매매전환 수요가 서울·수도권 가격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으나 소형면적에 상승효과가 국한되고 있고, 상승력도 미약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정부의 후속 대책이 없을 경우, 생애최초주택 구입자가 아닌 일반 주택거래자는 관망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 이코노미세계 > 취재 결과 실수요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우스푸어로 전락할까 두려워하는 세입자

이인철(48세.·소방관,·수원 거주)씨는 현재 전세를 살고 있다. 이씨는 요즘 들어 천정부지로 오르는 전세값에 한숨이 늘었다. 이씨는 "집을 사고 싶은데 고민이다.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물가는 오르고 아이들 학원비 부담에 이래저래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생애최초주택이란 것도 결국 빚내서 집사라는 얘기 아닌가. 대출 이자를 감당하면서 집을 사는 것이 과연 현명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은 이러했다. 예를 들어 집값이 5억이고 세입자가 2억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면, 1억원만 대출 받으면 전세로 들어갈 수 있다. 이 경우 대출이자가 4%라고 치면 연 4백만 원. 월 33만 원 정도의 부담을 지게 된다. 하지만, 집을 사게 되면 3억을 대출 받아야 한다. 이자 부담이 몇 배로 늘어나게 된다. 게다가, 집을 사게 되면, 사회보험료, 수수료, 이사비용, 재산세, 집값 하락 리스크 등의 부담을 져야 한다는 것.

이씨의 최대 고민은 집을 산 이후다. 부담을 각오하고 집을 산 뒤 최소한 집값이 매입 시점보다 떨어지지 않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을 경우 영락없이 '하우스푸어' 신세로 전락할 거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심영근(37세·자영업·대구 수성구 거주)씨는 보증금 2천만 원에 월 100만 원 월세를 살고 있다. 심씨는 "3년 전 아이 교육 문제 때문에 목돈이 들어가는 전세보다 월세를 선택해서 지금까지 왔는데 최근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니 후회된다." 고 말했다. 그는 "계약이 끝나는 1년 후에도 아파트 가격이 안정세를 유지하면 살 생각이다."고 말했다. 심씨는 대구지역은 8·28 대책 영향으로 아파트 가격이 당분간 오를 거라고 전망했다.

생애최초주택 기회 활용하겠다는 세입자

김태우(33세.·회사원·서울 거주)씨는 현재 전세를 살고 있다. 그는 해를 넘기기 전에 아파트를 매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8.28부동산 대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생애최초주택구입자에게 혜택을 준다고 하니 기회를 활용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영은(35세·간호사·서울 거주)씨는 미혼으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그녀는 10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소형 아파트를 살 자금은 마련해놓았지만 집을 살 마음은 없다. 취득세 영구 인하 등 일부 정책은 매력이 있지만 재산세, 사회 보험료, 집값 하락 리스크 등을 따져 보니, 집을 소유하는 것이 재테크에 유리할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미혼일수록 집보다 자동차에 더 관심 많아

이경호(32세.회사원. 강남 거주)씨는 강남의 오피스텔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내 집 마련에 부정적이었다. 그는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요즘. 주택 매수세가 계속 줄어들 거라며 정부 정책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8.28부동산대책이라는 것이 인위적으로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시키려는 것 아닌가. 약발이 끝나면 집값은 다시 떨어질텐데 그러면 손해를 볼 것이 뻔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월세로 사는데 불편함이 없다. 굳이 큰 돈을 들여가며 집을 사야 하는지 의문이다. 차라리 여윳돈으로 멋진 차를 갖는게 삶의 질 면에서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태우( 37세· 회사원· 부산시 동래구 거주)씨는 전세를 살고 있다. 박씨는 "부산은 아파트 가격이 타도시보다 상승률이 높지 않은 편이다. 전세 선호도가 높은 만큼 전세가 많이 올랐다. 집값의 90% 정도다. 아직 미혼인 그는 내년엔 집 장만을 하고 결혼할 생각이다. 그는 "지방에서는 전세로 사는 것보다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유리할 것으로 본다. 더구나 정부가 주택 구입 시 혜택을 준다고 하니 기회를 적극 활용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구경모 기자 chosim34@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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