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8 전월세대책 그 후] "전세 제도 결국 사라질 것"
가을 이사철을 목전에 두고 전세시장에 적색신호등이 켜졌다. 집값은 계속 하락하는데 전셋값은 치솟고, 일부 지역 아파트는 전셋값이 매매가를 웃도는 기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전세난을 막을 해법은 묘연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단순한 수급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 3구에서 촉발된 전셋값 급등이 서울 전역과 수도권으로 확산하고, 전세 대신 반전세(보증부 월세)나 월세를 원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한달 동안 아파트 한 채도 거래하지 못했다"며 "그나마 전세 중개로 먹고 사는데 전세를 월세로 바꾸려는 집주인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주택 전세가격은 2008년 말보다 31% 올랐다. 같은 기간 매매가격 상승률의 3배에 이른다. 전셋값은 2010년 7.1%, 2011년 12.3% 오른 후 지난해에는 주춤했지만, 올 들어 다시 가파른 상승세다. 올 상반기 아파트값 상승률은 이미 지난해 수준에 육박했다. 상반기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지난해 말 대비 2.2% 올랐다.
아파트 매매 가격은 하락세인데 전셋값만 오르는 원인은 일단 수급 불균형이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무주택자들은 향후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지 않아 주택 구매보다는 전세를 선호한다. 집주인은 전세 보증금을 받아 수익을 낼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 보니 월세로 돌려 수익률을 높이고 싶어한다. 전세 물량이 주니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오래 지속되거나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전세 매물은 줄고 월세가 넘친다. 정부는 '목돈 안 드는 전세', 하반기 매입·전세 임대주택 3만6000가구 공급, 전세자금 대출 한도 상향 등 대책을 대놨지만 백약이 무효인 실정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세 제도가 머지 않아 사라질 것으로 내다본다. 유지될 수 있는 근간이 흔들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조만간 전세제도는 사라지고 역사적인 유물로 남게 될 것"이라며 "선진국과 같이 월세 임대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민들의 주거안정은 크게 위협을 받게 될 것이고 서민들의 집장만은 더욱 어려워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월세 임대시장을 건전하게 육성시키고 안정화시키는 일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민간 임대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고, 시급하게는 임차인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이 전세난 해결을 위해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 ▲서민용 행복주택 ▲전월세 상한제 ▲미분양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이 전세 시장 안정은커녕 오히려 전세난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논의되고 있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전월세 상한제가 동시에 시행되면 매매 시장과 전세 시장 양쪽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전월세 상한제가 철저히 배치되기 때문이다.
우선 다주택자 입장에서 전월세 상한제로 가격이 통제되면 임대사업 매력이 줄어든다. 집주인들이 미리 전셋값을 올리고 전세 물량이 줄어드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로 세 부담은 완화되기 때문에 주택을 파는 게 더 이득이다. 즉, 매매와 전월세 시장 모두 불안해질 수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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