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황금알 낳는 거위 '수익형 부동산' 미운 오리 되나

2013. 8. 30.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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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분양가 절반 정도만 은행 대출 받고 100만원씩 월세 받으면 은행 이자 감안해도 매달 50만원씩은 벌 수 있어요"

2009~2010년 자고 나면 떨어지는 집값에 벌벌 떨었던 사람들은 이 한마디에 아파트대신 오피스텔로 눈을 돌렸다. 빚내서 아파트 분양받아 시세차익 올리는 '레버리지 효과'가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시기였다. 매매가 실종되고 전세족만 불어넘쳤다. 덕분에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속출하는 아파트와 달리 꼬박꼬박 수십만원이 입금되는 오피스텔이 재테크 효자가 됐다. 이를 두고 그 당시 부동산 업계서는 '매매 시대 가고 월세 시대 온다'고 표현했다.

월세 시대를 이끈 대표 주자가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주상복합 등 수익형 부동산이다. 이들 부동산 상품은 이른바 '황금알 낳는 거위'로까지 불리며 부동산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떠올랐다. 지역 건설업체들이나 몸담았던 오피스텔 등에 메이저급 대형 건설사들도 뛰어들었다. 덕분에 1000실이 넘는 대형 오피스텔이 탄생하며 수익형 부동산 몸집이 3~4년새 크게 불어났다.

부동산 업계 블루칩으로 떠올랐던 수익형 부동산은 브레이크 없는 공급에 발목이 잡히며 수익률 하락 국면을 맞고 있다. 사진은 서울역 일대에 들어선 오피스텔 건물.

하지만 최근 수익형 부동산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투자의 바로미터인 수익률이 야금야금 줄어들고 있다. 헤럴드경제가 부동산114에 의뢰해 수익형 부동산의 대표격인 오피스텔의 2010년 1분기~2013년 2분기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서울 시장에서 오피스텔 수익률이 14분기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피스텔 투자가 막 활성화되던 2010년 1분기 서울 오피스텔 수익률은 5.9%였지만 한 분기도 빠짐없이 수익률이 조금씩 떨어지며 올해 2분기 5.46%로 감소했다.

서울을 강남권, 도심권, 마포ㆍ여의도권 등 세 권역으로 세분화하면 마포ㆍ여의도가 가장 많이 하락했다. 2010년 1분기 5.85%였던 이 지역 오피스텔 수익률은 올해 2분기 5.5%로 0.35%포인트 내려갔다.

종로 일대가 포함된 도심권은 3년전만해도 수익률이 6% 이상이었는데 최근 들어 0.32%포인트 감소하며 5.72%로 떨어졌다. 강남권 역시 5.45%에서 5.2%로 수익률이 줄어들었다.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월세 하락을 의미한다. 매매 호가나 전세금과 달리 오름폭이 미미한 월세가 되레 감소한다는 것은 수익형 부동산에서 치명적이다. 대부분 은행 대출을 발생해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데 월세가 줄어들면 매달 내는 은행 이자 부담이 그 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오피스텔 수익률 6%가 붕괴되면서 4%대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와의 차이는 더욱 좁혀졌다.

가랑비에 옷젖 듯 오피스텔 수익률이 지속적으로 줄어든 이유는 너도나도 수익형 부동산을 외친 탓에 공급이 수요를 앞질렀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전체 오피스텔 입주물량은 올해 1만2483실로 6년새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2010년 2144실에 그쳤던 오피스텔 입주물량과 비교하면 올해 6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내년에도 서울에서만 1만 실 이상의 오피스텔이 새 입주자를 맞이한다.

그 중에서도 강남구, 송파구, 미포구 등 오피스텔 입주물량이 밀집한 지역에서 수익률 하락이 두드러졌다. 이들 지역의 내년까지 누적 입주물량은 각각 6342실, 4152실, 3513실로 25개 서울 자치구에서 상위 5위안에 들어간다. 세 지역 모두 6년전 6%를 훌쩍 넘던 수익률은 최근 1%포인트 이상 빠지며 5%대로 주저 앉았다.

그렇다고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주상복합을 대체 수단으로 꼽기도 힘든 실정이다. 정부 정책의 총아로 떠올랐던 도시형생활주택은 역세권을 중심으로 들어서며 편리한 교통에 각광받았지만, 불ㆍ편법 원룸형 주택에 밀려 분양시장에서 쓴맛을 보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7월 전국 주택실적을 봐도 7월 도시형생활주택 인허가건수는 7975채로 전년 동월(1만257채) 대비 22.2% 감소했다. 또 올해 들어 7개월 연속 인허가건수가 감소하는 추세다.

주상복합 역시 소형보다 중대형 규모가 많아 월세로 전환하기에 덩치가 크다는 평가다. 여기에 높은 관리비에 세입자를 들이기 쉽지 않다는 단점도 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숨고르기 시간이 필요하다며 향후 단계적으로 공급이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2009년 이후 오피스텔 같은 상품이 너무 많이 공급돼 지금의 수급 불균형이 나타났다"며 "이에 따라 수익률이 악화되면서 올해를 기점으로 자연스럽게 수익형 부동산 공급이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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