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 비웃는 전셋값,가을 '이사철 대란' 예고
'헛발질' 대책들 전세난 되레 키워전세자금 저리대출 등 근본적 해결책 안돼
2009년 이후 이사철마다 반복되고 있는 전세난이 올해는 여름 비수기부터 시작돼 이달 말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을 이사철에 전세대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이해관계 대립과 정책 헛발질로 뻔히 보고도 강 건너 불구경해야 할 판이다. 정부의 전세자금저리대출은 오히려 전세수요를 확산시켜 전세난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팽배하고 최근에는 전셋값 폭등이 우려되는 전월세상한제가 정치권 협상데이블에 올라가는 등 정부와 정치권이 전세난 해법과 거리가 먼 엇박자 행보로 전세난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을 전세대란 초읽기
8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6월 1일부터 8월 2일까지 여름철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서울 1.12%. 경기·인천 1.15%, 전국 0.89%로 지난해 같은 기간 서울 0.05%, 경기·인천 0.24%, 전국 0.25%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전년 동기 대비 적게는 3.5배(전국)에서 최고 22배(서울)가 넘는 상승률로 미친 전셋값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사철 피크인 9∼10월에는 통상 7∼8월 대비 2∼3배 이상의 전세가격 상승률을 보였다는 점에서 눈앞으로 다가온 가을 이사철에 전세대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잿빛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 4년간 가을 이사철에 전셋값이 급등한 학습효과로 한발 먼저 움직이려는 전세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로 인해 휴가철이 마무리되는 이달 말부터 세입자들의 이동이 시작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기업은행 김연화 부동산팀장은 "이사철 전에 앞당겨 움직이려는 전세수요가 크게 늘어나 이달 말부터 사실상 이사 시즌에 돌입한다"며 "최근 수년간 9월에는 전셋값 상승률이 매우 높았고 올해는 비수기에도 전셋값이 오르는 기현상으로 가을에는 일부 도심지역은 전셋값이 매매가격에 육박하는 등 전세난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매시장 정상화가 해법
대부분 가을 전세대란을 예상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뾰족한 수가 없어 눈뜨고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정부가 전세난을 완화하기 위해 임대주택공급확대 등 수급카드를 다시 꺼냈지만 입주까지 머나먼 일이고 당장 급한 불을 끄기에는 한계가 있다. 전세자금대출 확대는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올려받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렌트푸어를 양산하고 저리에 대출해주다 보니 구매력이 되는 수요자들도 전세수요로 이동, 전세난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값 하락기에는 전세난 해법을 매매시장 안정에서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리얼투데이 양지영 팀장은 "전세난의 근본적인 문제는 매매시장 불안"이라며 "매매시장이 불안하다 보니 전세수요가 늘고, 공급물량은 줄면서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다. 전세난 문제를 전세시장만 놓고 봐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 팀장은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매매시장 불안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이며 이를 위해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비롯해 1가구 1주택자가 소유한 집을 샀을 때에만 양도세 5년간 면제혜택을 주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보증금은 일종의 집값 하락을 막는 버팀목이 되기도 하고 상승기에 조금만 대출받으면 집을 살 수 있어 투기적 수요로 돌변할 수 있는 양면성을 갖고 있어 매매시장과 상관관계가 높다"며 "집값 상승기에는 저소득층을 위한 저리대출이 필요하지만 하락기에는 전세난 해법을 전세시장이 아니라 매매시장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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