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주택정책의 중간 평가
[머니투데이 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최근 정부가 내놓은 일련의 주택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특히 '4·1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은 집값 하락세가 진정되고 거래가 활성화되는 등의 시장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내는 효과를 보였다.
6월 들어 주택시장이 다시 위축되면서 취득세 감면 혜택 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부는 주택관련 세제라는 큰 틀에서 해법을 제시하겠다고 공언했다. 곧이어 국토교통부를 포함한 관계부처 협의에서 취득세 기본세율을 낮추고 이에 따른 지방세수 부족분은 지방세제 개편 등을 통해 보전하기로 결정했다.
부동산 열풍이 불던 시기에 투기억제를 위해 세율과 과표가 함께 높아져 취득세 부담이 과다했던 것은 사실이다. 상황이 바뀐 지금 정부가 혜택 연장이란 미봉책이 아니라 조세부담 정상화라는 해법을, 그것도 몇 개 부처가 함께 머리를 맞대 근본적 해결책을 내준 것은 오히려 상명하복의 모습보다 더 찬사받을 만하다.
7월24일엔 '4·1대책'의 보완 및 후속 시행방안이 발표됐다. 대표적으로 주택공급 축소방안을 구체화했다. 우선 공공부문의 개발사업을 축소하거나 시기를 조정해 2016년까지 분양주택 인·허가물량 11만9000가구, 청약물량 5만1000가구를 각각 줄이기로 했다.
민간주택도 준공 후 분양 지원, 미분양 아파트의 전세 전환 지원, 대한주택보증의 분양성 평가 강화, 미분양 임대주택 리츠 도입 등의 수단으로 분양물량을 조절하고 미분양을 해소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민간주택 물량 통제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지만 나무만 보는 밀어내기식 사업을 숲을 보는 정부가 조정해줄 필요가 있다. 과거의 수요진작책과 함께 이같은 공급조절책은 수도권 주택수급 불균형 해소는 물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부담에도 일조해 주택시장 정상화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핵심공약 중 하나가 행복주택사업이다. 도심내 철도부지, 유휴지 등 공공이 보유한 저렴한 토지를 활용해 앞으로 5년간 20만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 임대·분양주택을 지어 민간부문의 설자리를 빼앗았다는 비판을 들은 보금자리주택과 차별된다. 임대주택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사회적 취약계층과 함께 신혼부부, 대학생 등 사회활동 왕성 계층을 입주대상자로 했다는 점도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지역주민의 반대가 심하면 강행하지 않고 원하는 지역부터, 또 꾸준히 주민 의견을 취합해 지역에 도움이 되는 형태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자세는 무척 신선하게 다가온다. '행복주택'을 고유명사화하지 않고 임대주택의 한 형태로 끌고가는 것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혼선을 가져온 관례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박근혜정부의 주택정책이 큰 틀 속에서 하나씩 구체화되고 있다. 느낌이 나쁘지 않다. 거시경제 여건, 주택보급률, 인구·가구구조, 주택보유에 대한 인식 등을 볼 때 현 정부는 부동산투기 열풍이 다시 오지 않을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
집값의 절대적인 하락이 아니라 물가와 소득증가율 범위에서 안정화돼야 거래가 활성화되고 하우스푸어문제가 해결되고 저소득층의 주거환경이 개선된다는 인식에도 공감한다.
그렇지만 이런 전체 그림이 완결되려면 이제 국회의 협조가 필요하다. 분양가상한제의 탄력적 적용,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주택관련 세제개편 등 이미 발표된 정책들이 시행될 수 있도록 입법안들이 조속히 가시화돼야 한다.
국회에서 화룡점정의 역할을 해준다면 우리나라 주택정책은 미완의 대기를 넘어 백년대계의 초석을 마련하는 귀중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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