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MB정부 경제전망' 비판.."올해 3% 성장" KDI원장 시절 전망과 똑같은데..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명박 정부의 경제전망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지난 28일 올해 경제성장률을 3.0%에서 2.3%로 하향 조정한 것과 관련, 지난해 12월 말 박재완 재정부 장관 시절 전망치인 3.0%가 부적절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원장으로 있던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해 11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한 바 있다.
현 부총리는 31일 KBS 시사프로그램에 나와 "지난 정부가 상황을 잘 파악해서 전망했더라면 예산을 편성할 때 재정정책이 다른 모습일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성장을) 전망하는 사람이 변명을 해선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MB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과도하게 설정, 세입 측면에서 12조원가량 차질을 빚게 돼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당시 재정부가) 작년 경제성장률을 3.5%로 전망했지만 실제 2.0%로 저조해 법인세와 소득세수가 줄고, 올해 성장률도 2.0%대 초반에 머물러 부가가치세수 여건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이어 "당초대로 세출을 추진할 수 없어 미국처럼 정부 지출이 줄어드는 (재정절벽)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현 부총리는 또 추경 규모와 관련, "민간이 별로 느끼지 못하는 추경은 큰 의미가 없다"며 "민간의 많은 투자 재원이 활용되지 않고 있는데, 미래에 어느 정도 기대할 만한 신호를 보내줄 수 있는 규모의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수를 늘릴 대책으로는 추경 편성을 포함한 정책 패키지를 제시했다. 그는 "재정, 금융, 외환, 부동산 정책을 하나의 패키지로 다뤄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추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할 경우 예상되는 재정적자에 대해서는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증세로 세수가 확보될 수 있다면 추경을 할 필요도 없지 않겠느냐"며 "재정적자 증가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현 부총리의 성장률 관련 발언에 대해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정부가 성장률을 3.0%로 제시한 것도 KDI가 내놓은 진단과 분석을 참고하지 않았겠느냐"며 "현 부총리가 지난 정부 책임론을 꺼낸 것은 좀 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재완 전 장관은 "지금은 새 정부에 힘을 몰아줘야 한다"며 언급을 자제했다.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은 경제난국 상황"이라며 "새로운 정부가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와 이전 정부가 추경 편성의 책임을 떠넘기면서 갈등을 빚는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었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국정기획수석과 고용노동부·재정부 장관을 지냈으며 최근 성균관대 행정학 교수로 복귀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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