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본분 잊지않는 금감원장을 바라며

전재호 기자 2012. 12. 3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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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행복기금을 활용해 연체된 가계대출채권을 매입하고 연체된 학자금대출은 장기분할 상환이 가능하도록 해 학자금대출 부담 경감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하우스푸어(house poor) 대책의 하나로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가 원활하게 도입·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과 거의 유사한 이 말은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대국민 신년사'를 통해 2013년에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내용 중 일부다.

금융기관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의 수장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을 제대로 수행하겠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권한을 넘거나 효과가 의문시되는 정책까지 "열심히 하겠다"는 것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라기 보다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주택연금 가입조건을 현행 60세 이상에서 50세 이상으로 완화하는 사전가입제도는 금감원의 소관 사항이 아니라 금융위원회 등이 한국주택금융공사법을 개정해야 하는 내용이다. 주택연금을 담당하는 주택금융공사는 금융위가 감독하는 기관이다. 금감원은 "주택연금이 금융위 소관인 것은 맞지만 사전가입제도를 지원한다는 것은 시중은행의 주택연금 상품을 통해 50대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한다.

집주인이 주택의 일부 지분을 공공기관에 매각해 은행 대출금을 상환하고 공공기관에는 임대료를 내는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는 취지는 좋지만 부작용도 우려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도입되면 권리관계가 복잡해져 주택 매매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이 지난 10월 말 내놓은 '트러스트앤리스백'(trust & lease back·신탁 후 재임대)이 지분매각제도와 비슷한 구조인데 신청자가 거의 없다.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성공적인 제도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대구 출신인 권 원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친박계'다. 권 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혔듯이 내년 경제·금융시장 전망은 밝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고, 금감원의 역할과 책임은 더 무거워질 수 밖에 없다. 권 원장이 내년에도 사심(私心) 없이 어려운 금융환경을 잘 극복해주길 바란다.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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