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하우스푸어 정책간담회 '눈물의 성토'
인천에서 지난 30년간 공직과 공기업에 몸담았던 김 모씨(54). 그는 3년 전 인천 청라신도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자녀 둘이 대학에 입학하면서 기존에 살던 작은 아파트는 좁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당시 분양가는 4억2000만원. 2억2000만원은 종전 집을 팔아 조달하기로 하고, 나머지 2억원은 은행에서 대출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말 막상 입주를 하려 하자 이미 집값이 3억5000만원까지 곤두박질친 상태였다.
집값은 갈수록 떨어지고 이자 등 대출 부담은 늘어나는 반면, 목돈이 없어 빚을 갚지 못한 김씨는 결국 퇴직금으로 빚을 갚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명퇴를 신청했다.
김씨는 "투기를 한 것도 아니고 살기 위한 집을 샀다가 노후생활 자체가 붕괴된 꼴"이라며 "능력 있는 사람조차 임대주택에 살라고 권유하는 정부 정책이 하우스푸어ㆍ렌트푸어를 양산하고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새누리당이 16일 국회에서 개최한 하우스푸어 정책간담회에서 김씨 등 일반인들이 전국 150만 하우스푸어들을 대표해 이 같은 '눈물의 하소연'을 쏟아냈다.
주택값 상승기에는 주택을 대거 공급하고 각종 규제정책을 쏟아내고선 집값이 떨어져 하우스푸어가 속출하니 규제 해제와 거래 활성화에는 정작 미온적이라며 날 선 비판을 했다.
이한구 원내대표가 주재한 이날 정책간담회는 '집이 있지만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열렸다.
정치권에서 종종 부동산정책 수립을 위해 전문가들을 초빙해 공청회나 정책간담회를 개최한 적은 있지만 하우스푸어 주제로 하우스푸어들을 직접 초청해 간담회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선공약을 만들고 있는 여당에서도 하우스푸어 문제를 그대로 두기엔 너무 큰 사회문제로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에 사는 곽맹렬 씨(67)는 "노후 주거 대비 겸 생계 목적으로 상가주택을 구입했는데 경기 침체로 장사가 안돼 가계세가 안 들어오는 상황에서 집값까지 떨어지면서 거의 파산 직전"이라고 말했다.
곽씨는 "손해 보고 팔려도 해도 팔리지 않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동탄에 사는 조용덕 씨(49)는 "정부정책이 너무 모순돼 멀쩡한 집값이 곤두박질치고 죄없는 국민을 하우스푸어 신세로 만들고 있다"며 "한 상품(주택)에 두 가지 가격을 매겨 놓고 싼 걸(보금자리주택) 놔두고 비싼 걸(기존 주택) 사라니 누가 사겠냐"고 꼬집었다.
차봉훈 씨(54ㆍ용인 거주)는 "차라리 양도세를 과감하게 면제하고 개발보상금도 없애는 등 규제 완화를 통해 경기를 부양한 김대중 정부 때가 훨씬 나았다"고 성토했다.
하우스푸어들의 날 선 비판에 간담회를 주재한 새누리당 참석 의원들은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우스푸어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인 여상규 정책위 부의장은 "3분기 중 거래활성화 대책 발표를 위해 5가지 핵심사항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취득세ㆍ양도세 한시적 감면 △미분양주택을 공공매입해 임대로 활용하는 방안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한 고정금리식 장기대출상품 △가격하락 방지를 위한 주택 공급시기 조절 △거래 활성화 위한 추가 세제개편 등이 주요 내용이다.
박근혜 후보의 대선공약을 준비 중인 이만우 의원은 "대책과 별도로 미분양 구입 시 양도세ㆍ취득세 감면을 위한 의원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며 "정부도 추경을 대폭 편성하는 등 서민 경제 활성화를 위한 발상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강민석 KB경영연구소 부동산팀장 등 시장 전문가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민간전문가는 하우스푸어 대책으로 은행들이 일종의 공동 '배드뱅크'를 설립해 하우스푸어들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참신한 아이디어도 내놨다.
두성규 실장은 "금융권이 주택 호황기에 담보대출, PF대출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게 사실"이라며 "침체기에 고통분담 차원에서 하우스푸어의 주택을 인수해 재임대를 하거나 빚을 갚을 의사가 있는 사람들은 이자를 탕감하거나 금리를 낮춰주는 등 프로그램을 만들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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