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 이슈 4 선거 테마주 사야 하나..바람 탔다가 낭패, 실적이 중요
주식시장에선 총선 결과에 따라 정치인 테마주들 희비가 엇갈렸다. 특히 올해 총선, 대선이 함께 있다는 특수성 때문에 주요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심의 테마주가 급부상했다.
새누리당이 과반을 넘는 의석을 차지하자 박근혜 테마주로 유명한 보령메디앙스, 아가방컴퍼니 주가가 일제히 상승하며 가격 제한 폭까지 치솟았다.
보령메디앙스 주가는 4월 10일 1만5500원에서 총선이 끝난 다음 날 1만7850원으로 오르더니 4월 13일에는 2만원을 넘어서며 일주일 만에 30% 넘게 상승했다. 아가방컴퍼니도 마찬가지다. 4월 10일 1만1400원이었던 주가가 가파르게 오름세를 보이더니 13일 1만5050원을 기록하며 4월 둘째 주 장을 마감했다.
안철수 테마주도 박근혜 테마주와 함께 급등했다. 민주통합당 패배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대항마로 부각되며 투자자들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안철수연구소는 올해 1월 장중 16만7200원을 찍으며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웠지만 이후 주가는 줄곧 하락세였다. 3월 12일엔 7만4100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했고 다시 10만원대에 진입했다.
반면 문재인 테마주는 약세를 보였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부산 사상구에서 당선됐지만 정당 싸움에선 패한 탓이다. 문재인 테마주로 지목된 바른손, 우리들제약, 우리들생명과학 등은 모두 하한가를 기록했다.
바른손은 한때 1만1950원(2월 9일)까지 올랐지만 선거 다음 날 5130원을 기록했으며 우리들제약과 우리들생명과학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박근혜·안철수주 ↑ 문재인주 ↓그러나 정치인 테마주는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신기루에 불과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위험이 높다. 보령메디앙스는 지난해 2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해 2010년 대비 적자 전환했고 매출액은 0.4% 줄어든 1817억원을 기록했다.
안철수연구소(안랩)는 지난해 매출액 988억원, 영업이익 103억원으로 2010년보다 각각 41.5%, 27.9% 늘어났으나 매출에 비해 주가 상승 폭이 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안철수연구소 주가는 지난해 연초 대비 559%(4월 18일 기준) 치솟았다.
애널리스트들은 정치적 이슈에 일희일비하는 정치인 테마주보다 다수당이 펼쳐나갈 정책 방향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으로의 정책 방향이 기업 경영환경에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을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다.
18대 총선 당시 주요 공약들은 규제 완화를 내걸며 경제 성장과 내수 부양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4대강 관련 건설주, 미디어주 등 이명박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과 맥을 같이하는 업종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이번 19대 총선에서 주목할 만한 수혜주로는 지주회사주와 건설주가 꼽힌다.
지주회사주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는 출자총액제한 제도(잠깐용어 참조) 부활, 순환출자 금지를 비롯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입법화될 가능성 때문이다. 물론 새누리당이 출자총액제한 제도 부활에 반대하기 때문에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계속 기업 규제 완화만을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김동양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주회사 중에서도 두산과 LG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LG는 기업지배 규제에서 가장 자유로운 지주회사로 모범적인 지배구조가 부각될 수 있다. 두산은 주주친화정책, 자체 사업부 성장, 자산 매각 가능성 등이 투자포인트"라고 설명했다.
기업지배구조 관련 규제는 기업 투명성을 강화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일부 지주회사엔 부담스럽다. 지주회사 요건과 과세 정도가 강화되면 CJ(대한통운), SK(하이닉스) 등은 추가지분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비용부담이 뒤따른다.
건설주는 선거철에 유난히 강한 면모를 보인다. 부동산 개발과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전월세 상한제, 보금자리주택 공급 중단 등을 표심을 잡을 카드로 내밀었다. DTI 규제는 대출상환액이 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제한한 제도다. DTI 규제가 그동안 부동산 경기 침체 요인으로 지목돼온 만큼 규제가 풀리면 주택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어 투자자들 기대가 높다.
하지만 가계부채 문제를 심화할 수 있다는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에 새누리당 내에서도 아직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이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DTI 규제 완화는 타이밍상 당장 실현되긴 어려워 보인다. 건설주 투자를 고려한다면 국내 시장보다 해외를 봐야 한다. 건설주 중에서는 해양플랜트 등 신시장을 개척하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일시적인 선거철 수혜보다는 내실을 키우는 실적을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통신·유통주는 규제가 변수
잠깐용어
출자총액제한 제도
한 기업이 회사 자금으로 다른 회사 주식을 사서 보유할 수 있는 총액을 제한하는 제도.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이번 총선에서 여야 정당이 내세운 공약이 주로 규제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를 볼 만한 업종을 추려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윤교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총선은 규제 강화가 선거의 핵심 쟁점이었다. 따라서 수혜주를 찾기보다는 규제를 받는 업종 판단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피해주로는 통신주와 유통주를 들 수 있다. 먼저 통신업종은 통신비 20% 인하, 롱텀에볼루션(LTE)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등의 규제안 등이 공약으로 제시됐다.
통신업종은 지난해 통신요금 감면으로 이미 실적이 악화됐다. 통신3사는 모두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SK텔레콤은 매출 15조9449억원, 영업이익 2조1350억원을 기록했다. 2010년 대비 매출은 2.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3% 하락했다. KT의 지난해 매출은 22조원으로 2010년 대비 8.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조9570억원으로 4.6%나 줄어들었다. LG유플러스도 지난해 영업이익 2836억9578만원을 기록하며 2010년보다 56.5%가 떨어졌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9조2514억682만원으로 전년 대비 8.9% 올랐다.
이동전화 기본료 1000원 인하 타격이 컸던 데다 통신사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홍보비 등 비용 부담이 컸던 탓이다. 가입자당 매출액(ARPU) 하락과 함께 감가상각비와 수수료 비용 등이 늘어나면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10% 이상 떨어질 전망이다.
통신주 3사 중 LG유플러스가 유일하게 상반기 스마트폰과 LTE 가입자 확대로 ARPU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또다시 규제가 강화되면 매출이 더 저조해질 수밖에 없고 투자심리도 덩달아 움츠러들 가능성이 크다.
유통업종은 대형마트 규제가 굵직한 이슈다. 지난해 말 유통산업발전법이 통과되면서 대형마트 영업시간이 제한된다.
서정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월 2회 주말 휴무가 전국에 실시되면 매출액, 영업이익 감소는 불가피하다. 평일과 온라인몰로의 매출 분산이 있다 하더라도 당장 대형마트 투자심리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경기 회복을 장담하기엔 이른 상황에서 규제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실적 개선이 어려운 셈이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대형마트 점포 출점을 제한하는 공약을 제시했다. 대형마트와 SSM의 지방 중소도시 신규 진출을 5년간 금지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대형마트들이 지방 중소도시에 새로 점포를 내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피해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이 중론이다.
통신·유통업종 규제는 이미 널리 알려진 규제라는 점에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부터 이슈화되면서 이미 법안이 상정되거나 통과됐기 때문에 이미 악재들이 주가에 반영됐고 향후 주가에 미칠 영향은 작다는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총선 자체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기존 증시 흐름에 맞춰 새로운 정책들의 방향을 참고해 투자전략을 짜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보통 선거철에는 규제 관련 공약들이 제시되기 때문에 선거가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여긴다. 하지만 과거 다섯 차례 총선을 살펴봤을 때 다섯 차례 중 두 차례는 선거 이후 오히려 증시가 상승했다. 네 차례는 선거 전 증시 방향과 일치했다. 총선 이벤트보다는 기존 증시 흐름 영향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조은아 기자 ec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54호(12.04.25~5.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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