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한 푼 안 낸 맥쿼리, '실주인' 따로 있다

2012. 4. 2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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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대인 기자]

서울시 메트로9호선이 심각한 적자로 운임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일방적인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산플라자 앞에서 공공운수노조연맹과 참여연대 회원들이 '지하철 9호선 요금 인상 반대 및 KTX 민영화 강행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재벌 특혜의 9호선 요금 폭등을 반대하며 민자사업의 특혜의혹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지하철 9호선 요금 50% 인상 문제는 한국의 기형적 민자사업의 문제점과 그것이 시민들에게 가져오는 폐해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우선, 한국의 기형적 민자사업은 그 명칭과는 달리 건설 과정에서 정부나 지자체의 막대한 재정보조를 받는다. 지하철 9호선의 경우 3조 원 넘는 사업비 가운데 세금이 80% 들어가고 민자사업자들은 20% 정도밖에 투자하지 않았다. 이런 사업을 어떻게 민자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가?

외국의 민자사업은 거의 100% 민간자본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민자사업자들에게 퍼주는 식으로 만들어진 대부분 국내 민자사업들에도 공공의 건설보조금 지원은 30%를 넘는 경우가 없다. 그런데 지하철 9호선 상부구간 공사로만 따져도 공공 지원이 46%나 된다. 실컷 재정 들여 사업해 놓고 민자사업자에게 사업운영권을 준 격이니 이걸 어떻게 납득할 수 있나.

또한 민자사업자들은 통행량을 부풀려 사업의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포장하고 나서는 최소운영수입보장 제도를 통해 통행량이 없어도 정부나 지자체의 재정 지원을 받는다. 한마디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의 무위험 고수익 사업을 벌이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부풀려진 건설비 보조나 최소운영수입보장에 따른 재정 지원으로 세금은 세금대로 낭비되고 민자사업자의 통행료 인상 횡포로 시민들은 이중의 부담을 지게 된다. 이를 지하철 9호선 요금인상 사태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14개 민자사업에 투자한 맥쿼리인프라, 사실상 '고리대금업'

그런데 한국의 각종 특혜성 민자사업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바로 맥쿼리다. 호주 맥쿼리그룹이 출자하거나 인수해 맥쿼리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국내 법인이나 펀드는 10여 개도 넘는다. 그런데 우리가 민자사업과 관련해 문제삼는 업체는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맥쿼리인프라)다. 이 맥쿼리인프라가 투자한 국내 민자사업들과 사업별 투자지분을 열거해 보자.

백양터널(100%), 광주 제2순환도로 1구간(100%),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24.1%), 부산 수정산터널(100%), 대구 제4차순환도로(85.0%), 천안~논산 고속도로(60.0%), 우면산터널(36.0%), 광주 제 2순환도로 3-1구간(75.0%), 마창대교(100%), 용인~서울 고속도로(35.0%), 서울~춘천고속도로(15.0%), 서울 도시철도 9호선 1단계(24.5%), 인천대교(41.0%), 부산 신항만 2-3단계(30.0%).

이렇게 맥쿼리인프라는 2011년 말 현재 12개의 유료통행도로와 1개 지하철 및 1개의 항만에 투자한 상태다. 맥쿼리인프라는 이들 민자사업자들이 투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들의 지분을 사들이거나 대출해주는 등의 형태로 투자한다. 그렇게 해서 이자수익과 배당금 수익 등을 올리는데, 이자수익이 전체 운용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 2009년 맥쿼리인프라의 이자수익은 1578억여 원, 전체 운용수익은 1539억여 원이었다. 운용자산의 매각손실과 다른 운용손실을 이자수익으로 보전한 셈이었다.

▲ 맥쿼리인프라 투자사업 이자율과 지분율

(주)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 소개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 작성

이 같은 이자수익은 모두 맥쿼리인프라가 투자한 사업들의 SPC들에 대출해준 대출채권 이자로 거둬들이는 수입이다. < 도표 > 에서 보는 것처럼 맥쿼리인프라가 이들 SPC들에 빌려준 대출의 이자율은 상당히 높다. 후순위대출인 경우 이자율이 10~20% 정도이고, 선순위대출 이자율도 7.85~15%에 이른다.

정부나 지자체의 최소운영수입이 보장되는 상태인 데다 대부분 맥쿼리인프라가 100% 소유하거나 지분율이 높아 후순위대출이라고 하지만 떼일 염려가 사실상 없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적용된 이자율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맥쿼리인프라가 국내 민자사업의 기형적 구조를 이용해 고리대금업으로 떼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정부 보전금 빨아올리는 맥쿼리... 법인세는 0원

그렇다고 막대한 수익에 걸맞은 세금을 내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맥쿼리인프라는 광주 제2순환도로 1구간의 민자사업자 SPC인 광주순환도로투자㈜의 지분을 100% 모두 소유하고 있다. 원래 대우, 한솔 등 건설사 컨소시엄이 설립한 회사를 맥쿼리인프라가 인수한 것이다. 이 회사에 광주시가 지급한 보전금은 2001년 개통 이후 1000억 원이 넘는다. 자체 통행료 수입에 더해 광주시 보전금까지 있으니 매년 상당한 수익을 올렸을 것이 뻔하지만, 광주순환도로투자㈜는 단 한 푼의 법인세도 납부하지 않았다. 수익을 모두 맥쿼리인프라에 이자비용으로 지출하는 바람에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상태이기 때문이다.

같은 일이 서울지하철 9호선에서도 되풀이된다. 맥쿼리인프라가 24.5%의 지분을 가진 서울지하철 9호선 운영업체 서울시메트로9호선㈜는 2010년 서울시로부터 운임수입 보조금으로 326억 원을 받고도 당기순손실 466억 원을 기록했다. 맥쿼리인프라와 신한은행 등에 지급한 이자 비용만 461억 원이나 됐기 때문이다. 맥쿼리인프라는 서울시메트로9호선㈜에 대해 후순위채 이율을 15%로 매기고 있다.

이처럼 정부나 지자체 보전금과 통행료 수익을 맥쿼리인프라가 이자수익이라는 빨대로 거의 쭉쭉 빨아올리고 있다. 한편 이렇게 해서 자신들이 소유하거나 출자한 SPC의 법인세 부담을 없애거나 대폭 줄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14개의 특수목적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린 모기업인 맥쿼리인프라 자체는 법인세를 얼마나 낼까. 단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법인세법에 따라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할 경우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맥쿼리인프라는 2006년 이후 단 한 푼의 법인세도 내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상태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맥쿼리인프라의 회사소개 자료를 보면 매년 배당 가능 이익 전부를 배당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맥쿼리인프라의 자료에 따르면 2011년 말 현재 정부수입보장기간이 평균 12년, 실시협약기간이 23년이나 남아 있다. 위에서 본 것처럼 매년 이자수익으로 약 1500억 원의 이익이 발생하고 이것이 실시협약기간인 23년 동안 지속된다고 한다면 3조4500억 원의 수익을 거두게 되는 것이다. 이미 맥쿼리인프라가 뽑아간 수익까지 포함하면 4조 원에 육박한다. 그 이자수익의 원천은 말할 것도 없이 우리가 낸 세금이나 통행료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번에 지하철 9호선이 문제가 됐고,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맥쿼리인프라에 특혜를 준 듯한 소지가 다분히 있어 보인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금까지 해온 전국 대부분 민자사업이 이런 식이었다. 이렇게 해서 지금 완공됐거나 계약이 체결돼 진행 중인 민자사업의 시공 및 운영 과정에서 빠져나갈 세금만 수십조 원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맥쿼리인프라는 민자사업 투자와 운용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법인세조차 내지 않고 있다. 국내 민자사업의 허점과 관련 법규의 구멍을 이용해 앉아서 막대한 '무세금 고수익'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맥쿼리인프라의 얌체 사업 행태에 대해 분노한다.

맥쿼리, 이름만 호주기업... 실주인은 국내민간 금융기관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 홈페이지

ⓒ 맥쿼리인프라

그런데 이름 때문에 많은 이들이 맥쿼리인프라를 외국계, 정확히는 호주계 기업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주주현황을 보면 실상은 전혀 다르다. 2011년 말 현재 맥쿼리인프라의 대주주는 군인공제회(11.8%), 신한금융그룹(11.2%), 대한생명(7.2%) 등 국내 기관투자자가 모두 61.7%의 지분을 갖고 있다. 20.8%가 개인 투자자들이고 외국인 지분은 17.6%밖에 안 되며, 정작 호주 맥쿼리그룹의 지분은 3.8%에 지나지 않는다. 국내에 상장돼 있는 대부분 회사들보다 순도(?) 높은 국내 회사인 셈이다.

참고로, 지하철 9호선 체결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인 이지형씨가 맥쿼리IMM자산운용의 대표였다는 사실을 근거로 무리하게 특혜설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무리다. 이지형씨는 민자사업 투자주체인 맥쿼리인프라투융자펀드와는 거의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이상득의 해명이 맞다고 본다.

이처럼 주주구성을 보면 맥쿼리라는 이름만 빌려온 것일 뿐 맥쿼리인프라의 실제 주인은 국내 민간 금융기관과 투자기관이다. 물론 맥쿼리인프라는 호주 맥쿼리그룹이 100% 출자한(지난해 말까지는 신한은행 지분이 50%를 차지했다) 맥쿼리자산운용에 자산운용을 위탁해 매년 200억 원 전후의 운용보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매년 1000억 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의 대부분은 실제 주인인 국내 대주주들에게 돌아간다. 이처럼 민자사업제도와 각종 세제상의 허점을 이용해 국내 민간 금융기관과 공공투자기관들이 세금 한 푼 안 내고 막대한 고수익을 누리고 있지만 정부는 두 손 놓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호주' 맥쿼리그룹에 분노하지만, 진짜 분노해야 할 대상은 그런 혈세 낭비와 부조리를 방치하고 있는 이 나라 정부관료들과 정치권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오세훈 시장 시절 잘못 진행된 민자사업들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강한 개혁 의지를 보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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