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네요, 여기는 무조건 앉아서 활을 쏴야 한답니다
어린 시절 사극을 보며 품었던 활쏘기에 대한 로망을 30대가 되어 이뤘습니다. 대학원생으로 살면서 활쏘기를 통해 많은 위로와 용기를 얻었습니다. 보다 많은 분들이 활쏘기의 매력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으로, 활을 배우며 얻은 소중한 경험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기자말>
[김경준 기자]
지난 2월 말, 일본 교토로 짧게 여행을 다녀왔다. 시내를 돌아다니며 관광을 하던 중, 주머니 속 휴대전화가 울렸다. SNS를 통해 교토에 있다는 소식을 접한 지인(국내에서 실내 국궁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다)으로부터 메시지가 날아와 있었다. 교토에 역사가 오래된 궁도체험장이 있으니 꼭 한번 가보라는 것.
안그래도 국궁 수련자로서 일본에 온 김에 일본의 전통활쏘기(궁도)를 체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러나 막상 가려니 궁도장이 당최 어디에 있는지, 일반인도 이용 가능한지 아무런 정보가 없어 포기한 상태였다. 그러나 역시 활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이었던지, 생각지 못한 데서 동아줄이 내려온 것이었다.
주소를 찍어보니 마침 내가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일정상으로도 여유가 있었기에, 궁도장 방문을 오후 일정에 추가했다. 그리고 영업시간이 종료되기 전 서둘러 궁도장으로 길을 잡았다.
160년 역사의 일본 궁도장 방문... '앉아 활 쏘기'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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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62년 문을 연 엔잔대궁장(園山大弓場) |
| ⓒ 김경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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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잔대궁장 내부 모습 |
| ⓒ 김경준 |
체험 비용은 16발에 2700엔이다. 그러나 궁도 경험자는 1900엔으로 할인해 준다(2025년 3월 기준). 경험이 없는 초심자의 경우 지도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비록 궁도는 아니지만 나 역시 한국에서 국궁을 연마하고 있다고 하니 할인가로 활을 쏠 수 있었다.
참고로 엔잔대궁장의 체험 비용은 한국의 국궁 체험 비용과 비교하면 저렴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한국에서도 국궁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제법 있는 편인데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충남 아산 현충사의 경우 관람객을 대상으로 무료 활쏘기 체험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 황학정 국궁전시관에서 운영하는 활쏘기 체험은 유료이다(10발 기준 4000원, 추가 10발시 2000원). 활쏘아, TAC 등 개인이 운영하는 실내 국궁체험장들의 경우도 엔잔대궁장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엔잔대궁장의 신기했던 특징은, 활을 '앉아서' 쏘게끔 되어있다는 점이다. 한국 국궁장에서는 서서 활을 쏘는 게 원칙이고, 앉아서 쏘는 등의 방식은 공식적으로는 허용되지 않기에 이것 역시 신선한 경험이었다. 과녁까지의 거리는 14m로 145m에 이르는 국궁의 표준 사거리에 비하면 매우 짧다.
사실 일본 궁도도 한국 국궁처럼 기본적으로 서서 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엔잔대궁장 홈페이지 설명에 따르면, 이곳은 에도시대부터 기사(騎射: 말타며 활쏘기) 연습장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서서 쏘는 입사(立射)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과거 기사 연습을 위해서, 앉아서 활을 쏘던 원칙이 그대로 남아 전해지는 듯했다.
잠깐 일본 활의 특징을 짚고 넘어가 보자. 일본 활은 화궁(和弓)이라 부르는데 기본적으로 2m가 훨씬 넘는 장궁(長弓)이다. 1m 내외에 불과한 우리 활에 비하면 2배에 달한다.
일본 활이 이렇게 긴 형태로 발전한 데는 자연환경의 영향을 받은 탓이 크다고 한다. 일본의 풍토상 대륙 계통의 동물성 재료를 구하기도 어렵거니와, 고온다습한 기후 탓에 동물성 재료로 활을 만들면 망가지기 쉬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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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의 화궁(和弓) |
| ⓒ 김경준 |
일본 활을 쏴보니, 한국과 다르긴 다르다
"맛스구(真っ直ぐ: 똑바로)! "
한 발 한 발 쏠 때마다 주인아주머니가 계속 외쳤다. 활채를 옆으로 기울이지 말고 수직으로 곧게 세워서 쏘라는 것이다.
참으로 난감했다. 우리 활은 옆으로 살짝 기울여 쏘는데, 몸에 밴 습관 탓에 나도 모르게 자꾸만 활채를 기울여 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의 경우 '고 자치기'라고 하여 쏘고 난 뒤 활채를 완전히 눕히는 사법(射法)을 구사하는데, 이런 습관도 일본에서 일본식 화궁을 쏘는 데 애로사항으로 작용했다. 긴 활을 앞으로 기울이다 보니, 상단 벽에 자꾸만 활채가 부딪혔던 것이다.
기존의 습관을 죽인 채 활을 쏘려다 보니 신경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레 몸도 굳어졌다. 무릇 활은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쏴야 하는데온몸이 경직된 채로 활을 쏘니 화살이 제대로 날아갈 리 만무했다.
조준점을 잡는 것도 쉽지 않았다. 우리 활터에서는 145m 너머의 과녁을 향해 활을 쏜다. 그러나 그에 한참 못 미치는 14m 거리의 과녁을 향해 조준을 하려니 어디를 겨냥해야 할지 좀처럼 감을 잡지 못했다. 얄궂게도 화살은 과녁 주위로만 날아가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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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궁도를 체험해보는 기자의 모습 |
| ⓒ 김경준 |
짧은 체험이었지만 우리 활의 우수함을 느끼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활이 전 세계 활들 중에서도 특히 우수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냥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으레 하는 말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직접 쏴보니 그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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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지만 단단하고 탄성이 뛰어난 한국의 전통 각궁 (서울 공항정) |
| ⓒ 김경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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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충칭의 활쏘기 체험장에서 중국 전통활쏘기를 체험해보는 기자의 모습 (2020.1.13 촬영) |
| ⓒ 김경준 |
이런 훌륭하고 우수한 활을 개발하고 만들어왔던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놀라울 따름이다. 부디 많은 이들이 우리 활과 활쏘기의 소중함을 깨닫고 이를 계승하려는 노력에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팁. 일본 여행 가서 일본 활을 체험하려면
한국에서 일본 궁도를 체험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므로 일본 교토에 가게 된다면 한 번쯤 일본의 궁도장을 방문하여 체험을 해보는 것도 신선하고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주인아주머니의 친절한 지도와 서비스 역시 매우 인상적이다. 활을 쏘는 동안 나의 자세를 영상으로 촬영한 뒤 즉석에서 이메일로 전송해 준다.
<엔잔궁도장>(園山大弓場)
※ 주소: 일본 〒605-0073 Kyoto, Higashiyama Ward, 円山 公園北林 (구글맵)
※ 영업시간: 10시~19시 (12~13시 점심시간) * 오전 방문은 주말에만 가능
※ 연락처: +81 75-561-3568 (예약제, 단 14세 이상만 체험 가능)
※ 홈페이지: daikyuj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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