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철 천문학적 적자, 수요예측 뻥튀긴 탓"

오창민 기자 2012. 4. 17.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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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조사처, 민자유치 위한 과대포장·전문성 부족 지적

매년 적자가 누적돼 지방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는 경전철 사업은 지방자치단체가 교통 수요를 과다 예측했기 때문이라는 국회 입법조사처 분석이 나왔다. 민자 유치를 위해 업체에 유리한 계약 조건을 묵인하는 등 편법을 쓴 탓에 요금 인상이 거론되고 있는 서울 지하철 9호선 문제와도 유사점이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17일 낸 '경전철 사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보면 부산~김해 경전철은 향후 20년간 1조6000억원의 재정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용인 경전철은 민간사업자가 사업 해지를 통보해 개통조차 못하고 있으며, 실제 운영에 들어간다 해도 30년간 2조5000억원의 재정손실이 날 것으로 보인다. 오는 6월 개통 예정인 의정부 경전철은 연간 100억원씩 10년간 1000억원의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됐다. 경전철 사업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사업으로 전락한 가장 큰 원인은 해당 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이 사업 초기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교통 수요를 과다 예측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부산~김해 경전철은 2002년 12월 당시 개통 연도의 수요 예상치가 하루 17만6000명, 최종 연도는 34만여명이었다. 그러나 개통 후 한 달간 실제로 이 노선을 이용한 승객은 하루 평균 3만1000명에 그쳤다. 재분석한 개통 이후 최종 연도까지 추정 승객도 5만~10만명에 그쳤다.

용인 경전철은 사업협약 때 개통 연도 1일 예상 승객이 14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으나 현 시점에서는 3만2000~7만2000명으로 수정됐다. 의정부 경전철 역시 현 시점에서는 하루 5만7000명이 탑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업 초기에는 7만9000명으로 수요가 과대 포장됐다.

경전철 사업을 시장·군수 등 기초자치단체장 결정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역의 교통 수요나 재정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지역개발에 대한 주민의 기대심리에 편승, 지자체가 선심성으로 추진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하남 경전철은 부대사업인 택지개발이 정부의 개발제한구역 해제 없이는 불가능함에도 추진하다가 결국 사업이 중단됐다.

지방자치단체의 사업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다. 민간업체의 사업계획서를 평가하거나 시공을 관리하는 등 전반적인 추진과정을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검토하기에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정 지역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해 인근 도시와의 연계가 부족한 경우도 많다. 용인 경전철은 구갈에서 에버랜드까지 노선이 결정됐다. 그러나 용인시와 인접한 수원시(광교 테크노밸리) 주민들의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채 노선이 결정돼 용인시와 수원시 간 통행을 위해서는 여러 번의 환승이 필요하다. 수원 경전철은 신분당선 연장선인 광교~호매실 구간 노선이 상당 부분 중첩돼 있다.

보고서는 "지자체 주도의 경전철 사업은 지자체가 전문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고. 중앙정부가 지자체가 수립한 계획을 검토하고 확정하는 단계에서 관리·감독 기능을 성실하게 수행하지 못한 결과 효율적인 노선 설정이나 상위 계획과의 연계성 부족 등 비효율적인 면이 한계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해 '경전철 민자사업 업무처리 지침'을 마련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도시철도법 등 관련 법에 경전철의 법적 개념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일반 지하철 규정을 따르게 돼 있어 역사 대합실이나 화장실 등이 필요 이상으로 과다하게 설계돼 사업비가 늘어 경제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 교통 수요 부풀리기 등을 막기 위한 합리적인 처벌규정을 만드는 등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오창민 기자 riski@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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