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 부동산가격 심각하게 왜곡"

2012. 3. 2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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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정책과 포퓰리즘' 토론회투기세력·실수요자 이분법'편가르기'식 규제는 잘못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 거래는 살아나지 않고 전셋값만 치솟으면서 세입자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야 정치권이 전·월세 상한제 등을 총선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발족한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대책연구회 '아큐파이(Occupy) 포퓰리즘'은 21일 '부동산 정책과 포퓰리즘'을 주제로 제6차 토론회를 가졌다.

◆'보금자리'는 대표적 포퓰리즘

주제발표자로 나선 정성훈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보금자리주택을 대표적인 포퓰리즘으로 규정했다. 보금자리주택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재정 또는 기금을 지원해 싼 가격으로 분양 또는 임대로 공급하는 주택을 말한다.

정 교수는 "보금자리주택은 단일 사업으로 규모가 가장 크고 100조원 이상 재원이 들어갈 예정"이라며 "부동산 가격을 심각하게 왜곡시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취지로 출발했지만 서민들이 입주하기에 너무 비싸 이도저도 아닌 정책이 됐다"고 비판했다.

고일두 서울산업대 교수는 "보금자리주택에 수요가 몰리자 건설사들의 공급 물량이 줄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가격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월세 상한제는 반시장적

여야가 총선 공약으로 내놓은 전·월세 상한제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전·월세 상한제는 여당과 야당 모두 인상률을 5%로 제한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손재영 건국대 교수는 "전·월세 상한제가 시행되면 시장에 혼란이 커지고 예측 가능성이 사라질 것"이라며 "사계약으로 하는 주택 임대까지 정부가 규제하는 것은 과도한 사유재산권 침해"라고 강조했다.

조영기 고려대 교수는 "전·월세 상한제는 전세물량 공급을 감소시켜 세입자 부담만 키울 수 있다"며 "비슷한 제도를 도입한 프랑스 등에서도 이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지규현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선거 때문에 '제2의 보금자리주택' 같은 선심성 부동산 정책이 또 등장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원희 한경대 교수는 "주거 복지 차원이라면 임대 사업을 전담하는 가칭 '복지청'을 보건복지부 산하에 두는 것도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분법적 '편가르기' 중단해야

손재영 교수는 부동산 시장의 포퓰리즘을 막으려면 '편가르기'부터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편가르기는 1960년대부터 있었는데 주로 땅 부자들이 대상이었다"며 "하지만 참여정부 이후 다주택자들이 집중 타깃이 되면서 반시장적인 규제들이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던 이명박 정부 역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지 않았다"며 "이 같은 눈치보기가 있는 한 포퓰리즘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성훈 교수는 "부동산 정책의 목표를 주택가격 안정에 두다 보니 정상적인 시장 기능까지 통제하고 있다"며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광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부동산도 하나의 '시장'인데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며 "정부는 주거 복지만 챙기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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