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부자 지갑 열어 임대주택 문제 풀자
[중앙일보 박환용]
박환용경원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부동산대책을 발표해왔다. 하지만 이를 따뜻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시선들이 있는 것 같다. 특정 지역 중심이고 집을 여러 채 가진 부자들을 위한 조치라는 평가가 그것이다. 실제로 대책에는 서울 강남 3구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뉴타운사업 국고지원 확대, 생애최초 주택자금 대출 1년 연장과 금리 인하에 관한 내용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은 것 같다. 또 전·월세 가구의 주거지원을 위해 전세임대주택을 지난해보다 많은 2만5000호를 공급하고 도시 내 중소형·임대주택 건설을 위해 분양 토지를 5년 및 10년 임대로 전환한다는 것도 관심 밖이다.
정부 대책은 과연 시장소외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무엇을 제시하였는가. 그 답은 지난 전·월세 대책 발표 때 시중 여론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중론은 대책이 너무 중장기적이어서 당장 시장을 안정시키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었다. 사실 그러했다.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면 매매가격이 급등할 때와는 달리 주택소비자를 보호할 방법이 매우 제한적이다. 임대료를 동결하는 방안은 이미 선진 외국에서 드러났듯 집을 빌리는 사람의 손해로 귀착된다. 결국 중장기적으로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만이 저소득층과 임차인을 보호할 수 있다.
임대주택은 LH공사 등 공공기관이나 민간부문이 건설해야 한다. 현재 LH는 보금자리 건설만으로도 힘겹고, 공공이 임대주택을 건설할 토지를 확보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다. 결국 민간의 활력을 이용해 민간의 토지에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 폐지는 적절해 보인다. 우선 선진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제도인 데다, 부동산이 급등하던 시기에 도입된 것이다. 이를 폐지한다는 것은 부자들의 지갑을 열게 해서 임대주택의 공급 활로를 확보하겠다는 의미인데, 현재 주택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투기 우려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대주택 물량을 장기적으로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고 지금도 중과를 유예하고 있는 터라 부정적인 효과는 없다고 본다.
또 논란이 되고 있는 강남 3구 투기과열지구 해제는 분양권 전매제한과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를 해제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고 대출 규제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러한 조치는 꽁꽁 얼어있는 서울 주택시장을 녹여보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만약 이런 시도가 성공한다면 서울시의 8만 호 공공임대주택 건설계획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종 상향의 잠실시영아파트 건설계획 승인은 10년 넘게 끈 민원 해결이라는 점과 장기 임대주택 건설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성공적으로 잘 조합된 결과다. 민간 차원의 임대주택 건설을 유도해 엄동설한의 주택건설 시장에 봄날이 올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
가뭄 때 하늘만 쳐다보고 있거나 남의 탓을 해봐야 소용이 없다. 그보다는 저수지를 깊게 파고 물고랑을 손질해 비가 올 때 물을 잘 확보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아무런 소용 없는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했던 것처럼 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계속해야 취약계층인 임차인의 주거안정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박환용 경원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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