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칼럼] 부동산세 부담을 줄여야 할 이유
우리나라에서 임대주택 공급은 다주택자들이 담당한다. 임대주택의 수요와 공급이 모두 주택가격에 영향을 받으므로, 가격상승 전망이 낮으면 공급이 줄고 수요는 늘어서 전·월세 가격은 뛰게 된다. 바로 현재 상황이 그러하다.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를 폐지해서 조금이나마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다주택자들은 투기자이고, 중과세 완화는 투기를 조장할 것이며, 우리나라 부동산세 부담은 국제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등의 반대 의견이 제기된다. 과연 다주택 중과세가 합당한 것인지 살펴보자.
1960년대 중반 이래 정부는 부동산 가격 급등이 투기에 기인한다는 진단을 내리고, 투기를 억제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목표 아래 정책을 운용했다. 부동산 가격급등에 따라 여론이 들끓을 때마다 정부는 무슨 조치든지 취하지 않을 수 없었고, 세금으로 투기를 억제하는 것이 손쉬운 방향이었다.
특히 참여정부는 부동산세 부담을 크게 올리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는 등 부동산 보유세를 대폭 강화해 고가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은 궁극적으로 1% 정도의 실효세(實效稅·현실적으로 납세자가 부담하는 세액)를 부담하도록 목표를 세웠고, 다주택 보유를 전형적 투기행위로 보고 특별히 중과세하도록 양도소득세를 강화했다. 이런 제도개편에 과표현실화가 병행 추진돼 세 부담은 더욱 커졌다.
상당 부분은 학계에서 논의되던 정책제안과 일치하는 듯 보이지만, 가장 과격한 대안들을 보완조치 없이 도입해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예를 들어, 학계에서는 전체 세수를 크게 늘리지 않는 전제 아래 보유과세를 올리고 거래세를 그만큼 낮출 것을 제안하였지만, 참여정부는 보유과세의 세율, 과표, 누진구조를 모두 높이고 거래세는 조금만 낮추어 세 부담을 확 늘렸다. 게다가 정부가 도입한 세제들은 일부 시민단체들의 요구에 따라 더욱 강경한 형태로 수정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 부동산 세금이 워낙 낮으니 좀 올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부동산 조세 부담은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OECD 30개국의 총 세수대비 부동산조세의 비중을 비교해보면 한국이 영국과 더불어 가장 세 부담 수준이 높다(2007년 기준). OECD 평균 총 조세수입 대비 부동산세의 비중은 4.6%인데 비해 우리나라의 비중은 11.7%로 평균의 2.5배가 넘는다. 총 조세수입 대신 GDP나 다른 기준으로 비교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부동산 세금 부담이 크다는 결론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나라의 보유세 비중은 비교적 낮고 거래세의 비중은 세계 1위이다. 보유세가 낮다고 해도 30개국 중 9번째 정도로 상위권이다. 미국을 기준으로 해서 보유세 부담이 시가의 1% 정도가 되도록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보유세 부담을 지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동산에 한이 맺히지 않았다면 거래세도 1등, 보유세도 1등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부동산세의 비중이 전체 조세대비 또는 GDP의 몇 %가 돼야 한다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한 언론인의 칼럼을 인용하면 미국에서 1년 이상 보유한 부동산을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의 세율은 최고 15%이다. 2주택이건 3주택이건 마찬가지다. 뉴질랜드는 부동산 양도세가 아예 없다. 영국은 주택의 보유세(재산세)를 집주인이 아니라 세입자가 낸다. 호주와 캐나다는 증여세가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주택을 살 때 세금(취득세)을 내지 않는다.
나라마다 역사적으로 형성돼 온 사회적 합의에 따라 정부와 민간이 역할을 나누고 정부의 재원충당을 위해 세목 간 비중 조정을 한 결과가 오늘날 조세부담 구조일 것이다. 세수 측면의 필요성이나 기타 정책적 목적에 따라 부동산 세금을 올려야 할 수도 있을 수 있고, 내려야 할 이유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다른 나라보다 우리 부동산세 부담이 지나치게 낮다는 잘못된 근거에서 세금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더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정부가 발표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방침은 김대중 정부의 부동산세제로 되돌아간다는 의미이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참여정부의 부동산 시장이 비상상황이었고 이에 따라 비상조치들이 시행되었다면, 이제 정상으로 돌아갈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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