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르네상스' 큰 틀은 안 바뀔 듯

2011. 6. 1.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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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대표 작품인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까지 표류하는 것일까. 서울시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마곡지구 사업계획을 변경하기로 했다. 마곡지구는 서울 강서구 마곡·가양동 일대 366만5336㎡ 규모의 미개발 지역이다.

원래 서울시는 마곡지구에 한강과 이어지는 대규모 뱃길을 만들고 주변에 공원, 상업, 업무지구가 들어서는 수변 복합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서울시 재정 문제에다 강서구청의 재검토 입장까지 겹치면서 서울시는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하나로 추진했던 기존 계획을 축소했다.

변경안에 따르면 당초 뱃길로 조성될 구간은 약 20만㎡의 호수로 대신한다. 갑문, 선착장 등의 설치 계획도 빠졌다. 호수는 평상시에는 친수 공간으로 활용되고 집중호우가 쏟아졌을 땐 수해 방지를 위한 저수지 기능을 한다. 뱃길 옆에 만들어질 예정이었던 호수 구간에는 육상 공원이 들어선다.

올림픽대로 지하화 계획은 뱃길 도입 취소로 일단 보류됐다. 서울시는 서남물재생센터 부지 공원화 사업이 끝나고 주변 여건을 고려해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0만7320㎡ 규모의 기존 마곡유수지는 공항·방화동 일대 주변 저지대의 침수 방지를 위해 바닥을 3m 정도 낮추고 공원으로 만들어진다. 유수지 일부는 복개해 공연장 등의 문화시설 건립부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로써 마곡지구 녹지율은 22.2%에서 20.7%로 낮아진다.

서울시가 갑자기 마곡지구 개발안을 바꾼 배경은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재정 문제다. 서울시는 이번 변경안으로 뱃길 건설비 1659억원, 사업비 차입 금융비용 1013억원 등 기존 추산됐던 투자 사업비(6조6918억원) 중 2700여억원을 아낄 수 있다고 봤다. 3.3㎡당 조성원가도 1065만원에서 1000만원 이하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시는 이런 방식으로 조성원가를 낮춰 국내외 기업 투자를 촉진하고 산업단지 조기 활성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자치구,시의회 등 의견 수렴을 거친 뒤 7월에 도시계획위원회심의를 해 개발계획 변경을 결정할 예정이다.

사업비 아껴 기업 투자 촉진 기대

서울시의 변경안으로 자금 문제는 덜었지만 문제는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순항 여부다. 마곡지구가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사업의 핵심 지역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한강르네상스 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분위기에서 마곡지구 변경안으로 사업이 전체적으로 수정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서울시가 지난 1월 내놓은 여의도, 합정, 이촌 등 전략정비구역 개발계획(지구단위계획안)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 지금도 끊이질 않고 있다. 여의도구역의 경우 40%에 달하는 기부채납(개발부지 일부를 지자체에 무상으로 양도하는 것) 비율이 확정되면서 땅을 내줄 수 없다는 주민들 반발이 커지기 시작했다.

합정지구도 분위기가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2009년 '한강 공공성 회복선언'이 나왔을 때만 해도 이 일대 50만3239㎡가 모두 고층 개발될 것으로 알려져 투자 수요가 줄을 이었다. 하지만 실제 지구단위계획안에서는 마포구 합정동 성산중 인근 21만㎡가 고밀 개발에서 갑자기 제외됐다. 건축물 높이 25m 이하 저층 개발지로 개발상 제한을 받게 된다.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전략정비구역(여의도, 이촌, 압구정, 성수, 합정)의 주요 아파트 매매가 시세는 올 초부터 지지부진한 상태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광장아파트 112㎡는 1월에 9억5000만~10억5000만원대가 형성된 이후 가격이 오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강변 유도·전략정비구역이 '제2의 뉴타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곡지구 사업 규모가 축소되더라도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가 순항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고 내다본다. 양용화 외환은행 부동산팀장은 "마곡지구 사업 축소는 부동산 침체 탓이 크다"며 "이익이 있어야 개발이 가능하고 한강르네상스 사업도 진행될 수 있는데 이번 사업 축소는 오히려 마곡지구 개발 여건을 탄탄하게 만들어 사업을 적극 진행하려는 의지로도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태욱 대신증권 부동산전문위원 역시 "국내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마곡지구 조성원가, 분양가를 낮춰 조기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다면 꼭 필요치 않은 부수적인 사업 축소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변경안을 발표했지만 이대로 사업이 축소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최현일 열린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주민, 지역 정치인들 반발 때문에 사업안 변경이 쉽진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부권 개발을 위해 문화 인프라 등을 보강하면서 사업을 더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곡지구 개발 사업은 향후 어떻게 진행될까. 기본 틀은 유지한 채 과도한 비용 투입이 우려되는 사업은 더 축소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양재모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로서는 부동산시장이 호전될 때까지 사업을 미루거나 재검토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간을 최대한 끌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이미 한강 가치 반영돼 투자 주의해야

마곡지구 외에 용산, 여의도, 압구정, 합정동 등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중심지 투자 가치는 여전히 살아 있을까. 전문가들은 당장 투자하기엔 위험이 따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해당 지역 주민들과 서울시 견해차가 심해 프로젝트가 난항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여의도지구는 관심이 높은 편이다. 금융업무 중심지로서 서울국제금융센터, 파크원, 전경련회관 등 굵직굵직한 고층빌딩 개발이 진행 중인 덕분이다. 다만 중층단지가 많아 사업이익을 극대화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합정지구는 사업 규모가 많이 축소된 데다 당인리발전소 이전, 지하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장기전으로 갈 것이란 우려다. 양재모 교수는 "잠실, 여의도 등지 집값에는 이미 한강프리미엄이 반영돼 있고 용산 등 신규 개발 지역은 정체 상태라 단순히 르네상스 개발 호재보다는 해당지 시세 상승폭을 감안해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압구정동 개발안' 효과 있을까1 대 1 재건축 시 소형의무비율 없애 사업성 높아져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의 대표 지역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1만여가구에 대한 재건축안이 나왔다. 서울시는 최근 '압구정동 전략정비구역 개발계획'안을 통해 전체 부지면적의 25%를 공공용지로 기부채납할 경우 최고 50층 높이의 초고층으로 재건축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압구정동 전략정비구역은 서울시가 아파트로 둘러싸인 한강변 일대를 아름다운 스카이라인과 공원 등이 공존하는 친환경주거지로 만들기 위해 2009년부터 추진한 '한강 공공성 회복' 프로젝트 중 하나다.

압구정동 재건축은 그동안 기부채납과 소형주택의무비율 문제로 사업 추진이 지연됐지만 이번 개선안으로 사업 순항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가 연말까지 도시, 건축공동위원회 심의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지구단위계획을 고시하면 내년부터 재건축 사업이 시작될 전망이다.

1976년 개발이 시작된 이후 1980년대 초까지 압구정동에는 아파트 24개 단지, 1만335가구가 순차적으로 들어섰다. 대부분 지은 지 30년이 지나 2006년부터 재건축이 추진됐다. 이번 계획안에 따르면 현재 평균 용적률 198%, 평균 15층인 아파트는 평균 용적률 336%를 적용받아 최고 50층, 평균 40층의 초고층 아파트로 재건축된다.

개발은 3개 구역으로 나뉘어 추진된다. 1구역은 현대백화점 뒤쪽의 현대11~12차 등 5개 단지, 2구역은 현대1~7차 등 10개 단지, 3구역은 한양1~8차 등 9개 단지가 포함된다. 다만 신사중, 현대고 등 8곳의 기존 학교와 현대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은 보존된다.

특히 이번 계획안에서는 논란이었던 소형·임대주택 건립 의무가 면제됐다. 원래 재건축 시 가구 수의 20% 이상을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주택으로 짓는 것을 포함해 60% 이상을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면적 85㎡ 이하로 지어야 한다. 하지만 압구정동 아파트는 중대형이 대부분이라 소형을 60% 이상 지으면 '종전보다 작은 집에 들어간다'며 재건축에 반대했던 주민이 많았다.

서울시는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1 대 1 재건축(잠깐용어 참조)' 조건을 내걸었다. 1 대 1 재건축 방식으로 추진할 때 소형의무비율 적용을 배제하겠다는 것. 이 경우 가구 수는 1만335가구에서 1만2000여가구로 늘어난다.

이번 계획안 발표로 잠잠했던 압구정동 일대 투자 수요가 살아날 수 있다. 재건축이 완료될 경우 삼성동 아이파크를 뛰어넘는 국내 최고가 단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기대도 많다. 물론 사업이 순항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돼도 조합 설립과 시공사 선정 등 절차를 감안하면 실제 착공까지는 적어도 3년 이상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부채납비율에 대한 주민들 반대도 중요한 변수다.

잠깐용어

1 대 1 재건축

전용면적을 기준으로 기존 주택과 같은 크기로 재건축하는 것. 가구 수와는 무관하다. 정부는 재건축 규제 완화 차원에서 전용면적을 10%까지 넓히는 것도 1 대 1로 보기로 했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08호(11.06.01일자) 기사입니다] [화보] 과감한 김민희, 노출에도 아랑곳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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