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진단]③시장이 원하는 '맞춤형'대책 내놔라
[이데일리 박철응 기자] 전세난이 고질화 하고 있다. 최근 2~3년 동안 되풀이 되고 있는 전세 문제는 계절적 국지적 요인을 넘어선다. 집값 상승이 멈추면서 매매로 갈아타는 전세입자가 줄어든 게 결정적인 원인이다. 기존 전세 수요에 신규 수요가 가세하면서 전세난은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고착화하고 있는 전세난, 전세의 월세화 현상, 여기에 따른 맞춤형 대책은 없는지 살펴본다. [편집자]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졌다. 별 다른 대책이 없다던 국토해양부는 여론에 밀려 소형·임대주택 공급 확대, 전세자금 지원 강화 등 전세대책을 오는 13일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발표 전에 일부 알려진 내용으로 봤을 때 전세난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맞춤형 대책으로는 미흡하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는 도시형생활주택의 공급을 늘리고 신혼부부가 전세자금을 빌릴 수 있는 소득요건 등 대출 요건을 다소 완화해줄 방침이다.
◇ 도시형생활주택으론 수요 흡수 못해
우선 정부가 매달리고 있는 도시형생활주택이 최근 전세수요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대부분 원룸형으로 전용면적 20㎡ 이하가 주로 공급되고 있다. 이는 1~2인 가구를 위한 용도일 뿐 아니라 사실상 전세보다는 월세 상품으로 봐야 한다.
최근 전셋값 상승은 중산층용 주택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민은행의 전세가격지수를 보면 2009년말 대비 중형이 8.1% 올라 소형 상승률(7.3%)을 넘어섰다.
도시형생활주택 업계는 주택 수에 포함시키지 않는 기준(현재는 20㎡)을 면적과 무관하게 확대 적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50㎡ 규모로만 지어도 수요층을 훨씬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도심에 많은 물량을 지을 수 있는 토지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도시형생활주택을 통한 공급 확대는 한계가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 공공임대 확대, 미분양 활용책 찾아야
결국 공공임대 물량을 늘리거나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 완화 및 세제지원 등이 보다 근본적인 공급확대책으로 보인다.
정부는 연간 8만가구 가량을 보금자리 임대로 공급할 계획인데, 참여정부가 국민임대주택을 연간 10만가구 규모로 공급한데 비하면 많이 미흡하다. 더구나 보금자리 임대에는 분양 전환을 전제로 한 물량이 많이 포함돼 있어 순수한 임대주택 공급 규모는 더 줄어든다. 따라서 보금자리주택 등에 임대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전세난으로 더욱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을 늘리는 것도 대안으로 꼽힌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시프트에 대한 폭발적 수요가 있으니까 서울지역을 벗어나 수도권으로 확대 공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분양 물량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 역시 검토해볼만 하다. 준공 후 미분양(지난해 11월 말 기준)만 해도 전국적으로 4만6269가구, 이 중 수도권은 8897가구에 이른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분양이나 미입주 물량을 활용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다주택자들에 대한 세제 완화 등을 통해 그런 물량들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임대계약주택` 인센티브로 자율 통제 대안
일각에서는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현행 2년인 계약기간을 4년 혹은 6년으로 늘리거나, 전셋값 상승폭을 제한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제도 시행에 앞서 전셋값을 급등시킬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따라서 강제로 전셋값을 통제하기보다는 인센티브를 통한 자율적 방안도 제기된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집주인이 전셋값을 많이 안 올리기로 하거나 장기계약을 맺으면 양도세 감면 등 인센티브를 주는 `계약임대주택`을 검토할 만하다"면서 "10% 가량만 참여한다고 해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전세자금 지원은 규모 확대보다는 이자율 인하나 대출기간 연장이 실효성 있는 대책이다. 지난해 국토해양부의 전세 및 매매자금 대출 규모 5조7000억원 중 5조2000억원만 소진된 바 있다.
전세자금 대출 이자율의 경우 현재 연 4.5%인데 평균 조달금리가 3.5% 수준이라서 다소 조정 여지가 있고, 기본 2년에 최장 6년까지로 돼 있는 대출기간도 보다 연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으론 궁극적으로 전세난이 주택 구입 기피에 따른 부산물이므로 매매 활성화 외에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분석이 많다.
권주안 연구위원은 "심리적인 면에서 매매로 안 가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므로 사실 뾰족한 대책이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매매를 활성화시키기엔 집값 상승 부담이 크다는 게 딜레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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