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영양실조' 걸린 공룡 공기업

송복규 기자 2010. 7. 2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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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송복규기자]

100억원. 어느 지자체가 행정분야에 투입하는 예산이 아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물고 있는 하루치 이자다. 한국전력을 제치고 단숨에 국내 최대 공기업 자리에 오른 LH의 자산규모는 130조원. 민간기업을 포함해도 삼성그룹에 이어 국내에서 2번째로 덩치가 큰 '공룡 기업'이다. 그런데 이 덩치 큰 기업이 영양실조에 걸려 시름시름 앓고 있다. 118조원에 달한는 부채 때문이다.

최근 성남시가 판교특별회계 전입금 5200억원에 대해 채무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하자 LH는 성남 재개발 등 민간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다. LH 이지송 사장은 "전국 414개 사업장 중 재개발 등 120곳의 주택사업에 대해 구조조정을 서두르겠다"며 "시간을 끌수록 주민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큰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독한 마음을 먹고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LH의 사업중단 선언을 놓고 성남시 모라토리엄에 대한 견제 조치라는 견해도 있지만 이는 LH의 속사정을 모르는 단편적인 해석에 불과하다. LH의 엄청난 부채나 부실한 사업구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LH로 통합되기 전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는 걸까. 토공, 주공 직원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권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영양실조 걸린 공룡 공기업은 1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공식적으로 구조요청(SOS)을 했다.

LH가 방만한 경영을 한 것이 아니다. 경영혁신, 구조조정, 자산매각 등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토공과 주공 시절 떠안은 수익성 떨어지는 각종 국책사업, 특히 지을수록 적자를 보는 임대주택 건설계획이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공익성보다 사업.경영 혁신에 나선 다른 공기업과 달리 공익 중심의 사업에만 집중하다보니 빚이 줄기는 커녕 오히려 늘어났다.

정작 '영양실조 공룡 공기업'을 만들어낸 정부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 몸집을 줄이려고 다이어트(구조조정)하고, 영영분 없는 끼니(보금자리)로 버티고 버티다 SOS를 쳤는데도 거들떠보지 않고 있다. 100조원 넘는 부채를 떠 안기고선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경영상태가 부실한 기업은 퇴출될 수밖에 없다는 경제 논리를 빗대보면 LH는 퇴출 1순위다. 제때 치료제를 쓰지 않았다가 거대 공룡기업 LH가 쓰러진 후의 파장은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다.

LH를 보면 한때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의 멸종이 떠오른다. 공룡 멸종 원인에 대한 논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환경 변화에 적응을 못해서든, 식량이 고갈되서든 멸종된 공룡을 다시 되살릴 수 없는 것 만큼은 확실하다.[관련기사]☞ 이지송 LH사장 "사업 재검토 마무리…서민 피해 대책 마련 중"LH, 고시원·여인숙거주자 등에 임대주택 공급LH, 어떤 사업 포기하고 미루나LH 자금 총동원령… 일부 사업 연기·중단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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