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고성장속에 신음하는 서민경제

2010. 7. 2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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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2분기에도 괜찮은 성적을 거뒀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분기 8.1%에 이어 2분기에도 7.2%의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7.6%로 한국은행의 수정 전망치 7.4%를 웃돌았다. 이는 2000년 상반기 10.8%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경제성장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증가세를 지속한데다 설비투자와 수출이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밝혔다. 한은은 우리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정상 수준 회복에서 더 나아가 확장 국면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까지 진단했다.

하지만 서민경제로 눈을 돌려보면 답답하다. 화려한 지표경기에도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차갑다. 경제 성장의 과실이 대기업과 수출기업에 집중되고 중소기업과 서민층은 소외돼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등 아랫목에서 시작된 온기가 중소기업과 서민 등 윗목으로 퍼지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하지만 양극화가 구조적 문제로 고착화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일단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음은 통계상으로 확인된다.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상류층은 1996년 20.3%에서 2009년 24.1%로 3.8%포인트, 빈곤층은 같은 기간 11.3%에서 19.2%로 7.9%포인트 증가했다. 중산층이 감소하며 결국 우리 사회가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로 양분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대기업들이 조단위의 분기별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언제 도산될 지 모르는 위기에 살얼음위를 걷고 있다. 올해 들어 경기가 회복세를 보였지만 중소기업들의 납품단가가 현실화한 수준은 글로벌 경제위기 때보다 못하다는 조사도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208곳을 대상으로 한 올해 5월 조사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 가격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업체가 44.2%나 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문화는 갈 길이 멀다.

높은 성장률에 맞춰 금리가 인상되면서 서민 가계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가계 부채가 700조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이자 부담이 적지 않은 것이다. 특히 은행에서 외면받는 금융 약자는 제2금융권의 고금리를 감수해야 한다. 한은에 따르면 2금융권의 가계대출 규모는 1분기 말 143조9천억원으로 3년 전 97조9천억원에 비해 47%나 급증했다.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은 금리가 캐피털사와 저축은행이 30%대, 대부업체는 40%대에 달한다. 2금융권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저신용자는 1천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은 살인적인 이자에 하루 하루가 죽을 맛인 것이다. 서민들을 괴롭히는 또 하나는 생활물가다. 소비자 물가는 2%대로 안정돼 있다고 하지만 채소 등 장바구니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연탄 가격과 전기, 가스, 교통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공공요금도 언제 오를지 모르는 상황이다. 소득은 줄고 빚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고금리와 고물가까지 겹치면 서민들의 신음소리가 커질 수 밖에 없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서민경제 살리기에 집중하라"고 지시하고, 정운찬 국무총리가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상생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실무 부서에서 근원적인 처방을 내놓지 못하면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뿐이다. 얼마 전 경제부처 장관들이 부동산거래 활성화 대책을 놓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대통령이 캐피털의 고금리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야 금융당국이 뒤늦게 실태 조사에 나선 것을 보면 정책에 대한 신뢰가 가지 않는다. 이제는 부처간 이기주의를 떠나 서민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서비스업 선진화, 농수산물 가격 안정을 위한 유통구조 개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문화 확산 등도 당국자들이 머리를 맞대면 못 풀 것이 없다. 기존의 서민경제 살리기 정책을 손질하는 수준의 재탕성 대책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귀담아 듣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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