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행복지수 1위는 30대..취업 불안한 20대 앞질러
한경·현대경제硏 조사충남거주 30대 전문직 女 "행복"…이혼한 40~50대 무직 男 "불행"부동산값 하락ㆍ증시 제자리…5억이상 자산가 행복지수 급락
한국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이 2007년 말부터 공동 발표하고 있는 경제 행복지수는 그동안 'V자형'으로 움직여 왔다. 2007년 12월 첫 조사 때 39.9를 기록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12월엔 33.6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작년 6월엔 38.6,12월엔 42.5까지 급속히 상승했다.
지난달 말 경제 행복지수가 다시 소폭 하락한 것은 경기 지표와 체감 경기 사이의 '온도차'가 상당함을 보여준다. '경기 회복을 피부로 느끼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8%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경기 회복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로는 일자리 부족(28.1%) 자산가치 하락(23.5%) 소득 감소(23.0%) 가계빚 증가(18.2%) 등이 꼽혔다. 응답자 대다수(69.1%)가 실질적 경기 회복 시기는 '2011년 하반기 이후'라고 내다봤다. 천안함 사태 등 남북관계 경색에 대해 국민의 90%가량은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충남 '세종시 수정안 폐기 환영'
경기 체감온도는 지역별 · 성별 · 보유 자산별로 크게 달랐다. 전국 16개 시 · 도 중에서는 세종시 원안 추진이 확정된 충남 거주자들의 평균 경제 행복지수(45.9)가 작년 12월 말보다 3.7포인트 상승하며 전국 16개 시 · 도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세종시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정보기술(IT) 분야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제적 안정성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서울(45.6)의 행복지수도 6개월 전 조사 때보다 2.2포인트 상승했다. 원 · 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출경기가 좋아지고 있는 자동차산업이 주력인 울산(45.6)도 높은 행복지수를 유지했다.
지난 조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던 강원과 제주는 이번 조사에선 각각 꼴찌(16위)와 12위로 밀렸다. 강원지역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불안감이 높아졌으며, 제주지역은 조사시점이 여름 휴가철 전이어서 행복지수가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인천지역의 경우 신도시 부동산경기 침체 여파로 행복도가 끝에서 두 번째(15위)로 밀렸다.
성별로는 남성들의 행복지수 하락폭이 여성보다 컸다. 남성의 행복지수는 작년 말 42.8에서 올 6월 39.6으로 뚝 떨어졌다. 반면 여성은 42.2에서 44.6으로 상승했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경기 회복을 기대했던 남성들이 예상과 달리 여전히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소득이 정체되자 실망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20대 미래 전망 어두워져
연령별로는 30대의 경제 행복지수가 1위(46.1)였다. 전기에 1위를 차지했던 20대의 행복지수는 청년실업이 쉽사리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5.5포인트 하락한 44.4를 기록하며 2위로 밀려났다. 20대는 미래 예측지수(158.0)도 전기보다 8.0포인트 줄었다. 40~60대의 경제 행복지수는 전기 대비 각각 1.2포인트,0.1포인트,3.6포인트 상승했지만 고령자일수록 미래 경제 상황을 불안해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불황이 깊을 때 안정성이 부각되며 인기를 끌었던 공무원의 행복지수는 54.8에서 42.8로 미끄러졌다. 경기 회복기엔 민간기업의 임금이 오르는 데 반해 공무원은 계속해서 동결된 영향으로 풀이됐다. 연구원은 이런 차원에서 정부가 최근 발표한 '내년 공무원 급여 인상'방침은 시의적절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전문직의 경제 만족도는 44.5에서 61.0으로 16.5포인트 상승했다. 미래 경제적 행복 예측지수는 전문직이 전기 대비 32.8포인트 높은 169.2,무직군이 24.8포인트 상승한 132.0을 기록했다.
◆부동산 침체로 자산가 만족감 하락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고 증시가 박스권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5억원 이상 자산가의 경제적 행복지수와 미래 경제적 예측지수가 모두 두드러지게 떨어졌다. 10억~20억원대 자산가의 행복지수는 전기보다 7.8포인트 낮은 65.5를 기록했다. 5억~10억원대 자산가와 20억원 이상 자산가의 행복지수도 4.1~4.2포인트씩 줄었다.
지난달 말 현재 가장 경제적으로 행복한 사람은 '충남지역에 거주하는 대졸 이상 학력의 30대 여성이면서 고소득의 전문직이나 주부'였다. 가장 경제적으로 불행한 사람은 '자산과 소득도 낮은 40~50대 이상의 남자로서 이혼이나 사별로 인해 혼자 사는 무직자'로 추정됐다.
유 상무는 "청년층 일자리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서민 중산층에 대한 배려와 부동산시장 연착륙 대책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 용어풀이 ] 경제행복지수
개인이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의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지 평가하는 잣대다. 한국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은 5개의 하위 지수와 전반적 행복감을 종합해 지수를 산출한다. 5개의 하위 지수는 △경제적 안정 △경제적 우위 △경제적 발전 △경제적 평등 △경제적 불안이다. 지수가 100에 가까울수록 행복하고 0에 가까울수록 불행하다고 느낀다는 뜻이다. 조사 대상은 전국의 20세 이상 경제활동 중인 성인 남녀(학생 제외)다. 표본은 지역별 최소 할당과 인구 비례에 의한 배분을 거쳐 추출한다.
▶ 체감경기 싸늘…'경제행복감'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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