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이전 관가 분위기 "갑갑..국내산 기러기 양산"
#사례1.통계청 경제통계국 직원들은 30일 새벽 굵은 비속에서 2시간간 넘게 승합차를 타고 정부과천청사로 달려왔다. 기획재정부에서 5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하기 위해서다. 정부대전청사가 생긴지 오래지만 통계청 직원들이 매달 이렇게 올라오는 경우만 최소 3번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정말 불편하고 비효율적이다"고 전했다.
#사례2. "우린 일단 떨어져 살기로 했어요". 교사 부인을 둔 경제부처 모 과장은 세종시 수정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지난 29일 밤 부인과 상의끝에 애들 문제를 떠나 기본적으로 직장이 떨어지니 주말부부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세종시로 이전해야 하는 정부 부처는 우려했던 바가 현실이 됐다며 걱정이 앞서는 분위기다.
공무원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가족문제와 행정의 비효율이다.
집행 위주인 외청조차도 서울로 올라오는 경우가 허다한데 하물며 정책부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공통된 반응이다.
재정부 고위 간부는 "예컨대 재정부 장관이 서울 명동 은행회관의 집무실을 애용하는 것은 청와대와 국회에 갈 일이 많아 시간을 최대한 아끼려는 차원"이라며 "세종시로 가게되면 시간낭비와 이에 따른 행정의 비효율성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특히 과장급 이상 공무원들은 자녀교육이 걱정이다.
지경부의 모 고참급 과장은 "세종시에 입주할 3년후면 큰 애가 고등학교에 들어간다"면서"주말부부는 감수하겠지만 교육문제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혼자 내려가야할 판"이라고 전했다.
'국내산 기러기'가 대거 양산됨은 물론 불필요하게 집을 한채 더 구해야하는 번거로움도 문제다.
'상관없다'는 반응도 있지만 소수에 그친다.
아직 내 집을 못 구한 사무관급에서는 세종시가 집값이 싸고 생활여건이 좋다는 점을 든다.
미혼인 공무원들은 내심 결혼 문제도 걱정이다.
과천청사의 모 사무관은 "또래 사무관들과 세종시로 가기 전에 빨리 배우자를 만나야겠다는 농반 진반의 얘기를 나눈다"고 전했다.
김형곤ㆍ조현숙 기자/kimh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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