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전후 세번 뻥튀기..재건축 몸값의 비밀

이은아 2009. 8. 2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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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으로 공급확대? 효과는 별로

지난해 하반기 주택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집값 반토막'설이 나올 정도로 빈사상태에 빠져들었다. 더 이상 부동산 투자로 큰돈을 버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경고가 잇달았다. 그러나 올 들어 연초부터 강남 3구 재건축아파트 주도로 시장은 빠른 속도로 회복됐고, 개포주공1단지를 비롯한 주요 재건축 예정 아파트들은 대부분 과거에 기록했던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가격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처럼 재건축은 부동산시장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됐고, 집값 불안의 진원지이자 전 국민의 시기와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1990년대 이전만 해도 부동산 투자는 소위 '복부인'으로 불리는 일부 재력가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크게 늘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대출을 통한 투자에 나서게 됐다. 바야흐로 부동산이 전 국민의 재테크 대상이 된 것이다. 이런 와중에 '강남 부동산 불패'라는 뿌리 깊은 믿음이 가세하면서 재건축은 여전히 부동산시장의 핫이슈다.

◆ 부동산시장의 뜨거운 감자 강남 재건축

= 재건축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무엇보다 큰 폭의 집값 오름세 때문이다. 강남권 집값은 2000년 3.3㎡당 1000만원을 돌파했고, 2003년 재건축 급등으로 3.3㎡당 2000만원을 넘어섰다. 현재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의 경우 3.3㎡당 6000만~7000만원대로 재건축아파트 가격 상승은 가파르게 진행됐다.

지금까지 재건축이 이루어진 단지는 대부분 5층 이하, 소형 평형 중심의 아파트로 이들 단지는 용적률이 높아지면서 고층 아파트로 변신했고 50㎡대의 좁은 아파트가 쾌적한 중대형 아파트로 바뀌었다. 재건축으로 늘어난 아파트는 일반분양해 조합원들이 이익을 나눠 가졌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사장은 "저층ㆍ소형 평형 위주의 재건축단지는 과거 소액을 투자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며 "재건축은 크게 3단계로 진행되는데 단계 단계마다 집값이 올랐다"고 말했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우선 재건축사업추진위원회가 결성될 때 한 차례 상승한다. 기존 용적률과 허용 용적률의 차이만큼이 개발이익으로 확정되면서 평형과 가구 수가 늘어난다는 확실한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2단계 상승은 안전진단 통과 이후 사업추진이 본격화되는 시기에 나타나는데 안전진단 통과, 조합설립 인가, 건축심의, 사업승인 등 절차가 진행되면서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데 따른 것이다.

3단계로 사업 착공 후 일반분양 시점에서 가격이 오르는데 향후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이 높을수록, 시공사의 브랜드 이미지가 높을수록 상승 폭이 커진다. 반대로 사업 추진에 따른 기대감 반영이 끝나거나 정부의 규제대책이 쏟아지면 투기ㆍ투자 수요가 크게 위축되면서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다. 특히 사업 추진 속도와 무관하게 막연한 기대감으로 상승한 단지들은 더 많이 떨어진다.

◆ 휘둘리는 정부 정책

= 재건축이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보니 정부 부동산 정책도 재건축 가격 추이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1987년 재건축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 이후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한 1990년대 초에는 재건축 활성화를 통해 노후 불량주택을 개선하고, 주택공급 효과를 얻기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했다.

2001년 7월 재건축 사업에 대한 소형 주택 의무비율이 부활됐고, 2002년에는 재건축단지 아파트 매입자에 대한 세무조사가 강화됐다. 2003년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사업의 일반분양분 후분양이 의무화됐고, 소형 주택 의무비율이 확대 적용됐다. 2003년 7월부터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시행과 일반주거지 세분화로 재건축과 관련한 새로운 제도들이 시행됐다. 그러나 MB정부 출범 이후에는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는 추세다.

참여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이 신도시 위주였다면, MB정부의 주택공급은 도심 위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는 재건축 소형 평형 의무비율을 완화했다.

재건축할 때 60㎡ 이하 대 61~85㎡ 대 85㎡ 초과 주택 비율을 2대4대4 비율에 따라 짓도록 하던 것을 85㎡ 이하만 60% 이상 지으면 되도록 했다. 다만 서울시의 경우 조례로 기존의 소형 평형 의무비율을 고수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쉬워지도록 관련법이 개정됐다. 그동안 재건축추진위원회가 부담하던 안전진단비용도 시장ㆍ군수가 부담하도록 했다.

◆ 롤러코스터 타는 가격

= 그렇지만 재건축이 항상 오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재건축은 집값 상승기에는 일반 아파트에 비해 빨리 움직이고, 더 큰 폭으로 올랐지만 반대로 금융위기가 찾아오거나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 직격탄을 맞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재건축아파트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는 것은 통계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지난해 10월 강남구 재건축아파트 가격은 6.17% 급락했지만 같은 지역 일반 아파트 가격은 1.25% 하락하는 데 그쳤다. 같은 해 12월에도 강남구 재건축아파트 하락률이 3.74%로 일반 아파트 하락률(2.59%)보다 월등히 높았다. 그러나 올 1월 강남구 재건축아파트는 3.71% 상승하며 급등세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일반 아파트는 여전히 0.32% 하락했다. 이후 재건축아파트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강남구 재건축아파트는 지난 6월 3.71% 상승해 일반 아파트 상승률(0.45%)을 크게 앞질렀다. 현재 사용가치보다 미래의 개발이익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 규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소득보다는 금리변동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 희소가치 여전하지만 사회갈등 원인 되기도

= '살기 위한 집'보다는 투자상품의 성격을 띠고 있는 재건축아파트의 인기는 지속될 수 있을까. 임달호 현도컨설팅 대표는 "핵심은 투자가치"라며 "재건축아파트는 현 시세와 재건축 후 배정받게 될 평형, 주변 아파트 시세 등을 따져보면 어렵지 않게 수익률을 계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학권 사장은 "중층 재건축이나 중대형 위주로 평형이 구성된 단지는 재건축 추진이 쉽지 않은 반면 저층과 소형 평형 위주의 재건축단지와 대지 지분이 넓은 아파트는 여전히 투가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이 가능한 단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희소성이 커 투자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해 재건축 활성화를 유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경제 논리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정서상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5층짜리 아파트가 30층짜리로 변하면서 개발이익을 주택소유자가 다 가져간다는 인식이 대표적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부동산시장에 비경제적인 요인이 개입돼 계급 간 갈등이 빚어지기 시작한 것이 바로 재건축 때문"이라며 "사회ㆍ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재건축 규제를 풀어 공급을 늘릴 수 없는 딜레마가 있다"고 말했다.

[이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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