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재정부장관을 구속하라?
[머니투데이 송복규기자]
며칠 전 서울 강남의 한 식당을 찾았다. 저녁식사를 주문하고 친구와 대화를 나누려는데 옆 테이블이 떠들썩했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 10여명이 모인 자리였다. 그들의 다소 과격한(?) 대화가 들려왔다.
"기획재정부 장관도 미네르바처럼 구속해야 하는거 아닌가? 허위사실을 유포해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으니 이번에도 검찰이 나서겠지?" "오만한 정부와 국회 때문에 국민들만 고생이지 뭐. 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지겠다니 도대체 뭘 어떻게 해주겠다는거야?"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폐지 논란으로 부동산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정부(기획재정부)가 지난달 15일 발표한 양도세 완화 법안이 한달만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양도세 완화 법안은 발표 직후부터 소급 적용된 만큼 백지화될 경우 시장의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양도세 폭탄을 피하려고 수년간 거래를 미뤄왔던 다주택자들은 정부 발표를 믿고 매물을 내놨고 이 중 상당수는 거래됐다. 이미 주택을 처분한 다주택자들은 불안감과 배신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목소리도 있다.
발표 당시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법안의 소급 적용에 대한 우려가 분명히 제기됐다. 정부는 "당정이 사전에 충분히 협의한 만큼 시행에 문제가 없다"며 "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는 경우는 가정해보지 않았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정부가 사전에 충분히 협의했다던 한나라당이 한달만에 입장을 바꾸면서 양도세 완화책은 백지화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이 혼란에 빠지자 정부는 "국회 통과를 전제로 시행된다고 말하지 않은 것이 실수이며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또 다주택자의 주택 거래 현황을 조사하는 등 뒤늦은 수습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은 아직도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오는 29일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양도세 완화 관련 법안으로 표를 잃을까봐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이번 양도세 문제와 관련해 정부의 섣부른 판단과 한나라당의 포퓰리즘이 법정에 간다면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공익을 해치려는 목적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불신이라는 중벌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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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복규기자 clio@<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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