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제한 완화가 도화선, 호가만 '껑충'

이재경 기자 2009. 1. 24.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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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재경기자][[머니위크] 꿈틀대는 강남 재건축]

하락세와 안정세를 구분하는 통상적인 기준은 매수세다.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는 상황에서 가격이 떨어지면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봐야 한다. 가격이 떨어지면서도 매수세가 어느 정도 유지되면 곧 안정세가 된다는 신호다. 그때가 바닥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런 규칙이 전혀 먹히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강남의 재건축단지들이다. 매수세도 없고 거래도 안 되는 상황에서 가격이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곳은 과거에도 이런 현상이 종종 있어왔다.

◆호가만 있고 거래는 없어

앞으로의 투자가치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팔려고 내놓는 사람들은 가격을 점점 높게 부르고 있다. 사려는 사람은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아직도 가격이 높다는 평가로 사기를 꺼려하고 있다.

추락하던 강남 재건축단지 아파트 가격이 다시 오름세로 바뀐 것은 올 초부터다.지난해 정부에서 재건축 제한을 완화한다고 발표했고 그동안 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지켜왔던 서울시에서 지난해 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냈던 것이 도화선이 됐다.

올 들어 보름 만에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약 1억원씩 가격이 올랐다. 거래는 거의 없으므로 팔려는 사람들이 원하는 가격이다. 매수자들이 이 가격을 인정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구입 시기를 저울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우선 1순위 투자처로 꼽혔던 일부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버블세븐지역 지정 전으로 집값이 회귀하면서 이들 단지 매입이 전보다 수월해졌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재건축 규제완화, 대출금리 인하에 이어 강남권 투기지역 해제 방안이 긍정적으로 검토되면서 수그러들었던 재건축 기대심리가 되살아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정부가 약속한 재건축 규제완화는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관련된 법안들이 국회에서 공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시행령을 그에 맞게 정비해야 하는 등 후속조치들이 필요하다.이 때문에 실제로 현장에서 재건축 규제완화의 효과를 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김근옥 부동산뱅크 연구원은 "12월 넷째주 당시 3.3㎡당 평균 3250만원이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은 2006년 3월(3.3㎡당 3280만 원)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 1월 둘째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0.56% 올랐고 지역별로는 강동구가 한주 만에 2.55% 치솟았고 강남구(1.21%), 송파구(0.825) 순으로 가격 상승세를 이었다"고 분석했다.

◆지금 사려면 로열층 급매물 선택해야

대표적인 강남의 재건축 대상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102㎡(31평)형은 급매가 8억2000만~8억5000만원에 나와 있다. 112㎡(34평)형은 10억5000만원의 호가를 부르고 있다.

대치동 E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거래는 없지만 집주인들이 호가를 1억원 정도 올린 상태"라며 "1월 들어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물을 다시 거둬들이거나 호가만 높이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금 당장 집을 사기를 원한다면 로열층의 급매물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하지만 아직은 매수세가 없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조언했다.

개포주공 1단지 42㎡(13평)형은 5억4000만원에 바닥을 찍고 현재 6억8000만원으로 뛰어 올랐고 49㎡(15평)형은 3주 사이 2억원 정도가 올라 8억7000만원에 매물이 나온 상태다.

강동구에서는 둔촌동 주공2ㆍ3단지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12월 중순만 하더라도 3억9000만원 정도 했던 주공3단지 52㎡(16평)형은 1월 둘째주에 5억2000만 원까지 치솟았다.

82㎡(25평)형의 경우 6억1000만원에서 7억5000만원 수준으로 가격대가 새롭게 형성됐다.

둔촌동 W공인 대표는 "금리 인하를 비롯해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들이 추진되면서 최근 3~4주 동안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꽤 늘었다"며 "하지만 거래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가격 또한 몇 주 사이 1억 원 가량이 오른 탓에 또 다시 수요자들이 주춤하고 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송파구 J공인 대표는 "지난해 12월 초부터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졌다"며 "대부분 급한 집들은 거래가 이미 이뤄진 편이고 수요가 많아지자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여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송파구 주공5단지 112㎡(34평)형이 10억5000만원에, 119㎡(36평)형이 12억 5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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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기자 lee@<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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