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사람만 올리고, 살 사람은 기다린다
[머니투데이 문성일기자][[머니위크]11·3 부동산대책 여파는]
MB정부가 불과 10개월 새 참여정부 시절 5년간에 걸쳐 묶어놓았던 재건축 등의 부동산 규제를 대부분 풀었다. 기존 규제가 거래를 막고 공급도 방해하는 등 현 부동산시장 '동맥경화' 현상을 초래하는 주원인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이 같은 표면적 이유 외에 또 다른 속내도 분명 있다. 정치적인 측면과 함께 '금융' 문제가 대표적이다. 강남을 비롯한 지지층의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수요 관망→거래 부진→가격 하락'이란 구조 속에서 자칫 자산가치 하락으로 인해 금융 부실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여기에 MB정부의 핵심 공약인 '도심내 주택 공급 촉진'이란 명분도 있다. 도심 개발은 '도심 집중 억제'를 내세웠던 참여정부의 주거정책 대안으로 신도시 대신 꺼내든 현 정부의 정책 카드다.
이제 이 같은 정책이 어떤 결과를 낳을 지가 관심이다.
◆기대감·불안감 공존…커지는 매도·매수자간 괴리
일각에선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지만, 전체적인 시장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11.3대책 직후 집주인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데 비해, 수요자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최근 근접했던 매도·매수 호가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는 게 이 같은 상황을 보여주는 잣대다. 실제 지난 9월 거래 신고분을 기준으로 8억6500만원까지 떨어졌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의 경우 이후 매도 호가가 8억원 밑으로 곤두박질쳤지만, 소형평형 의무비율 완화와 임대주택 의무비율제 폐지를 담은 11.3대책 발표후 8억원 선을 회복했다. 급급매물이 삽시간에 사라지면서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체적인 재건축 아파트값도 반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아예 상승으로 돌아선 곳도 있다. 물론 호가 중심이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11·3대책이 발표된 지난주 서울 강남구 재건축 아파트값 변동률은 0.26%를 기록했다. 전주 -2.82%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뚜렷한 상승세다. 송파구(-3.47%→-1.09%)와 강동구(-1.61%→ -0.29%)도 내림폭이 크게 둔화됐다.
다만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 같은 분위기는 집주인의 자의적 판단이 절대적이란 점이다. 정작 매수 의사가 있는 수요자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여전하다. 그만큼 매도·매수자간 희망 호가가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매도자와 매수자간의 괴리를 줄이지 않고서는 거래 자체가 어렵다. 실제 집주인들이 9억5000만원을 원하는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112㎡의 경우 거래 가능가격은 9억원대 초반을 넘지 못한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싸야 산다"…매도자 배짱 가격 제시에 매수자 '외면'
수요자들의 '저가 매물 고르기'는 경매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11·3대책 발표 이후 경매를 실시한 은마아파트 112㎡는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 아파트의 이번 최저 입찰가는 10억원으로, 감정가(12억5000만원)의 80%였다.
하지만 수요자들은 이 가격도 비싸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 아파트 호가는 10억~10억5000만원으로, 경매 결과로 보면 수요자들의 희망가격은 10억원 이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매수 희망가격이 낮다는 것은 다른 물건 경매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시기 경매된 대치동 청실아파트 102㎡의 경우 5명이 나서 낙찰자가 선정됐다. 최저입찰가는 감정가(11억원)의 64%인 7억400만원. 이 아파트의 경우 낙찰가는 8억1500만원으로, 감정가의 74%에 그쳤다.
사례가 많지 않지만 이들 경매 물건의 입찰 결과를 살펴보면 매도자와 매수자가 각각 판단하는 적정가는 상당액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경매 결과로만 보면 적어도 수요자들의 희망가격은 감정가의 80% 이하에서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경매에 나온 물건 가운데 1~2차례 유찰된 물건들의 경우 대부분 감정가가 시세를 웃돈다. 떨어진 가격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각종 불안감, 언제 해소되나
수요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시장 불안 요인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물론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이나 불안감은 거의 해소됐다. 즉, 더 이상 규제완화 카드를 꺼내들 수 없을 정도로 "풀 것은 죄다 풀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글로벌 금융위기나 국내 건설의 위기가 채 가시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대폭 내렸지만,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여전히 높다는 것도 수요자들을 위축시키는 원인이다.
특히 현재 위험 신호가 들어와 있는 건설업체들의 부도 가능성도 불안 요인이다. 실제 일부 중견건설사의 경우 올해를 넘기지 못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올해를 지나더라도 내년에 본격적인 불황이 닥칠 수 있다는 잇단 경고도 부담이다.
결국 수요자 입장에선 현 시점에서 매수 타이밍을 잡기가 매우 어렵다. 그나마 매도 의사가 없는 집주인은 차라리 낫다. 이주를 감안할 때 본인 소유 가격만 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망이 불투명할 때는 일단 시장 움직임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일부 움직임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경기 회복에 대한 시그널은 여러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굳이 매수 시점을 앞당기려면 우선 저가 매물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경우 최근 쏟아져 나오는 경매 물건도 좋다. 단기 급등 후 일부 조정 양상을 보이는 지역이나 단지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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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일기자 ssamdd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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