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내년 주택사업 무얼 고민하나?
[머니투데이 이군호기자]#1. 대형건설사인 A사는 내년 주택사업계획과 관련 분양시장이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어 분양사업은 최대한 억제하기로 했다. 대신 신규수주는 재개발ㆍ재건축에 올인하기로 했다. 건설업계는 내년부터 3년간 총 30조원대의 재개발ㆍ재건축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 중견건설사인 B사는 내주로 잡혀있던 내년 주택사업계획 수립을 위한 임원회의를 12월 초로 연기했다. 내년 주택사업 매출액을 추산하려면 대강의 분양가를 산정해야 하는데 최근 일부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인하하기 시작하면서 분양가 산정에 고민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자금조달계획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도 임원회의를 미룬 이유중 하나다.
건설업체들이 내년 주택사업계획을 놓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신규 분양시장이 사실상 개점휴업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내년 분양사업은 최대한 자제
건설사들은 내년 신규 분양사업을 최대한 자제한다는 계획이다.
분양권 전매제한과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 부동산 거래를 옥죄는 규제중 상당수가 풀렸지만 신규 분양아파트보다 미분양아파트로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건설업체들이 미분양아파트 해소를 위해 분양가 인하를 포함한 다양한 판촉전을 펴고 있어 상대적으로 신규분양아파트의 투자 메리트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내년으로 미뤘던 지방 분양사업은 재검토하고, 서울ㆍ수도권사업도 분양시기를 내년 말로 예상되는 경기회복 시점까지 연기하기로 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상위 10대 대형건설사들의 분양실적은 계획대비 절반을 밑돌고 있다"며 "이 분위기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포트폴리오가 다양한 대형건설사와 달리 주택비중이 높은 중견건설사들은 고민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중견건설사들은 공공기관으로부터 당첨받은 택지를 재매각할 계획이어서 수도권 택지지구에서의 신규분양 물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또 분양가 인하 추세가 번지면서 내년으로 연기했던 사업의 분양가 인하를 전략적으로 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시행사와의 지루한 신경전이 예고되고 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중견건설사들은 신규사업은 축소하고 기존 사업에서 발생하는 기성매출을 유지하면서 한해를 버티는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건설사들은 신규 택지 매입은 전면 중단키로 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체사업용 땅은 물론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공급하는 공공택지 모두 매입 검토 자체를 안 한다는 계획이다.
◇신규수주 재개발ㆍ재건축 올인
대형건설사들은 줄어드는 시행사도급사업의 수주대신 재개발ㆍ재건축 수주에 올인하기로 했다.
대형건설사들은 내년부터 3년간 300여개 구역에 달하는 재개발ㆍ재건축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구체적으로는 11.3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에 포함된 재건축 규제 완화로 강남 재건축시장에서 시공사 선정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도시및주거환경정비계획이 확정된 서울ㆍ수도권 일대 재개발과 단독주택재건축, 도시환경정비 등의 시공사 선정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토공, 주공, SH공사, 경기도시공사, 인천도시개발공사 등이 총괄사업자로 지정된 재정비촉진지구와 뉴타운 등도 총괄계획 수립이 끝난 이후부터는 건설사들의 수주 리스트에 올라간다.
특히 300여개에 달하는 구역 수는 지방을 제외한 서울ㆍ수도권만 집계한 것이며, 수주금액으로는 연평균 10조원씩 총 30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몰론 정밀한 집계가 아닌 추정치에 불과하지만 건설업계의 바람이 반영된 수치로 볼 수 있다.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간 전국에서 벌어졌던 건설업계의 재개발ㆍ재건축 수주전이 3년이 지난 내년부터 다시 재연될 조짐이다.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내년 주택사업계획과 관련 민간분양사업은 도저히 엄두를 못 내고 있다"며 "리스크가 적은 재개발ㆍ재건축 수주에 올인할 계획이며 특히 연고가 강한 지역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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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군호기자 gu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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