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보금자리'짓는 나는 복받은 사람"

2008. 10. 2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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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대담=채원배 부장, 사진=송희진기자, 정리=김정태기자][[머투초대석]최재덕 대한주택공사 사장]

"주공직원들은 복받은 직장에 다니는 겁니다. 사람을 살리고 도와주는 일을 하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장이 그리 흔하지는 않잖습니까. 좋은 일에 마일리지를 쌓는거죠."

최재덕 주택공사 사장은 지난 7월 2일 취임직후 영구임대아파트와 그룹홈 소년소녀가장 가정을 직접 둘러 본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서민들에게 안정된 집을 갖게 하는 일이야 말로 주공 직원들의 사명이자 존립목적이라는 생각을 다시한번 갖게 된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최 사장은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 차관시절 당시, 임대주택 100만가구 건설 등 서민층 주거복지사업을 직접 추진한 정책 당국 책임자였기에 이 부문에 더욱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주공 사장으로 취임한지 110일. 머니투데이가 언론사로서는 처음으로 최 사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주공ㆍ토공 통합 문제를 비롯해 보금자리주택 등 주공 현안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주공 사장으로 취임하신지 100일 지나셨는데, 정부에서 일하시다가 주공사장을 맡으신 소회를 말씀해 주십시오.

▶지난 30년동안 정부에서 주택, 토지관련 업무를 맡아왔기 때문에 주택공사 업무가 생소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정책업무를 다뤘기 때문에 집행기관으로서의 업무가 처음엔 다소 생소한 점도 있습니다. 항상 새로 배우는 자세로 일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나요.

▶예를 들면 국민임대주택 100만가구 건설계획은 제가 주택도시국장에 재임시절 세웠지만 막상 주공에 와보니 재원문제나 수급의 괴리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마치 지도를 그릴 때와 같은 느낌입니다. 지도를 그동안 전체 5만분의 1로 그려오다 600분의 1, 1200분의 1의 지도를 더 많이 그리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주공과 토공 통합문제가 이슈일 수밖에 없는데, 사장님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통합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국민의 여론조사결과에서도 약 70%가 통합을 찬성하고 있습니다. 양 공사의 기능중복이 심해 국토가 과잉개발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지방미분양 문제도 이같은 요인 중에 하나이구요.

-양기관의 통합으로 얻는 효과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택지조성사업과 주택사업은 한 기관에서 집행하게 되면 분양가를 3.5% 낮출 수 있습니다. 택지부분에서 생기는 이익은 서민주거복지사업에 사용해야 하는게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토공은 통합에 반대하고 있잖습니까.

▶통합이 100%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닐껍니다. 하지만 통합에 따른 장점이 80, 90%에 달한다고 판단하고 결정한 것이 정부입니다. 통합논의는 93년부터 이뤄져 왔고 98년에도 통합을 결정했음에도 선 구조조정 후 통합방식으로 추진되면서 무산된 적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얼마나 많은 신경전과 소모전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이번엔 통합문제를 매듭짓고 제대로 일할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민들에게도 이로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통합이 무산된다면 정부정책의 신뢰도에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서 양기관 통합이 상징적 의미가 큰 만큼 통합돼야 합니다.

-통합공사가 출범하게 되면 본사 이전문제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주공은 진주, 토공은 전주 혁신도시로 이전토록 돼 있는데 통합으로 인해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꽤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정부가 정책적 판단으로 해결해야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다만 사업부문을 나눠 각각 이전하는 것은 통합의 의미가 없습니다.

-경제가 상당히 어려운데 공기업의 지방 이전이 꼭 필요한 것이냐는 목소리도 나오던데요.

▶경제가 어렵다고 국민들과 약속한 정책을 정부 스스로가 깨뜨리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이 정부 정책에 대해 신뢰를 하겠습니까. 일부 공기업의 특수성 때문에 이전에서 제외시킨다는 것은 나쁜 선례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약속은 지켜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9.19대책에서 서민들을 위한 보금자리주택 150만가구 건설계획이 발표됐는데, 주공의 역할이 훨씬 커진 것 같습니다.

▶보금자리주택은 서민이 자기 힘으로 주택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이는 주공의 설립목적과 같습니다. 따라서 주공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보금자리주택 특별법안은 10월 중 국회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책당국과 긴밀한 협조하에 그린벨트 내 택지확보, 직접시공, 사전예약제 등 보금자리주택건설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 중에 있습니다.

-보금자리주택의 성공은 입지와 분양가가 중요한데요.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제가 건설교통부 주택도시국장에 재직할때 서울과 가까운 그린벨트는 풀어서 서민주택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그린벨트 지정목적은 국민 삶의 질을 제고하는데 있는데 지키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라고 봅니다. 땅값이 싸야 분양가나 임대료도 싸지는 것입니다.

특히 서울 주변은 그린벨트라고 보기에는 훼손된 곳이 많습니다. 창고나 비닐하우스가 대부분입니다. 그대로 방치하는 것보다는 의왕청계지구처럼 환경친화적으로 조성하는 게 낫다고 봅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서민들은 직주근접을 원하고 있습니다. 물론 도심 역세권이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제약요건이 많습니다. 서울 반경 20km이내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같은 사업 때문에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요.

▶주로 국민임대주택 건설을 위한 재원마련 때문에 채권발행으로 조달하면서 부채비율이 높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보금자리주택은 국민임대주택 물량이 연간 8만가구에서 4만가구로 줄어드는 대신 사업비 조기회수가 가능한 중소형 공공분양주택물량이 3만가구에서 6만가구로 늘어나기 때문에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방만경영에 대한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부 과잉지적도 있습니다만 전체적으로는 맞는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여건상 공기업 스스로가 구조조정과 긴축경영에 적극 동참해야 합니다.

주공은 공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사장과 임원의 임금을 5%삭감하기로 했습니다. 1,2급 간부직원들도 봉급동결을 결의해 사장의 입장에선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건설부동산시장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회복시기는 내년 하반기는 넘어가야 되지 않겠어요. 다른 경기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주택경기는 당분간은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건설산업은 주택경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토목사업은 정부예산 규모에 영향을 받습니다. 민간이 당분간 어려울 것 같으니까 공기업의 역할이 더 중요합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그만큼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지는 것을 알기 때문에 주공이 적극적으로 나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는데 노력하겠습니다.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

▶주공이 그동안 집장사, 땅장사, 방만경영 등으로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많이 받아온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분양가인하, 임대료, 관리비 절감을 피부로 느낄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습니다. 지탄받을 일은 지양하고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공기업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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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채원배 부장, 사진=송희진기자, 정리=김정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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