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폐합.민영화 대상이 건설업체 '구원투수'로
(서울=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에 따라 통폐합될 운명의 한국토지공사와 민영화될 대한주택보증이 건설업체를 살리기 위해 구원투수로 투입된다.
방만 경영, 업무 중복 등의 이유로 공공기관 정비 차원에서 통폐합되거나 공공기관으로 남아 있을 이유가 없는 것으로 평가받는 기관들이 중대 미션을 부여받은 셈이다.
23일 국토해양부와 한국토지공사 등에 따르면 10.21건설대책에서 주택건설업체가 보유한 토지를 토지공사가 사 주기로 함에 따라 토지공사는 다음달 중에 매입신청을 받기 위한 준비를 진행중이다.
토지공사는 매입을 위한 세부 시행기준을 마련하고 있으며 1차 매입공고를 다음달에 내고 실제 매입은 12월부터 들어갈 계획이다.
1차 매입때는 주택건설업체가 보유한 토지만을 대상으로 하며 향후 시장상황에 따라 2, 3차 매입때는 일반건설업체 및 제조업체가 보유한 땅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토지공사는 재원조달을 위해 3조원 규모의 토지개발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토지공사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4월에도 정부의 방침에 따라 2조6천억원어치의 기업 보유 부동산을 사들인 뒤 매각했으나 결과적으로 3천700억원 가량의 손해를 봤었다.
이와 별개로 토지공사는 다음달중에 주택건설사업자들로부터 공동주택 분양 계약 해지 신청을 받기 위한 실무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계약 해지에 따라 토지공사가 주택건설사업자에게 돌려줘야 할 금액은 2조원 가량될 전망이다.
대한주택보증은 다음달부터 환매조건부로 지방의 미분양주택을 사기 위해 실무 준비를 하고 있다.
여기에는 주택보증의 여유자금 2조원이 전부 투입될 계획으로 미분양때문에 자금난에 시달리는 주택업체에는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토지공사와 주택보증이 투입할 자금 7조원은 10.21대책으로 정부가 투입할 자금 9조2천억원의 76%에 해당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건설업체 지원을 위한 중책을 맡게 된 이들 기관은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방안에 따라 토지공사는 주택공사와 통폐합되고 대한주택보증은 민영화될 운명에 놓였다.
토지공사는 주택공사와 업무가 중복된다는 게 통폐합되는 이유이며 주택보증은 공공기관으로 남겨둘 명분이 약하다는 게 민영화 리스트에 오른 주된 이유이다.
일각에서는 공공기관의 통폐합 또는 민영화가 필요하지만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하는 위기상황인 만큼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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