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랭킹 1위인데도 '통곡의 벽' 과연 김민아는 김가영을 넘을 수 있을까

제주=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2025. 3. 18.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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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SK렌터카-제주특별자치도 PBA 월드 챔피언십 2025' 여자부 결승에서 김민아(왼쪽)와 김가영이 뱅킹 샷을 준비하는 모습. PBA


대한당구연맹(KBF) 여자부 랭킹 1위로 군림했던 김민아(NH농협카드). 2020-21시즌 도중 프로당구(PBA)에 진출한 뒤 적응을 거쳐 2022-23시즌 첫 우승과 지난 시즌 2번 정상에 등극하며 강자로 거듭났다.

하지만 올 시즌 김민아는 부진했다. 정규 시즌 7차 투어까지 16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다. 지난 시즌 여자부 상금 랭킹 2위(6695만 원)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다만 김민아는 올 시즌 막판 살아났다. 정규 시즌 최종 투어인 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에서 첫 결승에 진출했고, 시즌 왕중왕전인 'SK렌터카-제주특별자치도 PBA 월드 챔피언십 2025'에서도 결승에 올랐다. 상금 32위까지만 나서는 왕중왕전에서 4번 만에 이룬 결승 진출이었다.

그러나 김민아는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당구 여제' 김가영(하나카드)에 막혀 우승컵을 들지 못했다. 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에 이어 왕중왕전까지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김민아는 17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왕중왕전 여자부 결승에서 김가영에 세트 스코어 2 대 4로 졌다. 첫 세트를 뺏긴 뒤 2, 3세트를 따내며 전세를 뒤집었지만 승부처였던 5세트를 내주며 무너졌다.

김가영은 무려 7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무적의 시즌'을 완성했다. 상금 1억 원을 더해 여자 선수 최초의 상금 6억 원을 돌파, 6억8180만 원에 이르렀다. 여자부 통산 상금 2위는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우리금융캐피탈)의 2억8182만 원, 김가영은 여자부 최초 3억, 4억, 5억 원 기록을 써왔다. 그야말로 '넘사벽'인 셈이다.

역대 최초 PBA 왕중왕전 3회 우승을 이룬 김가영. PBA


김민아와 김가영의 결정적인 차이는 승부처인 5세트였다. 김가영이 4세트를 따내 2 대 2로 팽팽히 맞선 상황. 5세트는 김가영이 근소하게 앞선 형국으로 김민아도 충분히 역전할 가능성이 있었다. 6이닝에서 김민아는 뒤돌리기 대회전으로 1점을 만회해 5 대 7까지 따라붙었고, 다음 뒤돌리기 배치도 해볼 만했다.

하지만 너무 두껍게 끌어친 나머지 아쉽게 힘이 부족해 득점하지 못했다. 공교롭게 난구 배치로 이어져 김가영의 3뱅크 샷도 실패했다. 김민아는 다시 뒤돌리기 기회를 맞았지만 이번에는 짧게 빠지면서 땅을 쳤다.

여기서 김가영이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했다. 역시 난구 배치에서 기가 막힌 비껴치기로 득점에 성공했다. 김가영은 쉽지 않은 뒤돌리기로 2점째를 따낸 뒤 여세를 몰아 어려운 1뱅크 넣어치기를 과감하게 시도해 세트를 따냈다. 클래스의 차이가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에서 사실상 경기는 끝났다. 6세트 김가영은 잇따라 노련하게 디펜스하며 김민아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여유 있게 득점 행진을 펼친 김가영은 11 대 2로 결승전을 마무리했다.

김민아가 김가영이 지켜보는 가운데 샷을 구사하는 모습. PBA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민아는 높은 벽을 통감했다. 김민아는 "올 시즌 부진했는데 마지막 정규 투어 때는 폼이 아직 덜 올라온 느낌이었지만 이번 대회는 이 정도면 됐다 싶을 만큼 컨디션이 좋았다"면서도 "상대가 가영 언니라 준우승으로밖에 마무리하지 못했다"고 멋쩍게 웃었다.

결국 승부처에서 어떻게 경기하느냐에서 승패가 갈렸다. 김민아는 "가영 언니는 실수가 전혀 없고, 나는 실수하게 되는데 이게 실력 차이가 나는 거라고 느끼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4, 5세트 되면서 이런 점을 느끼기 시작했다"면서 "6세트에는 편한 공을 받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김민아가 '통곡의 벽' 김가영을 넘기 위해서는 무엇을 보완해야 할까. 김민아는 "상대에게 공을 너무 편히 열어주는데 비시즌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고 짚었다. "득점 확률이 떨어지면 수비적, 방어적으로 가야 하는데 너무 공격적으로 치려고 했다"는 것이다.

김민아는 "가영 언니는 상황 판단이 뛰어난 것 같았고, 그래서 후반전에 말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면서 "공격력보다는 다음 공을 위한 디펜스 기술을 연마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가영은 "6세트에 의도한 것도 있었지만 운이 따르면서 디펜스가 됐다"고 겸손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어려운 공도 1~2개 해결했고, 자동으로 수비가 됐다"고 말했다.

연맹 대회를 석권하며 랭킹 1위를 달렸던 김민아. PBA 여자부에서 이미 전설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김가영을 과연 따라잡을 수 있을까.

제주=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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