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출신 엘리트의 반란.." 농구판 머니볼(Money ball)의 성공 비결
2007년 미국 프로농구, 즉 NBA가 한바탕 시끄러워지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좋은 성적과는 거리가 멀었던 휴스턴 로키츠가 농구선수 경험 한 번 없는 서른네 살의 데이터 분석가를 단장으로 선임했기 때문이죠. 새로운 단장의 이름은 대릴 모리. 그가 이전 직장에서 하던 주 업무는 ‘입장권 가격 결정’이었습니다.
대릴 모리는 어떤 사람인가?
로키츠의 새로운 단장이 된 대릴 모리는 어려서부터 숫자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숫자를 편하기 다루기 위해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컴퓨터 과학을 전공했고, MIT 슬론 경영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죠. 이후 그는 컨설팅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숫자에 집중하기 위해서였죠.
그는 숫자만큼이나 스포츠도 좋아했어요. 조금 더 정확히는 스포츠에서 파생되는 ‘숫자 데이터’를 좋아했죠. 그래서 보스턴 레드삭스 인수 협상, 보스턴 셀틱스 컨설팅 등 여러 스포츠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요. 이런 활동이 인연이 되어 2006년 휴스턴 로키츠의 단장보로 스카우트 되게 됩니다. 그리고 1년 뒤인 2007년 로키츠의 단장이 되었죠.
대릴 모리는 팀을 어떻게 바꿨나?
대릴 모리가 로키츠에서 하고자 한 건 자신이 좋아하는 ‘숫자’를 구단 경영 전반에 적용하는 거였어요. 다시 말해, 확률적 사고를 바탕으로 구단을 운영하고자 한 거죠. 여기서 ‘구단 경영 전반’이란 그저 입장권 가격을 결정하거나, 구단의 한해 예산을 정하는 일만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기준을 바탕으로 선수를 영입하거나 트레이드할지, 어떤 전략을 가지고 게임을 운영할지 등 농구팀의 전략과 운영 방향까지 모두 포괄하는 것이었죠.
이전에는 비슷한 사례가 없었을까?
물론 스포츠 업계에 이런 사례가 없지는 않았어요. 대표적인 예가 메이저리그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이룬 성공 사례죠. 영화 《머니볼》의 실제 사례로도 유명한데요. 경험이나 직관이 아닌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수 영입, 경기 출전 여부 등을 결정하는 이른바 세이버메트릭스를 통해 성공을 이뤘죠.
NBA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습니다. ‘배드 보이스’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NBA가 선정한 50인의 위대한 농구선수 중 한 명인 아이제이아 토마스가 은퇴 후 뉴욕 닉스에서 시도한 방법론이죠. 그가 생각하기에 농구는 득점을 많이 한 팀이 이기는 스포츠였어요. 그래서 평균 득점이 높은 선수들로 구성할수록 팀이 승리할 확률이 높아질 거라고 생각했죠. 2004년에 닉스의 사장 겸 단장이 된 토마스는 자신의 생각을 직접 실행에 옮겼습니다.
그리고 실패했죠.
대릴 모리의 확률 접근법은 뭐가 달랐나?
모리는 토마스의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평균 득점 외에 다른 답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시행착오 끝에 모리의 머니볼은 다음과 같이 정리되었습니다. 바로 ‘3점슛, 레이업 슛, 자유투 외의 공격 방식은 가능한 한 지양한다’는 거였죠. 모리가 이런 생각을 한 건 슛 성공률과 득점의 크기 때문이었어요. 즉, 두 지표를 조합해 얻어낸 기댓값이 높은 공격 방식을 집중적으로 시도하는 것이 승리 가능성을 높인다고 보았던 거죠.
대표적인 예로 롱투(long-two), 즉 2점 중거리 슛이 있습니다. 중거리 슛의 성공률은 대략 45% 정도였어요. 다시 말해, 롱 투를 시도했을 때의 기댓값은 2 곱하기 0.45, 즉 0.9점에 불과했죠. 반대로 3점슛의 성공률은 36.2%였습니다. 그러므로 3점슛의 기댓값은 3 곱하기 0.362, 즉 1.086점이었죠. 즉, 모리는 어설프게 성공률을 조금 더 높이려고 롱투를 쏘는 것보다 3점슛을 더 많이 시도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확률적 사고’를 통해 밝혀낸 겁니다.
그의 생각을 받아들인 휴스턴 로키츠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전술을 펼쳤습니다. 하나. 모든 선수가 코트에 넓게 퍼져 서서 공간을 만든다. 둘. 공을 잡은 선수가 골대로 가깝게 돌진하며 슛 찬스를 만든다. 셋. 여의치 않으면 외곽으로 공을 돌려 3점슛을 쏜다.
그래서, 휴스턴 로키츠는 어떻게 됐을까?
모리의 머니볼, 즉 ‘모리볼’은 2007년부터 2020년까지 NBA 전체에서 두 번째로 많은 승리를 챙겼습니다. 스타 선수들이 즐비해 두 차례나 최종 우승을 차지한 샌앤토니오 스퍼스의 바로 뒤를 잇는 기록이었죠.
모두가 모리볼을 좋아한기만 하는 건 아닙니다. 특히 NBA 챔피언이 되어본 적이 없다는 이유로 그의 운영 방식을 비판하는 경우도 많죠. 이는 데이터 기반의 접근법이 운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받는 단기전에서 힘을 쓰기 어렵다는 약점을 그대로 드러낸 결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각도로 모리볼을 바라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모리를 고용한 구단주 레슬리 알렉산더는 2017년에 로키츠를 매각했어요. 매각 비용은 우리돈 약 2조 6,400억 원. 그가 처음 구단을 샀을 때보다 26배나 불어난 가격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