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는 지금 ‘쇠퇴기’… 예술 전문가가 이끌어야

조회 92024. 11. 25.
광주비엔날레 위상 재정립 시급하다- <상> 관객 없는 ‘그들만의 잔치’
창립 30주년 옛 명성 퇴색…국제미술축제 면모 찾기 어려워
콘텐츠 강화·감독 선정·조직 구성 근본적 성찰과 혁신 필요
창립 30주년을 맞은 광주비엔날레가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국제미술의 담론을 견인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전시를 구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북구 용봉동 비엔날레전시관.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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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 1일 폐막을 일주일여 앞둔 광주비엔날레가 창립 30주년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국제미술제의 면모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예전 위상을 되찾고 임팩트 있는 전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정체성 재정립은 물론 콘텐츠 강화, 감독 선정, 조직 구성 등에 있어 근본적인 성찰과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잇따른다.
올해 비엔날레는 전시 65억, 아카이브 해외 전시 12억(베니스비엔날레 광주 홍보관) 등 80억여 원 예산이 투입됐다. 그러나 임팩트 있는 전시 구현이나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는 담론을 제시하는 데는 미흡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또한 감독 선정을 비롯해 조직 문제, 프로그램의 운영 등에서 국제미술제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미술계에서는 비엔날레 재단을 이끌고 있는 수장의 전문성, 차별화된 콘텐츠 부족 등은 개선해야 할 과제로 인식한다.
특히 올해는 역대 가장 많은 31개 국가·기관이 참여하는 파빌리온을 운영했지만 시내 전역에 분산돼 집중도가 떨어지는 데다 수준 높은 전시로는 이어지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평일 파빌리온이 밀집한 양림동 등은 예상외로 관람객 방문이 없어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그동안 광주비엔날레는 세계 5대 비엔날레로 평가받는 등 현대 미술의 대표적인 문화콘텐츠로 주목을 받아왔다. 대한민국에서 처음 문을 연 비엔날레라는 자부심과 위상이 있었다. 특히 올해는 비엔날레 창립 30주년을 맞는 해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 속 비엔날레로 거듭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출발했다.
문화계 인사 A씨는 “현대미술 하면 비엔날레인데 과연 광주비엔날레가 차별화된 전시로 국제 미술계에 존재감을 드러냈는지 의문이다. 더욱이 요즘은 임팩트 있는 전시가 수시로 열리고 있어 웬만한 전시로는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들기 어렵다”며 “예전처럼 비엔날레에 와야만 볼 수 있는 전시를 구현하지 않고는 관람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도슨트 운영이나 작품 디스플레이 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미술계 인사 B 씨는 “우리 문화인 ‘판소리’를 주제로 잡은 것은 나름의 안목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지역사회와 세계와의 연계가 얼마나 유연하게 이뤄지고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했는가는 또 다른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에 어떤 강렬한 메시지를 줬는지 깊이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며 “비엔날레로 인한 예술여행 유입 효과에 대한 분석과 대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비엔날레는 ‘관계의 미학’을 저술할 만큼 소통과 참여를 중요하게 여기는 니콜라 부리오가 감독을 맡아 화제가 됐다. 그러나 ‘판소리’ 주제가 감독이 상정하는 의도와 관객들이 추구하는 주제 사이에 간극이 있었다는 견해가 제기된다.
당초 부리오 감독은 판소리를 통해 동시대 공간을 탐색한다고 강조했다. ‘판소리 본질을 드러내면서 구조화된 오페라 형태를 취한다’는 의도였지만, 공감대 형성은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미술계 인사 C 씨는 “감독은 지구상의 다양한 소리를 작품에 담으려 했다”면서도 “이와 달리 관람객들이 상상하는 판소리의 출발점은 감독의 그것과는 결이 다른 듯했다”고 언급했다.
파빌리온이 본전시에 도움이 되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상존한다. 베니스비엔날레는 명성과 노하우가 있어 충분히 승산이 있지만, 광주비엔날레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재단 측이 돈(임대료 등)을 대고 파빌리온을 무리하게 확장하는 지금과 같은 보여주기식 프로그램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계 인사 D 씨는 “파빌리온을 보기 위해 얼마나 해외에서 광주비엔날레를 찾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중요한 것은 국제적인 관심을 끌 수 있는 퀄리티 높은 콘텐츠와 전시 구현”이라고 강조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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