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사 자본적정성 '착시효과'에 감춰진 부실

(자료=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카드학회 재가공)

캐피탈업계가 자산도 자본도 늘리지 못하면서 자본적정성이 건전해보이는 '착시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시스템의 한 축인 캐피탈업계에서 부실화의 신호가 역력하게 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캐피탈사의 조정자기자본비율은 지난 2020년을 기점으로 반등해 올 1분기 기준 16% 수준을 기록했다.

조정자기자본비율은 조정총자산 대비 조정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신용카드사를 제외한 여신전문금융회사는 조정자기자본비율을 7%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조정자기자본비율이 증가하면 여전사의 자본적정성이 개선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캐피탈사와 함께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로 분류되는 신용카드사에 요구되는 조정자기자본비율은 8% 이상인데, 올 상반기 기준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의 조정자기자본비율은 20.60%로 전년 동기 대비 0.62%포인트 하락했다.

신용카드사와 달리 캐피탈사의 조정자기자본비율이 개선 여지를 보인 셈인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레버리지 배율 하락에 따른 착시효과에 지나지 않는다. 레버리지 배율은 일종의 부채성 비율로 기업의 부채의존도를 알 수 있는 지표다. 레버리지 배율을 계산할 때 자산은 분자, 자본은 분모가 된다. 캐피탈사의 경우 조달 환경 악화로 분모에 해당하는 자본이 늘어나지 않으면서 레버리지 배율은 지난해 말 6.9배에서 올 1분기 6.7배로 소폭 떨어졌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날 한국신용카드학회, 여신금융 TF 주최로 열린 '2023 캐피탈 미래비전 포럼'에서 "캐피탈사들이 잘해서 자본적정성이 좋아졌다기보다 조달 여건이 좋아지지 않으니 레버리지 배율이 떨어져 생긴 현장"이라며 "부채를 늘리지 못해 결과적으로 자본적정성이 좋아진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라고 평가했다.

서 교수는 그러면서 캐피탈사의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악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신 기능이 없는 캐피탈사는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여전사가 발행하는 여신전문금융회사채는 지난해 초 2%대를 유지하다 같은 해 10월께 레고랜드 사태를 거치면서 6%대까지 치솟았다. 이후 하락과 상승을 거듭하던 여전채 금리는 4% 후반대까지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곳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로 실적을 내던 중소형 캐피탈사였다. 부동산 PF 부실 사태로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비싼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전력공사의 한전채 발행량이 늘어나면서 캐피탈사의 채권시장 주목도는 옅어졌다.

국채와 함께 가장 높은 신용등급(AAA)으로 평가되는 특성상 한전채가 시장에 풀리면 다른 채권에 비해 높은 수요를 기록한다. 캐피탈사의 경우 신용등급이 AA+~BBB로 상대적으로 낮아 한전채가 시장에 풀리면 높은 수요를 기록하지 못한다.

자금 조달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캐피탈사는 회사채 발행 대신 만기가 짧은 단기차입금을 들이게 된다. 특히 신용등급이 BBB인 비우량 캐피탈사의 단기차입금 비중이 높은데 이는 금리상승기 이자비용 부담을 높인다. 실제로 한국신용평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분기 이후 캐피탈사의 이자비용은 전분기 대비 12~13%씩 증가하는 추세다.

캐피탈사의 이자비용 증가는 수익성, 자산건전성 악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캐피탈사의 올 1분기 총자산수익률을 보면 전년 동기보다 0.7%P 감소했다. 이 기간 1개월 이상 연체율은 전년 말 대비 0.5%P 상승했다. 2년 전인 2021년 말과 비교하면 0.8%P 올랐다. 중소기업과 개인 대출 연체율 역시 각각 0.9%P, 0.7%P 올라 채무상환 능력 저하 가능성도 엿보인다.

서 교수는 "연체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대출 부실화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며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되면 악성 채권화해 결국 충당금 적립을 요구하게 되고, 이자비용이 증가해 수익성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