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美스트리퍼 여성

영화 '아노라'의 주역 마이키 매디슨

영화 '아노라'에서 스트리퍼 여성 역을 맡은 배우 마이키 매디슨이 화제에 올랐다. 이유인즉슨 '아노라'가 이번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기 때문. '아노라'뿐만 아니라 이번 칸 국제영화제는 여성 서사의 작품들을 다수 택했다.

'아노라'의 한 장면. 공개 이후 아노라 역을 맡은 마이키 매디슨(오른쪽)의 연기력에 대한 극찬이 쏟아졌다. 사진제공=네온
'아노라'·'에밀리아 페레스', 칸 영화제의 선택은 여성 서사

올해 칸 국제영화제의 선택은 숀 베이커 감독의 영화 '아노라(Anora)'였다. 이 작품은 성 노동자를 소재로 한 블랙 코미디로, 숀 베이커 감독은 수상 이후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성 노동자들에게" 상을 바친다고 밝혔다.

26일 새벽(한국시간) 칸 국제영화제가 폐막식을 열고 화려했던 영화 축제의 막을 내렸다.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은 '아노라'에게 돌아갔다. 미국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은 2011년 테런스 맬릭 감독의 '트리 오브 라이프' 이후 13년 만이다.

숀 베이커 감독은 2000년 '포 레터 워즈'로 장편영화 연출 데뷔한 지 24년 만에 세계 최대 규모의 영화제에서 최고 영예를 안았다. 앞서 그는 2017년 '플로리다 프로젝트'로 감독주간에, 2021년 '레드 로켓'로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각각 초청받은 바 있다.

아노라

숀 베이커 감독은 주로 사회적 약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을 선보여왔다.

마이키 매디슨

'아노라'의 주인공 역시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 스트리퍼 아노라(마이키 매디슨)다. 미국 브루클린의 스트리퍼 아노라가 러시아 신흥재벌의 아들을 만나 결혼을 하면서 현대판 '신데렐라'가 될 기회를 얻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는 내용을 그렸다.

이번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바비'의 그레타 거윅 감독은 "'아노라'는 고전영화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며 "마치 에른스트 루비치나 하워드 혹스의 영화처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끌어간다"고 극찬했다.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은 인도의 여성감독인 파얄 카파디아가 연출한 '올 위 이매진 애즈 라이트(All We Imagine as Light)'가 받았다. 뭄바이에서 일하는 두 간호사가 해변 마을로 여행을 떠나는 내용으로, 인도 사회의 여성 억압과 종교 갈등을 비판하면서 인간이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이유를 모색하는 작품이다.

'더 서브스턴스'에서 주연을 맡은 데미 무어. 사진제공=칸 국제영화제

각본상은 데미 무어의 파격적인 연기로 화제를 일으킨 '더 서브스턴스(The Substance)'의 코랄리 파르쟈 감독에게 돌아갔다. 약물을 복용하면서 젊음과 미모를 얻게 되는 주인공의 이야기로, 젊은 여성의 육체에만 환호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를 통해 공개 이후 호평을 받았다.

특히 전성기를 지난 중년배우 역을 맡은 데미 무어의 과감한 열연이 화제를 모으며 영화제 현장에서는 그가 여우주연상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기도 했다.

하지만 칸 국제영화제의 선택은 자크 오디아르 감독이 연출한 뮤지컬 범죄 코미디 영화 '에밀리아 페레스(Emilia Perez)'의 주역들이었다.

'에밀리아 페레스'는 심사위원상과 함께 아드리아나 파즈,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셀레나 고메즈, 조 샐다나가 여우주연상을 공동수상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스페인 배우이기도 한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은 실제 트랜스젠더 배우로, 영화제에서 주요 상을 수상한 최초의 트랜스젠더 배우가 됐다.

이 작품은 당국의 수사를 피하기 위해 자신이 꿈꿔왔던 성전환 수술을 받게 된 멕시코 카르텔의 수장과 그를 돕게 된 여자들에 관한 내용이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출연자 개개인이 뛰어나지만 함께라면 초월적"이라고 이들에게 트로피를 안긴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올해 칸 국제영화제의 주요상은 여성이 서사의 주인공으로 나선 작품에 돌아갔다.

영화 '나도(Moi aussi)'의 한 장면. 사진제공=칸 국제영화제

이는 올해 칸 국제영화제의 화두인 '여성의 목소리'와도 맞닿는 결과다.

배우이자 감독인 쥐디트 고드레슈의 단편영화 '나도(Moi aussi·Me Too)'가 공식 섹션인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의 개막작으로 선보이면서 올해 칸 국제영화제가 프랑스는 물론 세계 영화계계의 '미투(#MeToo·성폭행 피해 고발 운동)' 캠페인에 다시 불을 붙이는 공간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나도'는 1000여명의 성폭력 피해자들을 조명하는 작품으로, 쥐디트 고드레슈를 비롯해 이 작품의 공동 제작자들은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영화제 메인 무대인 팔레 데 페스티벌의 계단에서 두 손으로 입을 가리는 퍼포먼스를 하는 등 존재감을 드러냈다.

영화제 개최 기간 구찌, 발렌시아가 등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케어링 그룹은 '우먼 인 모션(Women In Motion)' 프로그램을 마련해 영화 및 엔터테인먼트업계의 여성 인사들을 초대해 그들의 생각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쥐디트 고드레슈, 줄리안 무어, 케이트 블란쳇, 조 샐다나 등이 연사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