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빈대와의 전쟁 선포
국내 인천, 대구에서 연달아 발견돼 '공포'
최근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는 빈대(베드버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일부 학교에 휴교령을 내리고 긴급 대책회의까지 여는 등 '빈대와의 전쟁'에 한창입니다.
프랑스와 인접한 국가인 영국에서도 잇따라 빈대가 발견되며 유럽 국가들도 빈대 출몰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지켜보고 있는데요. 최근 한국의 인천, 대구 등 주요 도시에서도 빈대가 출몰하고 있어 심상치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한 '빈대와의 전쟁'
휴교령까지 내리는 등 문제 심각
프랑스는 2024년 파리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습니다. 1년도 채 남지 않은 국제대회 개최일이지만 최근 프랑스 파리의 지하철, 고속열차, 공항에 이어 곳곳에서 빈대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이어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10월 7일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교육부 장관은 " 빈대가 다양한 수준에서 발견됐다. 17개 학교에 있다고 생각되며, 현재 7개 학교가 빈대로 문을 닫았다"고 발표했습니다.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10월 5일 파리 12구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 도서관에서 빈대 발견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탐지견을 이용해 학교 곳곳을 살핀 결과 도서관과 교무실 등 여러 곳에서 빈대가 발견되었다고 밝혀졌는데요.
해당 고등학교의 교사와 학생 등 1,300여 명은 등교를 거부해 결국 '휴교'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파리 지역의 발레리 페크레스 교육감은 "탐지견이 이미 건물을 수색했고, 소독 작업을 마무리했다"며 "상황이 잘 통제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탈 장관은 "6만개의 학교 중 빈대가 발견된 학교는 수십 개에 불과하다"면서도 "(빈대 발견)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4시간 이내에 빈대를 퇴치할 수 있도록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프랑스 식품 환경 산업안전보건청(ANSES)이 2023년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부터 2022년까지 프랑스 전역의 10가구 중 1가구 이상에서 빈대가 나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BBC는 "(프랑스의 빈대 관련) 괴담들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빈대 문제가 ‘국가 비상사태’ 수준이 돼 시민들이 지하철 좌석 덮개를 일일이 확인하거나 아예 서서 가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프랑스의 빈대 문제가 컨테이너 무역, 관광, 이민 등 세계화에 의해 급속도로 확산하는 것으로 분석했는데요. 빈대가 살충제에 내성이 생기며 바퀴벌레 개체수가 줄어든 점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파리 인근 영국 런던도 빈대 잇달아 출몰
프랑스의 옆 나라 영국에서는 런던, 맨체스터 일대 대중교통 이용 승객들로부터 ‘빈대 제보’가 계속해서 접수되고 있습니다.
2023년 10월 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지하철 빅토리아 라인을 이용한 한 승객이 자신의 검은 청바지 위에 빈대로 추정되는 벌레가 기어가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자신의 SNS에 게시했는데요.
영상의 주인공은 "빨리 조치를 취했으면 좋겠다"며 런던교통청(TfL)에 대책을 촉구하는 글을 함께 남겼는데요. 해당 영상은 현재 16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빈대는 영국 런던의 버스에서도 발견됐습니다. 10월 9일 버스를 이용하던 한 승객이 빈대가 유리창을 기어오르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SNS에 게시한 것인데요.
이 승객은 게시글에 영국 운송업체 ‘퍼스트버스’의 SNS 계정을 태그했습니다. 퍼스트버스 측은 이 게시글에 직접 답변을 달아 "죄송하다"며 사과하고 승객이 탑승한 버스와 정류장 등을 파악해 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럽 일부 지역의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대중교통에 빈대가 출몰하면서 빈대 확산 공포감이 커지자 대중교통을 관리하는 업체들도 잇따라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한편 영국 해충 방제 협회에는 매년 약 12000건의 빈대 관련 신고가 접수되고 있는데요. 영국 매체는 팬데믹이 끝나며 프랑스와의 교류가 증가하고 국가 간 중고 거래가 증가한 것이 빈대 증가의 요인으로 분석했습니다.
영국 해충 방제 업체인 렌토킬은 지난 9월 발표한 자료에서 지난해에서 올해까지 관찰된 빈대 침입 사례가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비해 65%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10월 14일 인천 찜질방에서 '빈대' 첫 발견
이처럼 유럽의 일부 지역이 빈대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인천 한 사우나에서도 빈대가 무더기로 발견돼 관할 지자체가 방역 조치에 나섰습니다.
곤충 관련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버 ‘다흑’은 2023년 10월 11일 해당 사우나를 방문해 사우나 매트 바닥면과 사이 틈에서 서식하는 빈대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게시했는데요. 영상에는 매트 아래쪽에 살아있는 빈대 여러 마리가 담겼습니다.
영상이 공개되며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인천 서구는 방문 점검을 실시했으며 점검 결과 빈대로 추정되는 벌레 무리를 발견했다고 14일 밝혔습니다. 이 사우나는 평소 해외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약 한 달 전부터 빈대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까지 영업을 이어온 업소는 매월 1회 이상 방역 소독을 시행했고, 전달까지 소독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실제로 인천 서구는 CCTV 영상을 통해 확인한 결과, 매일 탈의실과 부대시설을 청소하는 등 청소가 미흡한 부분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구는 빈대가 발견된 만큼 업소에 경고 조치 등 행정 처분을 내릴 계획입니다.
구 관계자는 "빈대로 인한 추가 피해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업소를 대상으로 경고 조치 등 행정 조치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전문방역업체를 통해 신속한 방역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사우나는 해외 여행객에게 인기 있는 사우나로 알려진 곳이었는데요. 일각에서는 해외 여행객이 급증하며 국내로 빈대가 들어오기 시작했으며 그 개체수는 서서히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대구 계명대학교 기숙사에도 출현
인천 찜질방에 이어 대구의 대학교 기숙사에서도 빈대가 출몰해 논란이 발생했습니다.
2023년 10월 19일 대구 계명대의 익명 커뮤니티에는 신축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한 학생이 "지난달 중순 빈대에게 물린 뒤 피부가 부풀어 올랐다"며 " 증상이 얼굴까지 퍼져 피부과를 찾았는데 고열이 계속됐고 염증 수치가 올라갔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습니다.
학생은 기숙사 침대 매트리스 아래에서 큰 빈대를 찾았다고 폭로하며 사진을 첨부했는데요. 사진에는 빈대로 추정되는 벌레 여러마리가 노란색 매트리스 커버 여기저기에 달라붙어 있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같은 날 또 다른 학생도 "지난 9월 모기에 심하게 물린 줄 알고 피부과에 갔는데 의사도 뭔지 몰랐고, ‘빈대에 물린 거냐’고 물어봤다"고 밝혔습니다. 학생들은 기숙사 행정실에 방역을 요청했는데도 불구하고 "담당이 아니다"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대학 측은 뒤늦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10월 17일 대응에 나섰습니다. 빈대가 나온 생활관의 침대는 폐기했으며 피해 학생은 다른 방으로 재배정했는데요. 18일에는 기숙사동 전수 조사를 실시했으며, 기숙사 침대보 전체를 교체하고 있습니다.
19일 오전엔 방역 업체를 불러 기숙사동을 소독하던 중 긴급 간부 대책회의를 열고 강의실까지 포함해 대학 전체를 소독하기로 지침을 내렸습니다.
계명대 관계자는 "전문가 확인 결과, 빈대가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기숙사뿐만 아니라 강의실을 포함해 대학 전체를 소독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빈대가 발견된 방은 피해 학생이 쓰기 직전 영국 국적의 학생이 사용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빈대 주의보, 더 퍼지는 것 막으려면
빈대는 노린재목 빈댓과에 포함되는 야행성 곤충으로, 몸 길이는 대략 6.5~9㎜ 정도입니다.세계 공통종인 빈대는 주로 야간에 따뜻한 곳에서 사람의 피를 빨아먹습니다. 빈대에 물리면 피부에 붉거나 흰색의 부어오르는 수포나 농포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요. 빈대는 전염병을 옮기지는 않지만 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합니다.
해충 방역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 예전에는 빈대 방역 문의가 한 달에 2,3건이었는데 최근에는 일주일에 2,3건씩 들어온다"며 " 주로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찜질방이나 모텔, 고시원 등에서 빈대가 출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한국에서는 빈대가 흔했지만 1970~80년대 DDT 살충제 도입 등으로 자취를 감췄는데요. 최근 기후 변화와 팬데믹 이후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 살충제에 내성이 생긴 빈대 등장 등의 이유로 국내 곳곳에서 빈대가 퍼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는 " 해외 입국자의 경우 빈대가 여행가방을 통해 유입되는 경우가 많아 입국자 가방에 대한 방역이 필요하다"며 " 외국인이 많이 찾는 시설의 경우 가방을 별도로 보관하는 구역을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외 여행 중 숙소에서 짐가방을 구석 바닥이나 침대와 가까운 곳에 두는 것은 빈대를 집으로 데려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가방이나 옷은 침대 매트리스와 멀리 떨어진 높은 테이블이나 선반에 올려둘 것을 권하고 빈대가 쉽게 발견되는 소파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귀국 후 빈대가 걱정된다면 가져갔던 옷을 세탁하고 50°C 이상의 뜨거운 건조기로 30분 이상 돌리거나 강한 햇볕에 소독하는 것이 좋은데요. 건조기가 없다면 옷을 투명한 밀폐 봉지에 넣고 며칠 보면서 빈대가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고온의 스팀 청소기로 카펫이나 침대를 살균하는 습관은 빈대 뿐아니라 진드기와 같은 해충도 예방할 수 있어 최근 기승을 부리는 빈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수시로 살균하는 습관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빈대는 작고 납작해 작은 공간에 숨을 수 있고 번식력도 강합니다. 또한 살충제 내성도 강하고 먹이 없이도 300일까지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퇴치가 어려운 해충으로 분류되는데요. 국내에서도 '빈대와의 전쟁'이 벌어지기 전 꼼꼼한 살균을 습관화 해두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