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자 세계가 놀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총정리
[아카데미 종합] '오펜하이머' 작품상 등 7관왕, 올해 오스카의 주인공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가'가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오펜하이머'는 작품상 뿐 아니라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촬영상 등 7관왕의 영예를 안으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으로 인정받았다.
'오펜하이머'가 11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LA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
특히 올해 작품상 후보에는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이 연출한 한·미 합작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가 올라 기대를 모았으나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 '오펜하이머' 제작자 "놀란은 유일하고 천재적인 감독"
올해 작품상은 '오펜하이머' '패스트 라이브즈'를 포함해 '아메리칸 픽션'(감독 코드 제퍼슨) '추락의 해부'(감독 쥐스틴 트리에) '바비'(감독 그레타 거윅) '바튼 아카데미'(감독 알렉산더 페인) '플라워 킬링 문'(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마에스트로 번스타인'(감독 브래들리 쿠퍼) '가여운 것들'(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존 오브 인터레스트'(감독 조나단 글레이저)까지 10편의 작품이 경합했다.
작품상 수상 후 무대 위에 오른 크리스토퍼 놀란의 아내이자 제작자인 엠마 토머스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이 순간을 꿈꿀 것"이라며 "이 순간을 오랫동안 바라왔다. 실현이 안 될 것 같았는데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감격했다.
이어 "이 영화가 탄생한 건 놀란 감독과 함께했기 때문"이라며 "유일하고 천재적인 감독에게 감사하다. 우리가 하는 일의 가장 멋진 부분은 팀워크인데, 이번 영화는 정말 훌륭했다"고 돌이켰다.
또 다른 제작자 찰스 로벤은 "20년 넘게 엠마, 놀란과 함께 작업해왔다"며 "5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신나고 황홀한 경험이었다"면서 "훌륭한 팀과 영화를 만드는 건 아주 신나는 경험이다.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오펜하이머'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가장 많은 13개 부문에 후보에 올랐고, 총 7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무엇보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갖춘 영화를 선보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지만 유독 오스카와는 인연이 멀었기에 감독상을 수상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았으나 이변 없이 수상의 영광이 돌아갔다.
지난해 7월 세계 각국에서 개봉한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오펜하이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핵무기 개발을 위해 진행되었던 비밀 프로젝트인 '맨해튼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물리학자로, 영화는 1945년 8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일본에 투하된 원자폭탄을 다뤘다.
영화는 9억5000만 달러(한화 1조2540억원)의 글로벌 수익을 거두며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다. 실존 인물을 그린 전기 영화 중에서는 역대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한국에서는 같은 해 8월15일 개봉해 32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오스카 전초전과 다름없는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5관왕을 차지했고, 제77회 영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도 7관왕을 차지한 바 있다.
● 엠마 스톤 "벨라 백스터로 살 수 있어 감사하다"
주연상은 '오펜하이머'의 킬리언 머피와 '가여운 것들'의 엠마 스톤에게 각각 돌아갔다. 킬리언 머피는 생애 첫 오스카 남우주연상 수상이고, 엠마 스톤은 2017년 영화 '라라랜드'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킬리언 머피는 "(연기생활)20년 통틀어 가장 만족스러운 영화였다"면서 "영화는 원자폭탄을 만드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고 우린 그 사람이 만든 세계에 살고 있지만, 우리 모두 평화를 이 땅에 가져올 수 있게 되길 바란다"는 희망을 덧붙였다.
엠마 스톤은 함께 후보에 오른 배우들에게 영광을 돌린 뒤 연출을 맡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에게 "벨라 백스터로 살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 이 프로젝트에 함께할 수 있게 초대해 줘서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엠마 스톤은 드레스 뒤쪽이 뜯어져 눈길을 끌었다. 그는 "켄(라이언 고슬링) 공연을 볼 때 너무 신났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두 사람은 앞서 '라라랜드'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다.
'오펜하이머'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바튼 아카데미'의 더바인 조이 랜돌프는 데뷔 후 첫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아내인 수잔 다우니에게 감사 인사를 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비밀을 하나 털어놓자면, 내가 이 역할을 원했다"며 "제작자, 출연진, 놀란 감독이 그걸 알아봤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 호흡을 맞춘 킬리언 머피, 에밀리 블런트 등을 언급하며 "덕분에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됐다"고 했다.
'패스트 라이브즈'가 후보에 오른 각본상은 '추락의 해부'가 수상했다.
'추락의 해부'는 감독을 맡은 쥐스틴 트리에와 그의 파트너인 아르튀르 아라리가 공동 집필한 작품으로, 남편의 추락사로 한순간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명 작가 산드라(산드라 휠러)의 이야기다. 치열한 법정 공방 과정에서 드러나는 부부의 갈등과 위기를 그렸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기록한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은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영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포위된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던 종군기자 AP 취재팀이 당시 현장의 참상을 기록했다.
무대에 오른 엠스티슬라브 체르노프 감독은 "나는 역사를, 과거를 바꿀 수 없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특히 여기 앉아 계신 여러분은 가장 재능이 있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라며 "우리가 하는 일은 역사를 바르게 기록하는 일이다. 마리우폴의 시민들,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잊히지 않게 해 달라. 영화는 기억을 만들고 기억은 역사를 형성한다"며 전쟁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진정성 있는 소감으로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세상을 떠난 영화인들을 추모하는 영상에서는 고 이선균의 모습이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타임 투 세이 굿바이'(Time To Say Goodbye) 공연에 맞춰 지난해 세상을 떠난 제인 버킨, 매튜 페리, 티나 터너,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감독과 함께 이선균의 환한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이선균은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등을 수상하며 함께 영광을 누렸다.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작(자)]
▲작품상 : '오펜하이머'(에마 토머스, 찰스 로벤, 크리스토퍼 놀란)
▲남우주연상 : '오펜하이머' 킬리언 머피
▲여우주연상 : '가여운 것들' 엠마 스톤
▲남우조연상 : '오펜하이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여우조연상 : '바튼 아카데미' 더바인 조이 랜돌프
▲감독상 : '오펜하이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각본상 : '추락의 해부' 쥐스틴 트리에, 아르튀르 아라리
▲각색상 : '아메리칸 픽션' 코드 재퍼슨
▲촬영상 : '오펜하이머' 호이트 반 호이테마
▲편집상 : '오펜하이머' 제니퍼 레임
▲미술상 : '가여운 것들' 제임스 프라이스, 쇼나 히스
▲의상상 : '가여운 것들' 홀리 웨딩턴
▲분장상 : '가여운 것들' 나디아 스테이시, 마크 콜리어, 조시 웨스턴
▲음악상 : '오펜하이머' 러드윅 고랜슨
▲주제가상: '바비' 빌리 아일리시, 피니즈 오코넬
▲음향상 : '존 오브 인터레스트' 탄 윌러스, 조니 번
▲시각효과상 : '고질라 마이너스 원' 야마자키 타카시, 시부야 키요코, 타카하시 마사키, 노지마 타쓰지
▲국제 장편영화상 : '존 오브 인터레스트'(감독 조나단 글래이저)
▲장편 애니메이션상 :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단편 애니메이션상 : '워 이즈 오버!'(감독 데이브 멀린스, 브래드 부커)
▲단편영화상 :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이야기'(감독 웨스 앤더슨)
▲장편 다큐멘터리상 : '마리우폴에서의 20일'(감독 엠스티슬라브 체로느프)
▲단편 다큐멘터리상 : '더 라스트 리페어 샵'(감독 벤 프라우드풋, 크리스 보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