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2024] 암·신경질환 열쇠 'miRNA' 발견 앰브로스·러브컨 생리의학상(종합)
2024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단일가닥염기 20여 개로 이뤄진 ‘마이크로 RNA(microRNA)’를 발견한 빅터 앰브로스 미국 메사추세츠 의대 교수(71세)와 게리 러브컨 하버드대 의대 교수(72)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위원회는 다세포 생물의 발달과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RNA를 발견한 두 명의 과학자가 올해 노벨상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7일 밝혔다.
이들은 마이크로RNA 발견을 통해 유전자 발현 조절에 대한 연구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점에 높은 평가를 받았다. 유전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발현되며 발현 원리를 이해하면 우리 몸의 다양한 생리 작용의 비밀을 풀 수 있다.
노벨위원회는 “두 학자는 선형동물인 예쁜꼬마선충에서 마이크로RNA인 lin-4가 lin-14라는 유전자의 메신저리보핵산(mRNA)에 결합해 발현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발견했다”며 “예쁜꼬마선충에서 발견한 이 중요한 발견은 모든 복잡한 생명체에서 필수적인 유전자 발현에 새로운 관점을 더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마이크로RNA는 세포 내에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작은 RNA 분자다. 마이크로RNA의 주요 기능은 mRNA의 번역을 억제하거나 분해해 특정 유전자 발현이 조절되도록 하는 것이다. 인간의 전체 유전자를 운영하는 데는 1000개 이상의 마이크로RNA가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빅터 앰브로스 교수는 1993년 마이크로RNA를 처음 발견한 선구자다. 예쁜꼬마선충에서 마이크로RNA인 lin-4를 발견했다. 마이크로RNA가 mRNA에 결합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으며 lin-4가 mRNA 특정 영역에 상보적으로 결합해 해당 유전자의 번역을 억제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마이크로RNA가 중요한 유전자 발현 조절자로 인간을 포함한 생물에서 세포 발달, 분화, 질병 진행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게리 러브컨 교수는 앰브로스 교수가 발견한 마이크로RNA가 유전자 발현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 대한 이해를 더욱 심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마이크로RNA가 단순한 유전정보 전달자가 아닌 유전자 발현 조절의 중요한 요소임을 밝히고 다양한 생물에서 마이크로RNA의 보편적인 역할을 입증했다.
암, 신경계 질환, 심혈관질환 등 다양한 질병의 발병과 진행에 마이크로RNA가 관여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는 마이크로RNA 발현 패턴이 질병 바이오마커로 활용돼 진단 및 치료 전략에 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송기원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는 "마이크로RNA는 mRNA 발현이 안 되게 하거나 잘라서 없앨 수 있다"면서 "암세포를 발현하는 유전자를 훗날 알게 되면 그 mRNA를 타겟팅해서 마이크로RNA를 이용해 없애는 항암제를 만들거나 암 백신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RNA로 인한 발현 패턴의 변화는 질병 발병 및 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기반으로 한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장수환 서울아산병원 생리학교실 교수는 "두 교수의 연구는 암, 심혈관질환, 그리고 파킨슨병 같은 신경질환 등 다양한 질병에서 유전적 조절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밝힌 데 기여했다"며 "이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기틀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980년대 후반 빅터 앰브로스와 게리 러브컨은 2002년 세포자살유전자를 규명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호비츠 교수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함께 연구한 동료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메달, 증서와 함께 상금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4억3000만원)를 반씩 나눠갖는다. 상금은 스웨덴 과학자 알프레드 노벨이 1896년 사망하며 남긴 유산을 투자한 금액이다. 생리의학상 시상식은 오는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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