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이 1~2인 가구를 겨냥해 운영해온 ‘1인분 주문’ 카테고리 운영을 종료한다. 소액 주문보다는 고단가 주문 중심으로 플랫폼 구조를 개편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소비자는 저렴한 메뉴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지고, 소규모 입점 업체는 노출 기회 축소로 앱 내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7일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29일부터 서울 지역을 시작으로 배민 앱 내 ‘1인분 주문’ 지면이 순차적으로 사라진다. 음식배달 홈 화면의 '1인분도 배달 가능' 배너와 가게배달의 '1인분' 카테고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서울 외 지역의 종료 일정은 추후 공지될 예정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해당 지면은 정비 후 개선된 서비스로 대체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도입된 '1인분 주문 서비스'는 최소 주문금액이 1만2000원 이하인 가게들을 모아 제공해왔다. 소비자는 비교적 저렴한 금액으로 주문 가능한 매장을 쉽게 찾을 수 있었고, 특히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꾸준한 수요를 얻으며 서비스 도입 직후 입점업체의 평균 주문량도 40% 이상 증가했다. 2023년 기준 1인분 주문량은 3년 전보다 4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순차적으로 정리하려는 배민의 결정은 고단가 주문 중심으로 플랫폼 구조를 재편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8000원~1만2000원 수준의 저가 주문은 다양한 가격대의 소비자 수요를 끌어들이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중개 수수료 수익은 제한적이고 배달 인력 운영 등 고정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영업이익(6408억원)은 전년대비 8.4% 감소해 수익성 개선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5.7%p 하락한 14.8%로 나타났다. 매출은 전년보다 26.6% 증가해 4조3226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프로모션 확대와 외주 운영비 증가 등으로 수익성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그러나 저렴한 메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접근성이 낮아지면서 소비자의 선택 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인분 주문 카테고리가 사라진다고 해서 주문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원하는 가격대의 가게를 찾는 데 시간이 더 걸리고 번거로움이 따를 수 있다. 배민 이용자의 77%가 1~2인 가구인 점을 고려하면 불편을 느끼는 소비자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1인분 카테고리가 있었기에 최소 주문금액을 낮게 설정했던 가게들은 조만간 이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소규모 업체들은 경쟁 환경이 변화하면서 플랫폼 내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분식, 도시락, 카페·디저트 등 저가 메뉴를 주로 판매해온 곳들은 비슷한 가격대의 가게들과 함께 노출되며 소비자 유입 효과를 얻어왔지만, 앞으로는 프랜차이즈나 고단가 브랜드와 직접 경쟁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게 된다.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와 노출 빈도로 인해 고객 유입이 어려워지고 결국 배달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브랜드 인지도나 리뷰 수에서 밀리는 소형 매장은 앱 내 노출 기회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주문이 줄면 생존을 위해 가격을 조정하거나 메뉴를 바꿔야 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소비자는 저렴한 메뉴 선택지가 줄고 최소주문금액을 맞추기 위해 원치 않는 소비를 감수하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