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말이야~ 포켓몬 하면 역시 닌텐도 OOO가 갑이었다 이 말이야!" 여기서 OOO에 어떤 제품이 들어가는지 보면 대충 나이를 짐작할 수 있다?
우리의 추억과 동심을 책임져 준 고전 유물들, 닌텐도 휴대용 게임기 시리즈의 역사를 알아보자. 여기서 잠깐! 휴대용 게임기에 대한 추억 여행을 떠나기 전 먼저 필자는 40대(1982년생)임을 미리 밝혀둔다. 이를 감안하고 글을 읽으면 좀 더 내용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자체로 전설! 닌텐도 DS 시리즈
앞서 출시된 닌텐도 휴대용 게임기(게임&워치, 게임보이 등)는 항상 휴대용 게임기 시장에서 범접할 수 없는 인기를 자랑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게이머 기준에서다. 게임을 즐기지 않은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장벽이 존재했고 어필할 수 있는 요소도 부족했다.
일반인들에게도 닌텐도 휴대용 게임기가 인기 있게 된 것은 닌텐도 DS(더블 스크린의 약자, 흔히 NDS라고도 부름)이다. 2004년에 출시된 초창기 닌텐도 DS는 하단 스크린을 터치스크린으로 만들어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투박한 디자인에 이렇다 할 게임도 없어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
▲ 2004년 E3 당시 닌텐도 DS 발표 영상. 당시 현장 분위기를 감상해 보자.
하지만 2007년, 성능과 휴대성을 개선한 닌텐도 DS Lite(NDS Lite)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닌텐도 붐이 일어난다. 특히 한국 닌텐도에서 장동건, 이나영, 송혜교 등 유명 연예인을 대거 기용해 TV CF를 선보이며 게임을 하지 않은 일반인까지도 닌텐도 DS Lite을 접하게 된다.
닌텐도 시리즈는 휴대용 게임기였지만, ‘두뇌 트레이닝’ 같은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타이틀도 선보이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코로나19 때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일으킨 ‘동물의 숲’의 휴대용 게임기 버전도 닌텐도 DS 시리즈에서 처음 선보였다.
▲ 당시 TV에서 방영된 닌텐도 CF. 유명 스타들을 기용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2016년도 실적 발표에 따르면 닌텐도 DS 시리즈(닌텐도 DS, 닌텐도 DS Lite, 닌텐도 DSi)는 총 1억 5402만 대가 전 세계적으로 판매되었다. 이는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2와 쌍벽을 이루는 판매량이자, 아직까지 닌텐도 스위치도 넘지 못한 수치다. 참고로 닌텐도 스위치는 2023년 6월 기준 1억 2,953만 대가 판매되었다.
불법 복제로 몸살 앓아
닌텐도 게임기를 대표하는 타이틀인 ‘슈퍼 마리오’ 시리즈와 ‘포켓몬스터’ 시리즈도 큰 인기를 끌었다. 그야말로 최고의 전성기였다. 참고로 현재는 ‘닌텐도’라고 부르면 대체로 닌텐도 스위치를 의미하지만, 이때는 당연히 닌텐도 DS 시리즈를 의미했다.
어두운 부분도 크게 부각되었다. 게임보이나 GBA(게임보이 어드밴스)에서도 있었던 불법복제 소프트 문제가 닌텐도 DS에서 더 극성을 부렸다. 흔히 R4로 대변되는 닌텐도 DS 게임의 불법복제는 인터넷을 통해 파일을 쉽게 구할 수 있어 더욱 문제가 심각했다. 게다가 기존보다 유저가 많은 만큼 불법복제를 하는 사람도 많았겠지만, TV 드라마나 예능에서도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고 등장하는 등 불법복제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았다.
이에 닌텐도는 2008년(국내는 2010년) 새롭게 발매한 닌텐도 DSi에는 기존 닌텐도 DS에서 사용된 불법복제 칩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드웨어적인 조치를 취했다. 이는 발매 초기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닌텐도 DSi에서도 구동되는 불법복제 칩이 등장했으며, 심지어 닌텐도 DSi 전용 게임도 불법 구동이 가능한 버전까지 등장하면서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3D 디스플레이를 도입한 닌텐도 3DS
새로운 게임기를 출시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하는 닌텐도. 그런 닌텐도가 꺼낸 다음 카드는 3D였다. 2010년쯤 3D 디스플레이가 화제를 모으면서 이를 휴대용 게임기에 적용한 것이다. 3D 디스플레이를 강조하면서 명칭도 닌텐도 3DS가 되었다. 이를 발음하면 ‘닌텐도 쓰리디에스’라고 긴 명칭이 되었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이니셜을 틀어 ‘삼다수’라고 부르곤 했다. 화면이 큰 닌텐도 3DS XL는 보다 큰 화면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어서 ‘큰다수’라고 일컬어졌다.
닌텐도 3DS는 무안경 3D 디스플레이가 적용되어 상당히 독특했지만, 작은 화면을 통해 봐야 했기 때문에 멀미를 유발해 대체로 3D 기능을 끄고 즐기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했는지 3D 디스플레이 기능을 제외한 닌텐도 2DS도 출시되었다.
참고로 닌텐도 3DS는 출시 초기 비싼 가격 때문에 판매가 부진했고 빠르게 가격을 인하하면서 인기를 끌게 되었다. 이때쯤 스마트폰이 인기를 얻으면서 휴대용 게임기의 입지가 줄어들었지만, NDS의 인기 덕분인지 3DS도 어느 정도 인기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닌텐도 DSi에서 도입된 국가 코드를 3DS에도 넣으면서 비난받기도 했다.
3DS에서 큰 인기를 얻은 게임으로는 ‘바이오하자드 레벌레이션스’과 ‘몬스터헌터’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문제는 모두 두 개의 아날로그 스틱을 사용하는 게임이었다는 것. 아날로그 스틱이 한 개밖에 없는 3DS에서의 조작은 불편했기에 아날로그 스틱을 늘릴 수 있는 전용 액세서리 ‘확장 슬라이드 패드’가 출시되기까지 했다.
이건 살 만하다? 뉴 닌텐도 3DS
2015년, 한국닌텐도는 닌텐도 3DS를 개량한 페이스리프트형 모델인 뉴 닌텐도 3DS를 발매했다. 가장 큰 특징은 오른쪽 아날로그 스틱을 대신할 수 있는 C 스틱이 추가된 것이다. 덕분에 조작감이 미묘하지만, 익숙해지면 충분한 성능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또한, 뉴 닌텐도 3DS는 이전 제품보다 성능이 크게 개선되었기 때문에 로딩 속도도 빠르고 프레임도 향상되었다.
뉴 닌텐도 3DS도 큰 버전인 뉴 닌텐도 3DS XL도 출시되면서 뭐라고 간단하게 부를지 사람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이후 IT커뮤니티에서 은유적으로 부르던 명칭은 다음과 같다. 3DS는 '구작다수', 3DS XL은 '구큰다수', 뉴 3DS는 '뉴작다수', 뉴 3DS XL은 '뉴큰다수'로 불렸다.
닌텐도는 뉴 닌텐도 3DS를 통해 비교적 인기가 덜했던 3DS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실제 3DS는 애매해서 구매를 꺼렸던 게이머라도 뉴 3DS는 구매하기도 했다. 때문에 앞서 닌텐도 3DS를 구매한 것을 후회하는 유저들도 더러 있었다.
▲ 뉴 닌텐도 2DS의 플레이 영상. 화면 크기는 닌텐도 뉴 3DS XL과 같지만 3D 기능이 빠졌다.
이후 한국닌텐도는 2017년 7월, 3D 디스플레이를 없앤 뉴 닌텐도 2DS를 발매하였다. 전체적인 성능은 뉴 3DS XL와 큰 차이가 없지만 3D 디스플레이를 제외하고 배터리 용량을 줄여 가성비를 높인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닌텐도 뉴 닌텐도 2DS는 금방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졌다. 2017년 12월, 닌텐도 스위치가 국내 정식 발매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닌텐도가 더 이상 닌텐도 DS 시리즈를 선보이지 않았기에, 해당 제품이 닌텐도 DS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닌텐도 스위치로 새롭게 반등
뉴 닌텐도 3DS가 나름의 호평을 받았지만, 닌텐도 DS 시절과 비교하면 닌텐도 3DS 시리즈의 판매량은 저조했다. 터치스크린이라는 것도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식상해졌고, 3D 디스플레이는 생각보다 반응이 시큰둥해서 차별화된 요소가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닌텐도는 닌텐도 스위치를 통해 새롭게 반등한다. 독특한 형태의 게임기인 스위치는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면서 엄청나게 판매되었고 전용 타이틀의 퀄리티도 높아 큰 인기를 구가했다.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와일드’,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 ‘마리오 카트 8 디럭스’, ‘포켓몬스터’ 시리즈, ‘슈퍼 스매시브라더스 얼티밋’, ‘모여봐요 동물의 숲’, ‘스플래툰’ 등 쟁쟁한 타이틀이 출시되었고 해당 게임들은 모두 다른 플랫폼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판매되었다. (나열한 게임들 모두 기본 1,000만 장 이상 판매됨)
▲ 프로듀서 아오누마 에이지가 플레이하는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
하지만 이제는 스위치도 출시된 지 6년이 넘어가면서 성능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좀 더 구동될 수 있도록 한 배터리 개선판, 휴대용 게임기 기능만 남긴 닌텐도 스위치 라이트(232,700원), 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닌텐도 스위치 OLED(378,400원)등의 베리에이션이 출시되었지만, 기본 성능은 여전히 똑같다. 게이머들은 성능이 더 높은 ‘스위치 2’를 기다리고 있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조은혜 joeun@cowave.kr
글 / 임강호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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