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금융계열사 가운데 삼성화재가 기업가치제고(밸류업) 계획 공시를 먼저 단행하면서 조만간 다른 계열사들도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금융사들과 증권사들은 대형사들 위주로 밸류업 계획 공시를 단행했지만,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지 않던 상황이었다.
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지난해 결산 배당성향을 35% 수준으로 확정하기 위해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 올릴 예정이다. 보통주 1주당 3500원씩 총 3126억원의 현금을 사용할 계획으로, 이를 위한 이사회 결의도 지난달 마쳤다.
배당성향은 벌어들인 순이익 대비 주주들에게 현금으로 얼마씩 나눠줬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삼성증권이 내부적으로 잠정 집계한 지난해 연간 실적을 보면 연결 순이익은 전년 대비 64.2% 증가한 899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2.7% 늘어난 1조2058억원으로 3년여 만에 '1조 클럽'에 다시 들게 됐다.
이를 토대로 추산한 지난해 결산 배당성향은 34.8%가 됐다. 삼성증권은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전부터 최근 5년간 연 평균 35% 안팎의 배당성향을 기록하며 증권 업계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분류돼왔다. 가장 높았던 시기는 2019년과 2020년으로, 38.7%가 최고치였다. 삼성증권의 배당성향은 2016년 28.5%를 끝으로 30% 미만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이러한 가운데 삼성 금융계열사 중 삼성화재는 주주환원율 50%와 자기자본순이익률(ROE) 11~13%를 골자로 한 밸류업 계획을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보험사의 자본력을 보여주는 신지급여력(K-ICS)비율은 220% 수준으로 관리 목표를 설정했다. 주주환원율 50%와 K-ICS비율 220%는 보험 업계 최고 수준이다. 주주환원율은 배당성향을 포함해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에 사용한 현금 비율이다.
이에 따라 삼성증권이 그룹 계열사 기조에 맞춰 밸류업 계획 공시 내용도 비슷한 목표치를 제시할 지 여부가 관전포인트로 떠오른다. 삼성 금융계열사 맏형격인 삼성생명은 이달 20일 콘퍼런스콜때 실적 발표와 함께 밸류업 계획 발표도 진행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삼성생명도 과거에는 배당성향 50%를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삼성증권의 실적 발표를 위한 콘퍼런스콜 예정일은 2월 중순께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계열사인 삼성화재가 밸류업 계획 공시를 진행했지만, 당사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삼성증권의 배당성향 35%는 증권 업계에서도 최고 수준에 속하기 때문에 이를 포함한 주주환원율을 50%로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밸류업 공시를 단행했던 증권사들의 발표 내용을 보면 대부분 배당성향을 포함한 주주환원율 30% 이상, ROE 10% 이상 달성 정도로 요약된다. 이를 수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사업 추진 전략에 대한 내용을 주주들에게 공유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삼성증권의 지난해 ROE는 잠정치 기준으로 약 13.2%다. 지난해를 제외하고 최근 5년 평균 ROE는 10.1%, 10년 평균 ROE는 8.4%에 불과한 만큼 경상적인 ROE 달성 목표치로도 밸류업 공시를 이행한 다른 증권사들보다도 높게 설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대형 증권사들은 지난해에 밸류업 계획 발표를 완료했고, 현재 삼성금융 계열사들만 발표를 앞둔 상황이었다"며 "삼성증권은 현재 배당성향 35%대에서 중장기적으로 50%까지의 확대를 목표하고 있으며, 자사주 계획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임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