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로컬라이저 안테나 설치 위치
로컬라이저 안테나는 활주로 중심선을 기준으로 항공기의 좌우 편차를 안내하는 계기착륙시스템(ILS)의 지상 장비로, 활주로 반대편 끝(Departure End) 약 300m 뒤에 설치되며, 항공기가 착륙 접근 시 올바른 경로를 유지하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ICAO Annex 14 ‘Aerodromes’ 및 Doc 9157(에어로드롬 디자인 매뉴얼), 그리고 FAA Advisory Circular(AC 150/5300-13A 등)에서는, 항공기 운항에 근접한 지점에 설치되는 모든 항행안전시설(NAVAIDS)은 가능한 한 ‘쉽게 부서지는(Frangible) 구조’여야 함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항공기가 활주로나 주변 시설에 충돌했을 때, 구조물이 최대한 쉽게 파손되어(즉, 부러지거나 작게 부서져서) 항공기에 추가적·치명적인 손상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활주로 주변(특히 활주로 양 끝)에는 활주로안전지역(RSA), 활주로접근구역(ROFA, Runway Object Free Area), 활주로최종접근및착륙구역(ROFZ) 등을 설정하여, 항공기가 이탈하거나 착륙 접근 중 고도를 잘못 잡았을 때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사진. 다른 나라들의 로컬라이저 안테나 구조물
다른 나라의 로컬라이저 안테나 사진을 보면, 충돌 시 휘거나 쉽게 부서져 항공기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 바닥에 밀착된 구조로, 항공기와 충돌하더라도 지지대 콘크리트가 직접적인 손상을 주지 않도록 되어 있습니다. 부득이하게 방호벽을 설치해야 하는 경우에도, 벽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재질로 만들어집니다.
실제로, 다른 로컬라이저 안테나 충돌 사고에서 비행기 기체의 속도가 달랐기에 본 참사와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결과적으로 비행기에 미치는 영향은 다소 제한적이었습니다(항공기 폭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아래 사진은 올해 11월 10일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사진. 콜롬비아 보고타 로컬라이저 안테나 충돌 사고(2024.11.10.)
대한항공의 사례도 있습니다. 2022년 10월 24일, 대한항공 KE631편이 필리핀 막탄 세부 국제공항에서 착륙을 시도하다가 활주로를 이탈한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사진. 필리핀 막탄 세부 국제공항 대한항공 사고(2022.10.24.)
위 사진을 보면 로컬라이저 안테나 등 구조물이 지지대 통째로 여객기 위로 올라와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해당 구조물이 무안공항처럼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물이었다면, 비행기는 빠른 속도로 충돌하며 운동에너지가 즉각적으로 구조물과의 충격에너지로 전환되면서 비행기 동체는 급격히 감속하며 충격력을 견디지 못해 심각한 변형과 파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2015년 4월 14일, 아시아나 항공이 일본 히로시마 공항에서 로컬라이저 안테나와 충돌한 사고도 있었습니다. 당시 항공기에는 승객 73명과 승무원 8명, 총 81명이 탑승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고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일본 측 발표에 따르면 부상자는 승객 25명과 승무원 2명을 포함해 총 27명이었습니다. 이처럼 다른 나라들의 여객기-안테나 충돌 사례와 견주어 보았을 때, 무안국제공항의 안테나 둔덕 충돌 및 폭발은 매우 이례적이고 비정상적인 상황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무안국제공항도 로컬라이저 안테나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네이버지도(위성지도)에서 찾은 사진은 아래와 같습니다. 저 안테나 둔덕과 부딪히지 않았다면 다소 약한 외벽에 부딪히고 갈대밭에서 멈추는, '폭발하지 않는'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사진. 무안국제공항 로컬라이저 안테나 둔덕 모습(2018)
아래는 이번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사고 사진입니다. 비행기가 로컬라이저 안테나가 설치된 둔덕과의 충돌로 폭발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진. 여객기 폭발의 직접 원인이 된 콘크리트 둔덕
다른 사진을 보면, 둔덕에서 안테나를 지지하는 콘크리트가 매우 두꺼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진. 로컬라이저 안테나 둔덕 콘크리트 구조물
이번 무안공항 사고에서는 로컬라이저 안테나가 단단하고 두꺼운 콘크리트 구조로 되어 있어, 항공기 충돌 시 운동에너지가 효과적으로 분산되지 못하고 항공기가 심각하게 파손되며 폭발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는 국제 규정에서 요구하는 ‘프랜저블(Frangible)’ 설계 원칙에 어긋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이것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나 미국 연방항공청(FAA) 등에서 정하는 국제 규정을 위반하는 것으로 나온다면, 정부 및 지자체 또한 공항 건설 및 설계 승인 과정에서의 관리·안전 점검 소홀에 대한 책임 주체가 될 것입니다.
로컬라이저 안테나가 국제 규정을 준수하여 부서지기 쉬운(Frangible) 구조로 설계되어 있었다면, 1차 충돌 시 항공기의 운동 에너지가 일부 흡수되어 피해가 감소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후 외벽과의 2차 충돌에서도, 외벽이 충격을 흡수하거나 쉽게 파손되는 재질로 되어 있었다면 항공기가 외벽을 돌파하여 들판에서 멈추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고려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설계는 국제 규정이 지향하는 안전 기준이지만, 실제 사고에 대한 고도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구체적인 검증이 필요합니다.
언론이나 기사를 보면, “활주로가 짧았다”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 같아서 분석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지나치게 단단하여 항공기를 폭발하게까지 한 ‘로컬라이저 안테나’ 구조물에 대한 명확한 해명과 더불어 사건 전체에 대한 명확한 원인 규명 및 보상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