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로 깨운 로터스 DNA : '에메야'와 '엘레트라' [시승기]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의 피트레인에 두 대의 로터스가 나란히 서 있었다. 하나는 우아한 곡선미가 돋보이는 하이퍼 GT 에메야 S, 다른 하나는 날렵한 슈퍼카의 자태를 뽐내는 엘레트라 R.
"끝까지 가속!"
고요 속의 폭풍. 엔진 소리는 없지만, 귓가를 스치는 바람 소리와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움켜쥐는 소리가 온몸을 감싼다. 한 바퀴를 돌고 피트인. 이어 엘레트라 R에 올라탄다.
세 차례의 랩, 그리고 15분여의 짧은 시승. 하지만 그 강렬함은 마치 몇 시간을 달린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로터스가 그리는 전기차의 미래, 그 짧고도 강렬한 순간을 지금부터 펼쳐보고자 한다.
에메야 S: 우아함과 역동성의 조화
612마력의 전기 모터가 만들어내는 순간적인 가속감은 인상적이었다. 4.15초 만에 100km/h에 도달하는 폭발적인 힘은 2.5톤에 달하는 무게를 무색케 했다.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의 긴 직선 주로에서 단숨에 200km/h에 이르렀는데도 불안하기는커녕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며 운전자를 재촉한다.
브레이킹 성능 또한 인상적이었다. 6p 브레이크는 2.5톤이 넘는 차체를 거뜬히 제어했고, 회생 제동 시스템과의 조화도 자연스러웠다. 특히 고속에서 급제동 시 활성화되는 에어 브레이크는 차체를 안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모든 요소들이 어우러져, 에메야 S는 트랙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하이퍼 GT임을 증명했다.
비록 잠깐이었지만, 에메야 S가 일상적인 주행에서의 편안함과 트랙에서의 역동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진정한 의미의 하이퍼 GT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차의 다재다능함은 전기차 시대에도 잃지않은 로터스의 가치를 상징한다.
엘레트라 R: 순수한 아드레날린의 폭발
918마력의 전기 모터는 에메야 S와는 차원이 다른, 폭발적인 성능을 보여줬다. 0-100km/h 가속은 단 2.95초. 그 순간의 G-포스는 내장 기관이 뒤틀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에메야 S도 부담스러운 가속력이었는데, 엘레트라 R은 무서울 정도다.
엘레트라 R 역시 진가는 코너에서 빛을 발했다. 2.7톤에 달하는 무게에도 불구하고, 차체는 마치 레이싱카처럼 코너에 달라붙었고, 정교한 섀시 튜닝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차체를 완벽하게 제어했다. 특히 액티브 리어 윙은 고속 주행 시 놀라운 안정성을 제공했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이 차의 다재다능함이었다. 주행 모드별로 트랙에서 극한의 성능을 발휘하기도 하고, 일반 도로처럼 훌륭한 승차감을 구현하기도 했다. 에어 서스펜션이 노면의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실내의 방음 처리가 뛰어나 고속에서도 정숙성이 유지되었다. 이는 엘레트라 R이 단순한 트랙용 머신이 아닌, 일상에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한 하이퍼 SUV임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918마력이라는 숫자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두 차를 번갈아 타며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강렬함을 느꼈다. 로터스가 그리는 전기차의 미래는 단순히 친환경성에 그치지 않고, 극한의 성능과 주행의 즐거움까지 아우르는 것임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로터스의 새로운 시대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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