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로 깨운 로터스 DNA : '에메야'와 '엘레트라' [시승기]

조회 642024. 11. 28.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의 피트레인에 두 대의 로터스가 나란히 서 있었다. 하나는 우아한 곡선미가 돋보이는 하이퍼 GT 에메야 S, 다른 하나는 날렵한 슈퍼카의 자태를 뽐내는 엘레트라 R.

로터스가 한국에서 최초로 개최하는 트랙데이, 그 중심에 선 두 전기차는 존재감부터 압도적이었다.

"끝까지 가속!"

직선주로를 만나 에메야 S의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았다. 순간 612마력의 전기 모터가 폭발하듯 힘을 쏟아냈다. 불과 4.15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순간, 나는 이미 첫 코너에 진입하고 있었다.

고요 속의 폭풍. 엔진 소리는 없지만, 귓가를 스치는 바람 소리와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움켜쥐는 소리가 온몸을 감싼다. 한 바퀴를 돌고 피트인. 이어 엘레트라 R에 올라탄다.

세 차례의 랩, 그리고 15분여의 짧은 시승. 하지만 그 강렬함은 마치 몇 시간을 달린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로터스가 그리는 전기차의 미래, 그 짧고도 강렬한 순간을 지금부터 펼쳐보고자 한다.

에메야 S: 우아함과 역동성의 조화

운전석에 앉는 순간, 하이퍼 GT의 진수를 경험했다. 우아한 실내는 고급스러운 가죽과 알칸타라로 뒤덮여 있었고,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디지털 디스플레이는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지만 이 차의 진가는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드러났다.

612마력의 전기 모터가 만들어내는 순간적인 가속감은 인상적이었다. 4.15초 만에 100km/h에 도달하는 폭발적인 힘은 2.5톤에 달하는 무게를 무색케 했다.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의 긴 직선 주로에서 단숨에 200km/h에 이르렀는데도 불안하기는커녕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며 운전자를 재촉한다.

곧이어 만난 코너에서 에메야 S의 진가가 더욱 빛을 발했다. 무거운 차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민첩하게 움직였다. 특히 스포츠 모드에서는 서스펜션이 단단해지고 스티어링 반응이 한층 예리해져, 마치 훨씬 작고 가벼운 스포츠카를 모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브레이킹 성능 또한 인상적이었다. 6p 브레이크는 2.5톤이 넘는 차체를 거뜬히 제어했고, 회생 제동 시스템과의 조화도 자연스러웠다. 특히 고속에서 급제동 시 활성화되는 에어 브레이크는 차체를 안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모든 요소들이 어우러져, 에메야 S는 트랙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하이퍼 GT임을 증명했다.

비록 잠깐이었지만, 에메야 S가 일상적인 주행에서의 편안함과 트랙에서의 역동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진정한 의미의 하이퍼 GT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차의 다재다능함은 전기차 시대에도 잃지않은 로터스의 가치를 상징한다.

엘레트라 R: 순수한 아드레날린의 폭발

에메야 S에서 내려 곧바로 엘레트라 R에 올랐다. 외관부터 확연히 달랐다. 날카로운 에어로다이나믹 디자인은 이 차의 목적이 오직 속도뿐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918마력의 전기 모터는 에메야 S와는 차원이 다른, 폭발적인 성능을 보여줬다. 0-100km/h 가속은 단 2.95초. 그 순간의 G-포스는 내장 기관이 뒤틀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에메야 S도 부담스러운 가속력이었는데, 엘레트라 R은 무서울 정도다.

엘레트라 R 역시 진가는 코너에서 빛을 발했다. 2.7톤에 달하는 무게에도 불구하고, 차체는 마치 레이싱카처럼 코너에 달라붙었고, 정교한 섀시 튜닝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차체를 완벽하게 제어했다. 특히 액티브 리어 윙은 고속 주행 시 놀라운 안정성을 제공했다.

조종성 역시 그 크기를 잊게 만들 정도로 날카로웠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다이내밍 핸들링 팩에 포함된 인텔리전트 안티 롤 컨트롤 시스템 덕분에 이 큰 덩치가 기울지 않고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대로 움직여준다. 여기에 액티브 리어 휠 스티어링 시스템까지 더해지며 차의 꽁무니가 마치 앞머리와 동시에 움직이는 듯한 착각까지 일으킨다. 전자식 토크 벡터링은 각 바퀴에 최적의 동력을 배분하여 정확한 코너 진입을 가능케 했고, 스포츠 모드를 체결하자 차체가 더욱 낮아지고 서스펜션이 단단해져, 마치 레이싱카를 모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이 차의 다재다능함이었다. 주행 모드별로 트랙에서 극한의 성능을 발휘하기도 하고, 일반 도로처럼 훌륭한 승차감을 구현하기도 했다. 에어 서스펜션이 노면의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실내의 방음 처리가 뛰어나 고속에서도 정숙성이 유지되었다. 이는 엘레트라 R이 단순한 트랙용 머신이 아닌, 일상에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한 하이퍼 SUV임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918마력이라는 숫자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세 바퀴. 그 짧지만 강렬한 시간 동안 엘레트라 R은 로터스의 레이싱 DNA가 전기차 시대에도 건재함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에메야 S가 일상과 트랙을 아우르는 다재다능함을 보여줬다면, 엘레트라 R은 오직 극한의 퍼포먼스만을 추구하는 순수 스포츠카의 정수를 보여줬다.

두 차를 번갈아 타며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강렬함을 느꼈다. 로터스가 그리는 전기차의 미래는 단순히 친환경성에 그치지 않고, 극한의 성능과 주행의 즐거움까지 아우르는 것임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로터스의 새로운 시대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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