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 발생 및 불완전판매 예방에 만전을 기해 고객 신뢰를 확보하고 외국인 근로자 및 영세·취약기업 지원 등 포용금융을 중소기업 지원과 접목해 IBK 방식의 사회적 책임을 더욱 확대하자."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지난해 8월 창립 63주년을 맞아 강조한 이 같은 '고객신뢰' 공언이 헛구호가 될 위기에 처했다.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올해 1월 240억원의 부당대출 사고 발생을 공시한 데 이어 당국의 조사 결과 882억원으로 규모가 불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마지막 임기를 보내는 김 행장은 '와신상담'하며 이번 위기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발빠르게 쇄신안을 공표하며 손상된 국책은행의 이미지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이다.
기은은 이 같은 업무의 컨트롤타워인 'IBK쇄신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IBK쇄신계획' 실행에 속도를 낸다고 1일 밝혔다. 쇄신위는 이날 오후 첫 회의를 열고 기업은행의 업무 프로세스, 내부통제 및 조직문화 쇄신 방향 등을 논의했다.
쇄신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외부 전문가 3인과 기업은행 준법감시인 및 경영전략 담당 부행장이 내부위원으로 참여한다. 이들은 쇄신계획이 철저하게 이행되는지 점검한 뒤 이사회에 보고해 실행력을 높이기로 했다.
김 행장은 금융당국과 삼성그룹 출신 내부통제 전문가를 쇄신위에 영입해 업무 전반에 관한 고강도 쇄신을 단행할 방침이다. 쇄신위의 초대 위원장으로는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내정됐다. 송창영 변호사와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외부위원으로 확정됐다.
정 교수는 제5대 한국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위원회장과 금융위원회 비상임위원,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위원을 지낸 내부통제 전문가다. 자본시장법과 은행법,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금융 관련 입법에 참여하기도 했다.
송 변호사는 법무법인 세한 파트너변호사로 금융위 시장효율화위원회,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위원, 금융위 혁신금융심사위원회 위원으로 일했다. 김 교수는 국민연금 지배구조개선 자문위원회 위원을 맡았던 자본시장 전문가로 삼성준법감시위원회 등 지배구조와 관련된 다양한 외부 활동을 벌여왔다.
김 행장은 이번 부당대출이 규모도 크고 직원 몇 명의 일탈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이뤄진 점을 뼈아프게 보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는 강력한 후속조치를 바탕으로 재발을 막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사고의 규모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고(730억원) 때보다 크다. 더욱이 기은은 2019년 감사원 감사에서 다수의 대출 관련 문책을 받아 사태가 예견됐음에도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부당대출에는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 28명이 연루됐다. 2017년부터 지난해 기업은행 내부감사에서 적발되기 전까지 7년간 미분양상가 부당대출 알선 등 부정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졌고 비위행위 제보에도 조사 내용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기은의 2월 말 부당대출 잔액은 535억원으로 이 가운데 17.8%인 95억원이 부실화됐다. 금감원은 대출 돌려막기 등이 어려워져 앞으로 부실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행장은 온정주의를 해소하고 무관용 엄벌주의를 적용할 계획이다. 내부고발자를 철저히 보호해 불이익을 막겠다는 것이다.
기은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외부 채널에서 내부자신고를 받으며, 제보자의 익명성 보장도 강화한다. 내부자신고제도 활성화 및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외부 채널에서 내부자신고를 접수하는 시스템을 3월28일 도입했다.
은행 직원들은 소셜컴플라이언스 플랫폼 '케이휘슬' 사이트 또는 QR코드를 이용해 외부 채널에 접속할 수 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 없이 내부비위 등을 준법지원부 소속 담당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 준법지원부는 이 시스템을 활용해 신고자에게 처리 결과 등을 통지한다.
기은은 현직 임직원뿐 아니라 전직 임직원 및 외부인도 위법·부당행위를 제보할 수 있도록 내부자신고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내부제보자들의 불이익을 원천 차단하는 등 제보자 보호를 강화해 자유롭개 내외부에서 신고가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기은 관계자는 "쇄신위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신속하고 지속적인 쇄신계획 실행을 위해 회의를 수시로 개최하는 등 쇄신안의 조기 정착을 위해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