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에서 콘셉트 찾아 풀어낸 성남 주택 ‘산군재山君齋’

조회 3,1832025. 2. 7.
계획안은 단 한 차례의 작업으로 마무리가 됐다. 건축주와 건축가의 마음이 통한 걸까, 아니면 건축가의 능력치가 신의 경지에 오른 걸까? 건축주에게 제시한 최초의 계획안이 일부 기술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그대로 완성안으로 채택된 신박한 경험이었다.

진행 이형우 기자 | 글 자료 건축동인 건축사사무소 | 사진 진효숙 작가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지역지구 보전녹지지역
용도 단독주택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대지면적 1,157㎡(350.60평)
건축면적 230.94㎡(69.98평)
연면적 854.76㎡(259.02평)
지하 482.85㎡(146.32평)
1층 178.74㎡(54.16평)
2층 193.17㎡(58.54평)
건폐율 19.96%
용적률 32.14%
설계기간 2021년 10월 ~ 2022년 5월
시공기간 2022년 6월 ~ 2023년 9월
설계 건축동인 건축사사무소
02-6959-8235, http://choihongjong.com
시공 호산건설㈜
010-8648-2204, http://hosancon.com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석재(비스콘화이트)
벽 - 금속(럭스틸)
데크 - 콘크리트(송판무늬노출)
내부마감 천장 - 석고보드 위 비닐페인트
벽 - 석고보드 위 비닐페인트
바닥 - 원목마루, 대리석
계단실 디딤판 - 대리석
난간 - 강화유리
단열재 지붕 - PF 보드
외벽 - PF 보드
창호 이건창호
난방기구 개별 냉난방
개념 스케치
최초 스케치
신박한 경험
이야기는 어느 웹툰으로부터 시작된다. 건축주는 첫 미팅 후에 “이런 집을 짓고 싶어요”라며 한 웹 사이트의 링크를 보내왔다. 들여다보니 N사에 연재 중이던 ‘호랑이 형님’이라는 유명한 웹툰이었다. 그동안 만나 왔던 대부분의 건축주들은 자신들의 로망을 담은 사진이나 글 혹은 서툴기는 하지만 원하는 내용이 담긴 기초 설계안들을 건네곤 했는데, 이번 건축주는 웹툰을 시작부터 보내온 것이다. 신박했다.
현관 진입구. 적당한 레벨 차는 가로와 집의 영역을 구분한다.
1층부 송판 노출콘크리트 문양과 현관문은 집주인과 함께 고민하며 디테일을 완성했다.
건축주가 보내온 장편의 웹툰을 보기 시작했다. 반쯤 봤을까, ‘아~ 이런 집을 짓기를 원하는구나!’하는 느낌이 왔고 단번에 분석과 조닝, 평면, 3D까지 완성이 됐다. “혹시 원하셨던 것이 이런 집인가요?”첫 계획안을 펼쳐놓고 물었다. “와! 마음에 쏙 들어요. 이대로 짓죠.” 그래도 뭔가는 바꿔야 하지 않나? 다른 더 좋은 안은 없나?’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사실 나도 처음에 그렸던 스케치에 마음이 꽂혀 있던 터였다.
군더더기 없는 평면 계획
이 주택의 얼개는 무척이나 단순하다. 남북으로 긴 직방형 대지에 따라 계획 각론에 나오는 단독주택의 전형적인 동서 방향 배치가 가능했고, 경사진 진입 도로는 지하 주차장 램프와 맞아떨어져 편리한 진·출입을 가능하게 해줬다.
건폐율의 제약을 받는 녹지지역의 특성에 따라 대지의 남쪽에는 자연스럽게 큰 마당이 자리잡게 됐다. 1층에는 가족의 생활공간인 거실과 주방, 식당을 그리고 2층에는 침실 존을 배치했다. 지상층이 가족 전용의 프라이버시 공간이라면, 지하층에는 손님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들을 배치했다. 주차장으로 통하는 서양 주택의 포이어foyer 같은 현관 그리고 멀티룸, 바, 운동실과 게스트룸 등을 배치했다. 특히, 지하층의 특성상 환기와 채광을 위한 선큰을 두 군데나 설치했는데 결과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운 지하공간이 만들어졌다.
지하 현관 출입구
지하층 다용도실. 선큰을 2군데 배치해 지하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지하층 욕실. 작은 선큰을 설치해 충분한 채광을 확보했다.
지상층과 지하층의 기능이 명확하게 정리되고 나눠지면서 각 실의 기능과 형태가 깔끔해졌고, 그 결과 군더더기 하나 없는 평면 계획이 이뤄졌다. 수직 동선을 담당하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은 그냥 거들 뿐. 농담 같지만, ‘이 정도 규모의 주택은 이래야 한다’라는 매뉴얼이라도 만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1층 현관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하게 완성된 거실에 빛이 깊숙이 유입되면서 밝고 아늑한 기운이 감돈다. ‘이 정도 규모의 주택 거실은 이래야 한다’는 매뉴얼을 제시하는 듯하다.
건축가의 습관
건축가의 사고는 건축이 완성되기까지 실로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와 같은 건축가의 사고는 어디서부터 나오는 걸까. 대개 대지의 맥락 또는 건축주의 성향이나 요구 조건에 의하기도 하지만 건축가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것들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각 공간이 이어지고 연결되는 시퀀스, 중간에 쉼을 부여하는 중정, 채(棟)의 분리, 반 외부적인 그레이 스페이스 같은 것들을 건축적 요소로 삼게 된다. 이 프로젝트는 내가 가지고 있던 건축의 개념을 다시 한 번 정리해보는 계기가 됐다. 웹툰을 보고 읽으며 거창한 단어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쉽게 건축을 풀어낼 수도 있다는 새롭고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됐다.
이는 수년간 연구해 온 ‘쉬운 건축’의 일환이기도 하다. ‘쉽다’라는 건 ‘가볍다’라는 것과는 엄연히 다른 것이며, ‘쉬운 건축’을 위한 설계 과정은 무척이나 치밀하고 많은 고민이 뒤따라야만 한다. 그래야 쓰는 사람이 쉽고, 공사가 쉽다.
통창을 사이에 둔 거실과 마당. 수채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마당의 풍경이 실내로 스민다.
1층은 가족들이 주로 사용하는 거실과 주방, 식당이 위치한다.
아일랜드 싱크대와 식당
‘산군재山君齋’는 신박한 경험을 함과 동시에 ‘쉬운 건축’의 개념이 확대되는 ‘좋은 집짓기’의 소중한 실현이었다. 콘셉트부터가 웹툰이었으며, 힘 빼고 설계했다. 패러다임 전환의 한 페이지에 서 있는 프로젝트다. 이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때이다.
조용하고 한가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서재
계단은 공간을 이어주고 연결하는 시퀀스로 기능한다.
2층 안방 욕실
직방형의 매스에서 2층 부분의 측면에 작은 곡선을 적용했다.
남측 마당 전경
공사를 시작한 후 터파기 과정에서 상당히 큰 바위가 발견됐는데 기존 건물에는 지하층이 없던 터라 이 바위는 본래 이 땅의 주인임이 분명했다. 수많은 세월 동안 이 땅을 지키고 있던 바위에 새로운 자리를 부여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내에 놓기에는 생김새나 질감이 적절치 않아 결국 선큰에 터를 잡았는데 바위가 마치 편히 숨을 쉬는 것 같았다.
전면 주차장 입구
지하층 선큰. 공사 중 발견된 바위를 숨 쉬게 하였다.
남측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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