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종익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부동산과 지역 이야기 5.

초고령화 사회, 부동산시장의 판도를 바꾼다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한국 사회는 빠르게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대수명의 증가와 저출산 현상이 맞물리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변화가 불가피해졌고, 그중에서도 부동산시장은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분야 중 하나일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부동산시장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움직였다면, 이제는 고령층의 주거 및 생활 패턴을 반영한 새로운 수요가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버타운과 요양병원, 고령층 친화형 상업시설의 확산, 노후 자산관리 수요 증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진행 이형우 기자 | 글 자료 나종익(유한회사 메타포홀딩스 대표이사)
초고령화 사회로의 전환은 부동산 투자 전략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단순한 주거공간을 넘어 의료·복지·문화가 결합된 복합 공간이 미래의 주요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초고령화 사회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앞으로 주목해야 할 변화와 기회를 살펴보고자 한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시대, 부동산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함께 고민해보자.

정점에 이르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시기
베이비부머 세대는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중심축을 담당하며 산업화와 도시화를 이끌어 온 산업의 주역들이다. 이들은 경제 성장과 부동산 가격 상승의 수혜를 받으며 자산을 축적해 왔다. 하지만 이제 은퇴 시기가 도래하면서 이들의 주거 및 투자 패턴 변화가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에는 베이비부머들이 서울이나 대도시 외곽, 혹은 고향으로 귀향·귀농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이들은 자연 친화적인 환경보다 의료 접근성이 높은 ‘병원을 품은 아파트(병품아)’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23년 수행된 한 조사에 따르면, 서울 거주 베이비부머 중 47.3%가 은퇴 후에도 서울에 남고 싶다고 답했으며, 31.8%는 경기도나 인천을 선호했다. 반면, 지방으로 이주하고 싶다는 응답은 20%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었다.
정부와 학계는 은퇴 세대가 지방으로 분산되길 바라지만, 의료 인프라 문제로 인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2023년 ‘병상수급 기본시책’을 수립하며 병상총량제를 도입했다. 그 결과 2024년부터 서울 내에서 29병상 이상의 병원을 개설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 즉, 의사들이 병원을 설립하고 싶으면 수도권이 아닌 지방으로 가라는 이야기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 자원 통계를 살펴보면 전국 종합병원은 수도권에 44.2%, 비수도권에 약 55.8% 위치하고 있다. 언뜻 보았을 때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수도권의 병상은 대형 병원에 집중돼 있어 중증 환자 치료에 유리한 반면, 비수도권은 중소 규모 병원이 많아 의료 서비스의 질적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요즘 경쟁이 너무나 치열한 의원급들의 경우도 서울 및 수도권이 아닌 비수도권에서 개업하는 경우도 꽤 늘고 있다. 지방에는 경쟁이 수도권보다 치열하지 않은 데 반해 노인인구의 비율은 수도권보다 많을 것이라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특히 근골격계(정형외과, 신경외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의원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 의원급이든 병원급이든 간에 비수도권에 여러 병의원들이 개설돼야 수도권의 인구가 비수도권으로 분산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위기의 해법으로 베이비부머가 지역에서 정착할 수 있는 정책을 설계 중이다. 마강래 교수팀은 정책 대안으로 은퇴 후 귀향·귀촌의 의지가 강한 수도권 거주 베이비부머 세대들을 경남 함양군으로 보내는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면 함양군 내에 베이비부머들이 거주할 곳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인데 이는 LH와 협업해 군내 약 60여 세대의 공공 임대주택을 매입 임대방식으로 건립할 예정이다. 또한, 지역 내 중소기업과 연계해 이들을 채용할 경우 급여의 일부를 보전해주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은퇴 후 여생에 대한 주거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마 교수팀과 함양군의 도전이 기념비적인 성과로 남으려면 실버세대들이 취업할 지역 내 일자리뿐만 아니라 자동차로 한 시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대형 병원이 조성돼야 할 것이다.
출처: 함양군청
공실 증가와 유행을 좇는 창업의 위험성
최근 많은 상가 수분양자들이 공실 문제로 인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분양가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임대료도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공실이 발생하는 이유가 단순히 높은 임대료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특유의 ‘따라 하기’ 열풍이 상업시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하나의 사업이 성공하면 이를 모방한 아류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유행이 지나면 빠르게 사라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영화 기생충에서도 등장했던 ‘대만 카스테라’ 열풍을 비롯해 ‘마라탕’, ‘탕후루’, ‘무인 셀프 사진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업종들은 한때 성황을 이루지만, 유행이 지나면 시장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월세만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세입자의 사업이 실패할 경우, 새로운 임차인을 찾는 부담이 상당히 크다. 업소명에 탕후루가 들어가는 업소가 2022년 말 기준으로 약 120여 개였는데 2023년에만 약 700여 개가 새로 오픈했다. 하지만 2023년 말에는 영업하고 있는 매장 중 53%가 폐업을 했다고 한다. 1년도 안 되어서 폐업한 가게가 수두룩한 것이다. 임대인 입장에서도 공실이 오래됐다고 업종을 제대로 보지 않고 임차를 맞출 경우 이러한 문제는 계속 반복될 것이다.
최근에는 경기 침체로 인해 뷔페 및 무한리필 식당의 인기가 다시 높아지는 추세다. 한때 쇠퇴했던 뷔페시장이 고물가 시대를 맞아 재조명되면서 ‘애슐리’, ‘쿠우쿠우’ 같은 브랜드가 가성비 좋은 외식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와 함께 샤브샤브 및 편백찜 무한리필 브랜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샤브올데이’, ‘봄담아’, ‘샤브20’, ‘편백회관’ 등의 브랜드들이 대표적이며, 이들은 주로 70~200평 규모의 대형 매장을 선호한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을 따라 비슷한 콘셉트의 브랜드들이 과도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몇몇 브랜드만이 살아남을 것이며,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나 이 업종의 세입자를 고려하는 건물주들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시장 흐름을 단순히 쫓아가기보다는,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과 차별화 전략을 고려한 창업과 임대 전략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아파트 공화국, 미래 세대는 주거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까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 형태가 아니라 오랫동안 자산 증식의 핵심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집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아파트 = 투자’라는 인식이 공고해졌다. 하지만 MZ세대와 알파세대에게 아파트는 더 이상 절대적인 투자 자산으로 인식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인구 감소와 주택시장 변화_ 2040년경 대한민국 가구의 70%가 1~2인 가구로 구성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이에 따라 소형 주거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으며, 과거처럼 대형 평형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은 점차 줄어들 수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심화_ 서울, 특히 강남권은 여전히 안정적인 투자처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비수도권이나 서울 접근성이 떨어지는 수도권 외곽 지역은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수직에서 수평으로, 주거 형태의 변화_ 아파트로 대표되는 수직적 주거 형태에서 벗어나 전원주택과 같은 수평적 주거 형태로의 이동이 점차 가속화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모듈러 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아파트를 주로 만들던 GS건설, 삼성물산 등 대기업들도 모듈러 주택시장에 진출하며 산업 확장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볼 때, 대한민국의 주거 패러다임은 더 이상 ‘아파트 공화국’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주거 방식이 공존하는 시대로 변화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미래 교통 혁신과 부동산시장의 변화
교통은 부동산시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도로, 철도, 지하철 등 교통망이 확장될수록 부동산의 가치도 변화한다. 과거 서울 강남이 개발될 당시 경부고속도로 개통이 큰 영향을 미쳤고, 최근에는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가 수도권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변화는 단순한 교통 인프라 확장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UAM), 하이퍼루프, 스마트도로 시스템 등의 첨단 교통 기술이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은 더욱 크고 광범위할 전망이다. 지방으로 인구를 분산할 수 있는 핵심 열쇠 역시 교통이 될 것이다.
GTX A·B·C 노선의 개통으로 수도권 외곽 지역의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며, 향후 GTX-D, E, F 등의 추가 노선도 검토 중이다. 또한, 서울~부산을 1시간 30분 만에 이동할 수 있는 하이퍼루프 기술이 연구되면서 장거리 이동 시간이 단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서울 중심부의 부동산 수요를 분산시키고, 수도권 및 지방 핵심 거점 도시의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다.
한편,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차량 소유 개념이 약해지고, 공유 차량이 보편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도심 내 주차공간이 줄어들고, 기존 주차장이 주거·상업 공간으로 재개발될 가능성이 크다. 출퇴근 부담이 감소하면서 도심 외곽이나 교외 지역에 대한 주거 선호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국내외에서 도심항공교통(Urban Air Mobility)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늘을 나는 택시가 현실화되면 서울과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 주요 거점 도시 간 이동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될 것이다. 이에 따라 UAM 이착륙장이 위치한 지역의 부동산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미래 교통 기술의 발전은 부동산시장의 지형을 바꾸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교통망 확충과 신기술 도입이 진행되는 지역을 주목하는 것이 미래 부동산시장에서 중요한 전략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빠르게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부동산시장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는 의료 접근성을 고려한 주거지를 선호하며, 지방으로의 인구 분산이 기대되지만 현실적인 한계도 존재한다. 상업용 부동산시장에서는 유행을 좇는 창업이 공실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함에 따라 보다 신중한 투자 전략이 요구된다.
미래 세대는 기존의 ‘아파트 공화국’에서 벗어나 다양한 주거 형태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며, 모듈러 주택과 같은 혁신적인 대안이 점차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자율주행차, UAM, 하이퍼루프 등 첨단 교통 기술이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교통 인프라 확충과 기술 혁신이 맞물리면서 수도권 집중 현상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지방 거점 도시들의 부동산 가치 또한 재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부동산은 단순한 투자 대상이 아닌, 인구구조 변화와 기술 발전을 반영하는 종합적인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앞으로의 시장을 전망할 때 단기적인 흐름보다 장기적인 사회 변화에 주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