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이 겪은 지옥의 시간

2023년 2월 8일 오전, 온몸에 멍이 든 열한 살 초등학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 최근 대법원은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며 계모에 대해 아동학대치사죄가 아닌 ‘아동학대살해죄’로 판단했다. 사진은 사건이 발생한 현장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계모는 1년 넘게 열한 살 아이에게 지속적인 학대를 가했다. 친부는 이를 방임했다. 결국 아이는 사망했다. 계모와 친부는 법정에 섰다. 계모는 상습아동학대죄, 상습아동유기·방임죄, 아동학대치사죄로 징역 17년, 친부는 상습아동학대죄, 상습아동유기·방임죄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7월 11일 판결에서 계모는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며 아동학대치사죄가 아닌 ‘아동학대살해죄’로 판단했다.

◇ 사실관계

이 사건 피해아동의 친부는 친모와 이혼하는 조건으로 피해아동의 양육권을 요구했다. 그렇게 피해아동의 양육권은 친부에게 갔고 사실혼 관계에 있던 계모가 주양육자가 됐다.

대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피해아동은 2022년 1월경부터 2023년 2월 사망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계모와 친부에게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받았다. 특히 사망에 이르기 직전인 2023년 2월 초순경 계모는 피해아동에게 200회가 넘는 가해를 저질렀다. 선반받침용 봉, 플라스틱 옷걸이, 연필, 가위, 젓가락, 컴퍼스 지지다리 등 다양한 물건으로 아동에게 신체적 폭력과 학대를 가했다. 그렇게 폭력을 행사 후, 계모는 방으로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 책상 의자에 수건과 커튼 끈으로 피해아동을 묶고 16시간 동안 감금했다. 그리고 홈캠으로 실시간 감시했다.

친부는 피해아동이 계모에게 지속적인 학대를 받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방임했다. 오히려 신체적 학대와 정서적 학대도 가했다. 특히 ‘홈스쿨링’ 명목으로 학교에 보내지 않았고 ‘성경필사’등을 강요하면서 잘 따르지 않을 경우 폭행을 했다.

이러한 학대로 인해 피해아동의 몸에서는 상당한 출혈이 발생했고, 영양상태도 불량해 신체 전반의 기능이 쇠약해졌다. 결국 피해아동은 여러 폭행으로 발생한 내부출혈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된다. 피해아동의 체중은 2021년 12월 20일 당시 38kg에서 2023년 2월 7일 사망 당시 29.5kg(신장 149cm)으로 9kg 감소한 상태였다.

◇ 대법원, 아동학대살인의 ‘미필적 고의’ 인정

이 사건 원심은 계모에게 아동학대살인죄는 인정하지 않았다. 계모는 지속적으로 강도 높은 학대 행위를 했다. 학대로 인해 아동이 사망에 이르게 될 수 있음에도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원심은 계모가 피해아동을 살해할 정도의 동기가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원심은 피해아동을 의자에 결박한 행위나, 선반받침용 봉이나 옷걸이로 피해 아동을 폭행하고 연필 등으로 피해아동의 신체를 찌르는 행위가 사망에 대한 영향력은 그리 높지 않아 이런 이유 만으로 살해의 고의를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이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아동학대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 제4조의 아동학대살해죄는 살해의 인정 기준이 형법상 살인죄의 인정 기준과 같아야 한다고 봤다.

아동학대살해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아동에게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위험이 있음을 인식한다거나, 예견할 수 있으면 살해의 의도가 있다는 뜻이다.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서 살해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미필적 고의란, 예컨대 “이렇게 때리다가 아이가 죽어도 어쩔수 없지 뭐”란 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한 것을 말한다.

아동학대살해의 고의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사정을 따져봐야 한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판결문에서는 우선 학대행위가 지속적·반복적으로 행해졌을 때 경우를 기준으로 △피해아동의 신체 기능 장애 여부 △가해자의 사망 위험 인식, 예견 가능성 여부 △가해자의 구호조치 여부 △가해자의 지속적인 학대, 방관, 유기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기술했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성인과는 달리 아동이 갖는 신체적, 정서적 취약성, 미성숙성, 의존성 및 아동학대범죄의 지속성, 반복성, 누적성 등을 고려해 아동학대살해죄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대법원은 이 사건 범행의 전후 사정을 고려해 볼 때 아동확대살해의 ‘확정적 고의(살인을 하겠다는 명확한 의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 사회구성원 모두 아동학대 관심 가져야

대법원 판결문에서 ‘아동학대처벌법’은 아동의 양육이 가족구성원 차원의 과제일 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인식하에서 제정된 법률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아동학대에 대한 강력한 대처와 예방을 통해 아동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도 했다.

실제로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살해죄는 형법상 살인죄보다 더 중하게 처벌규정을 정하고 있다. 형법상 살인죄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이상의 징역에 처하지만 아동학대살해죄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법조계 한 관계자는 “아동학대처벌법상의 아동학대살해죄에 대한 고의 인정 기준을 확인 할 수 있는 판결이었다”며, “앞으로 아동학대로 인해 더 이상은 아이들이 숨지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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