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포스코, 현대제철 특허 또 취소시켰다...업계 1~2위 특허싸움 '본격화'

국내 1~2위 철강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물밑 특허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포스코가 현대제철이 보유하고 있던 '열연 강재(Hot Rolled Steel)' 관련 특허를 취소시킨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최근 '핫스탬핑' 특허 취소 이후 올해 두번째 특허 말소다.

이날 특허청에 따르면 특허심판원은 지난달 20일 포스코홀딩스가 현대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열연 강재 및 그 제조 방법' 특허취소신청에 대해 청구성립 심결을 내렸다. 기등록된 일본 2위 철강사 JFE의 '고탄소 열연강판(hot rolled sheet steel)의 제조방법', '담금질성(hardenability) 및 가공성이 뛰어날 고탄소 열연강판(hot rolled sheet steel) 및 그 제조 방법' 등의 특허와 유사하다는 이유다.

열연강재는 열간압연기(Hot Strip Mill)에 의해 생산된 열연코일과 이를 절판한 열연강판 등을 뜻한다. 열연공장에서 생산되는 열연코일의 일부는 완제품으로 판매되거나 냉연·전기강판의 중간소재로 사용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재가공된다. 강도가 높고 용접성·가공성·내식성 등이 뛰어나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업체들의 주력하고 있는 주요 제품이다.

해당 근거자료도 '핫스탬핑' 특허 취소 당시와 마찬가지로 포스코측에서 제출했다. 통상적으로 경쟁업체의 특허취소신청은 특허범위가 과다하다는 판단으로 인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광범위한 특허 적용범위로 자사의 사업이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사진=현대제철)

해당 특허는 앞서 특허 취소된 '핫스탬핑' 특허 출원보다 1년 빠른 2019년 11월 출원됐다. 특허에는 수명 단축 등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고탄소강 열연 공정 시 발생하는 탈탄층을 제거한 열연 강재 및 그 제조 방법이 담겼다. 열간 압연 시 재료 표면에 발생하는 탈탄층은 내식성, 표면 강도를 저하시키고 반복 하중 인가 시 표면균열을 유발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특허로 제작가능한 제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탄소(C) 0.70~0.75중량%, 실리콘(Si) 0.15~0.30중량%, 망간(Mn) 0.6~0.8중량%, 크롬(Cr) 0.1~0.2중량%, 니켈(Ni) 0.20중량% 이하, 인(P) 0.02중량% 이하, 황(S) 0.005중량% 이하, 알루미늄(Al) 0.005~0.02중량%, 질소(N) 80ppm 이하 및 나머지 철(Fe)과 기타 불가피한 불순물로 이뤄진다. 표면부의 미세조직은 페라이트 기지 내에 구상의 세멘타이트가 분포된 조직이며 표면부의 미세조직은 열연 강재의 에지부(바깥부분)와 중심부가 동일하다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현대제철은 특허발명에서 개시된 조성, 재가열온도, 최종 마무리 압연온도, 권취온도, 소둔온도가 모두 일치돼야 표면부의 폭방향으로 균일한 미세조직이 구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 특허와는 탄소함량, 망간의 조성범위, 재가열 온도 등이 상이해 구성 및 효과에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은 "열연쪽 특허는 실조업에 적용하지 않는 아이디어성 특허 기술 신청"이라고 밝혔다.

포스코홀딩스는 해당 특허의 등록공고(2021년 8월) 후 특허취소를 신청했다. 특허법 제29조 제2항 규정에 위반된다는 판단에서다. 특허에 대한 이의제기 기간은 6개월이다. 기간 만료 4일을 앞두고 이의제기가 이뤄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광범위한 특허 출원에 대한 통상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특허심판원은 포스코홀딩스의 이같은 이의제기를 받아들였다. 특허심판원은 "현대제철은 조성, 재가열 온도, 최종 마무리 압연온도, 권취온도, 소둔온도가 모두 일치돼야 표면부의 폭방향으로 균일한 미세조직이 구현될 수 있어 기출원된 특허와 상이한 것이라는 주장을 하지만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자명한 기술적 사항에 불과하므로 상기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해당 특허취소신청은 적법하며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봤다. 이어 "특허법 제29조 제2항의 규정을 위반해 등록된 것이므로 포스코홀딩스의 주장은 이유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지난 3월 포스코홀딩스는 현대제철이 보유한 '핫 스탬핑' 관련 특허를 취소시킨 바 있다. 당시 포스코홀딩스는 해당 특허의 등록공고(2021년 10월) 후 3개월만에 특허취소신청절차를 진행해 특허가 말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