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지수' 오늘 공개…WSJ "재벌 탓에 구조적 변화 어려워"

조회 1272024. 9. 24.

한국거래소가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밸류업(가치제고)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지만 재벌 기업 탓에 의미 있는 수준의 개혁이 어려울 것이라는 외신의 지적이 나왔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 일본의 시장 개혁을 모방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수익률이 일부 개선될 수 있지만 삼성전자와 현대를 포함한 재벌 기업의 힘이 주가 상승을 제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월부터 주주친화 정책을 중심으로 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개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과 선정 기준을 이날 오후 장 마감 후 발표한다. 지수에는 수익성, 시장 평가, 주주 환원 정책 등을 고려해 약 100개 종목을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2014년 일본이 시행한 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프로그램을 추진한 후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이 늘어나는 등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덕분에 일본 증시는 최근 몇 년 동안 큰 성과를 냈고 종합주가지수인 토픽스(TOPIX)는 올 7월 1989년 12월 이후 약 35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증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겪은 탓에 지난 10년동안 코스피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2배를 기록했다. 일본의 토픽스와 대만의 자취안지수(Taiex)는 각각 약 15배로 평가됐다. 2022년 말 이후 토픽스와 자취안지수는 각각 40%, 57% 급등한 반면 코스피는 16% 오르는 데 그쳤다.

WSJ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한국 기업들의 소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꼽았다. 코스피의 배당 수익률은 2% 미만으로 전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이 매체는 한국 기업들이 자자수 매입 후 소각하는 대신 이를 보유해 대주주가 회사를 지배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삼성전자를 제외한 한국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금융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WSJ는 이 부분에서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하며 자사주 활용 방안을 제한하는 정부의 새로운 규제를 그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WSJ는 코스피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대규모 재벌 기업을 지배하는 가족들의 이해관계가 대체로 소액주주의 이해관계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이 기업들이 오랜 기간 복잡한 기업 구조와 순환 출자를 통해 지배력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일본과 달리 이러한 구조를 쉽게 해체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의 높은 상속세율도 재벌가가 주가 부양을 원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WSJ는 “가장 큰 문제는 한국 경제와 증시를 지배하는 재벌의 힘”이라며 “재벌은 보다 의미 있는 구조적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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