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정벌레에게 배우는 중소기업의 생존 전략 5가지!

조회 102025. 3. 31.

[하영균의 진화생태경제학]

지구상 가장 많은 종

대학교를 다닐 때 곤충 분류학 시간에 배운 것에 따르면 지구상에는 딱정벌레가 가장 많은 종이 있다고 한다. 딱정벌레목(Coleoptera)은 곤충의 종 가운데 40% 정도를 차지하고 30만 종이 넘는 종으로 분류가 된다. 아마존에 가면 수도 없이 많은 새로운 종의 딱정벌레를 찾아낼 수 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종이 너무 많기 때문에 딱정벌레목에 속하는 종은 500만종 이상이 될 것이라 주장하는 이도 있다. 곤충학자 중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딱정벌레를 연구하는 학자인 이유도 바로 너무 종이 많기 때문이다.

딱정벌레의 특징은 두꺼운 키틴질로 된 딱딱한 껍질을 가진 곤충으로 '갑충이'라고 부른다. 화석을 조사해보면 이 종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백악기(1억 4천500만년~ 6천500만년 전)에 일어난 개화식물의 등장이 배경이다. 딱정벌레 종이 다양화된 것 역시 개화식물의 종류에 따라 진화한 탓이다. 식물의 종에 따라 다른 딱정벌레가 진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딱정벌레 화석을 연구한 학자들에 따르면 과거 3억년 동안 딱정벌레 목 아래 214과의 딱정벌레가 있었고 이들 중 179과의 딱정벌레가 여전히 살아 남았다고 한다. 즉 그만큼 생명력이 크다. 동물 중에 가장 성공적으로 진화한 동물일 것이다. 딱정벌레목에 속하는 딱정벌레 종류로는 딱정벌레과(Carabidae)의 길앞잡이, 먼지벌레, 풍뎅이과(Scarabaeidae)의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풍뎅이, 무당벌레과(Coccinellidae)의 무당벌레, 칠성무당벌레, 반딧불이과(Lampyridae)의 반딧불이, 애반딧불이, 하늘소과(Cerambycidae)의 하늘소, 장수하늘소, 바구미과(Curculionidae)의 쌀바구미, 밤바구미, 물방개과(Dytiscidae)의 물방개, 줄무늬물방개 등 수없이 많은 딱정벌레에 속하는 곤충들이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일상에 항상 존재하고 있다.

딱정벌레의 한 종인 반딧불이.

뛰어난 생명력, 하나하나 '신의 선물'

딱정벌레의 생명력은 특별하다. 그 특징으로 첫째는 뛰어난 환경 적응력이라고 할 수 있다. 딱정벌레는 육상, 수중, 지하 등 다양한 환경에서 서식하며 극한 환경에도 잘 적응한다. 이런 적응력은 딱정벌레가 광범위한 지역으로 퍼져나가고 다양한 생태적 지위를 차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환경 적응력의 비밀은 바로 딱딱한 몸껍질인 키틴질(質)에 있다. 키틴질은 외부로부터 딱정벌레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마치 갑옷을 입은 것처럼 키틴질로 감싸여진 딱정벌레는 두려울 게 없는 존재가 되었다. 사막에 사는 딱정벌레는 건조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키틴질로 몸의 수분 증발을 막고, 땅속에 굴을 파서 생활한다. 숲에 사는 딱정벌레는 나무껍질이나 썩은 나무에서 서식하며, 식물이나 곤충을 먹는다.

딱정벌레목의 곤충종 중에는 나무의 목질부를 섭취하는 종들이 상당히 많다. 목질을 소화할 수 있도록 진화한 덕이다. 물속에 사는 딱정벌레는 물속에서 생활하며, 아가미로 호흡을 한다. 이들은 물속 곤충이나 작은 물고기를 먹으며, 물풀에 알을 낳기도 한다. 땅속에 사는 딱정벌레는 땅속 동물이나 식물의 뿌리를 먹고 산다. 땅속 환경에 맞게 몸의 형태가 진화를 한 종도 많다. 이처럼 딱정벌레는 다양한 서식지에 맞게 적응하며 진화했다. 다양한 서식지가 오히려 번성을 유지하게 하고 공룡이 멸종을 할 때도 살아남았다.

목질을 분해해 당을 영양분으로

둘째로 딱정벌레의 생명력은 딱딱한 앞 날개와 펼칠 수 있는 뒷날개 덕이다. 딱정벌레가 이동에 자유로운 이유도 바로 이 두가지의 기능을 가진 날개 덕이다. 앞날개는 보호를 하고 뒷날개는 필요시 날아갈 수 있게 한다. 앞날개는 딱딱한 딱지날개로 변형되어 몸을 보호하는 갑옷 역할을 한다. 외부충격이나 마찰로부터 몸을 보호한다. 이는 땅속이나 좁은 틈새를 이동하거나 파고들 수 있게 해준다. 위기가 감지되거나 이동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뒷날개를 펼쳐서 멀리 날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 거리는 그렇게 멀지는 않다. 비상시에 언제든지 날아갈 수 있기에 위험을 피하는 게 중요하고 높은 나무나 다른 장소로 이동할 때 필요하다. 포식자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것은 기본 기능이다.

셋째로 딱정벌레가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데는 다양한 먹이를 섭취할 수 있는 능력 덕이다. 딱정벌레는 식물, 동물, 썩은 유기물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유기물을 먹이로 섭취할 수 있다. 먹이를 섭취하는 방법도 씹어먹기나 빨아먹기 또는 기생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식으로 먹이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진화했다. 특히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바로 나무의 목질을 먹고도 소화를 해낸다는 점이다.

딱정벌레는 강력한 턱을 사용해 나무껍질, 목재, 나뭇잎 등을 갉아먹는다. 강력한 턱은 몸 전체가 키틴질로 덮여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딱정벌레의 소화관에는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특별한 효소가 존재한다. 이 효소는 목질의 주요 구성 성분인 셀룰로오스를 포도당과 같은 단순한 당으로 분해해준다. 때로는 딱정벌레 장내에 공생하는 미생물들이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데 필요한 효소를 생산해 딱정벌레의 소화를 돕기도 한다. 분해된 당과 기타 영양분은 딱정벌레의 장벽을 통해 흡수된다. 실제 딱정벌레의 가장 중요한 생존 능력이 바로 목질을 분해해서 당분으로 만들고 이것을 소화하는 데 있다. 나무는 어디에나 있고 먹이 획득에 대한 경쟁이 심하지 않았기에 딱정벌레가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출처= Unsplash, 작가 Krzysztof Niewolny

갖가지 페르몬, 짝짓기에서 천적 쫓기까지

넷째로는 완전 변태도 딱정벌레의 특별한 생명력과 관련있다. 딱정벌레는 알, 유충, 번데기, 성충의 단계를 거치는 완전 변태를 한다. 이 변태과정에서 유충과 성충은 다른 환경에서 다른 먹이를 섭취하므로, 자원 경쟁을 줄이고 생존율을 높였다. 변태의 시기에 따라 다양한 서식지를 선택하는데 특히 유충 때는 안전하게 생존할 수 있는 땅속이나 물속에서 생활하고, 성충은 육상이나 공중에서 생활한다. 또 유충은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얻기 위해 먹이 섭취에 집중하는 반면, 성충은 번식에 필요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변태 과정에서 안 좋은 생존환경이 닥치면 나아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개선되면 다음 변태 단계로 넘어가는 등 생활사에도 융통성이 있어 생존에 유리하다. 딱정벌레가 이렇게 완전 변태를 거치면서 생존했기 때문에 딱정벌레목은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적인 곤충 목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다섯째로, 다양한 생리적 생태적 특성을 보이면서 생존한다는 점이다. 딱정벌레는 다양한 페로몬을 사용하여 의사소통을 한다. 성(性) 페로몬으로 짝짓기를 하고, 경보 페로몬으로 위험을 알리며, 집합 페로몬으로 먹이나 서식지를 찾는다. 또 반딧불이처럼 일부 딱정벌레는 발광 기관을 통해 빛을 내어 짝을 유인하거나 천적을 위협하기도 한다. 또 독성물질을 분비해 천적을 쫓아내기도 한다. 다른 곤충이나 환경을 흉내내어 천적을 속이기도 하고 주변과 비슷한 몸의 색깔로 숨기도 하다.

생태적 행동으로 일부 딱정벌레는 개미처럼 사회생활을 하며, 역할 분담을 통해 효율적으로 생활하기도 하며, 다른 곤충이나 미생물과 공생 관계를 맺어 먹이를 얻거나 보호를 받기도 한다. 또한 변온동물이기 때문에 영하 20~30도의 극지에서도 살 수 있다. 즉 생리적으로나 생태적으로 환경에 적응하거나 번식에 유리한 모든 가능성을 진화를 통해 발달시킨 결과로 딱정벌레목이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한 곤충이 되었다.

다양한 모습의 딱정벌레종. 출처=나무위키

내골격 동물 인간에 비견되는 딱정벌레

딱정벌레는 생존과 번식을 위한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가장 최적화된 형태로 진화한 것이다. 인간이 내골격 동물로 진화의 정점에 있다면, 딱정벌레는 외골격 동물로 진화의 정점에 올랐다.

그렇다면 진화경제학의 입장에서 딱정벌레의 진화의 비결을 어떤 산업적 변화와 비슷한가를 생각해보자. 딱정벌레의 다양한 진화는 중소기업의 진화와 많이 닮았다고 보여진다. 중소기업은 사업의 기회가 보이는 곳곳에 숨어들어 새로운 사업을 일으킨다. 실패도 하고 성공도 하지만 그래도 중소기업들이 활성화될 때 한국 경제는 살아날 수 있다. 중소기업이 활성화되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한데 이 점을 딱정벌레를 통해서 배울 수 있다.

중소기업에 키틴질 같은 단단한 '보호막'을

먼저 딱정벌레의 겉껍질인 키틴질처럼 중소기업도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강력한 보호막이 필요하다. 이 보호막이 있을 때 다양한 서식처를 찾아가듯이 중소기업들도 자신만의 니치 마켓을 찾아갈 수 있다.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중소기업의 보호막으로 금융 지원을 원활히 해주거나 기술혁신을 지원하거나 시장 개척 지원도 해 중소기업이 생존할 수 있게 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강한 중소기업을 만들어내서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성장을 해나갈 수 있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져 중소기업들에게 효과적이지 못할 경우가 많은데, 그렇더라도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지면 결국은 살아남는 중소기업이 시장을 키워가고 성장하게 되는 법이다.

둘째로는 딱정벌레의 완전 변태처럼 중소기업도 단계별로 성장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단계별로 사업모델도 다르고 수익구조도 다르고 필요한 역량도 다르다. 마치 딱정벌레가 알, 유충, 번데기, 성충 등의 단계에 따라 필요한 영양분도 다르고 생존 방식도 다르듯이 중소기업도 이런 변화를 겪으면서 성장을 한다. 이 단계별로 성장을 할 때 이에 맞는 최적화된 지원이나 정책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이 성장하는 단계별로 필요한 자원이 다른데, 정책적으로 단계별로 지원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로, 다양한 시장을 찾아 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선진국에만 좋은 시장이 있는 것이 아니고 후진국에도 시장이 충분히 있다. 첨단 기술 시장만 좋은 것도 아니고 전통 산업에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고 혁신도 할 수 있다. 좋아 보이는 미래 시장에 진입하려고 하는 기업만 지원할 게 아니라 다양한 시장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개척해 나가는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한다. 시장은 편중되면 안된다. 어떤 시장이든 미래가 분명히 있고 중소기업도 의지를 가지고 가는 시장이라면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넷째로, 다양한 수익모델을 만들어가는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한다. 수익모델은 중소기업이 많으면 많을수록 다양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들은 자신만의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훨씬 많다. 도저히 될 수 없을 것 같은 사업구조인데도 수익모델을 만들어서 이익을 내는 경우가 있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모든 사업에는 어떤 방식의 수익모델이든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점하는 시장이 좁기 때문에 철저하게 니치 마켓을 만들어 간다면 아무리 작은 시장이라도 수익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마치 딱정벌레가 다양한 먹이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것과 비슷하다.

대기업 중심 성장의 한계, 중소기업 지원으로 뚫어야

다섯째론 중소기업은 대기업과는 다른 방식의 생리적 또는 생태적 특징으로 유연성과 혁신성을 갖출 수 있다. 중소기업은 숫자가 많은 만큼 변화에 민감하다. 그리고 대기업이 도전하지 못하는 일들을 도전할 수 있다. 망하면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도전정신을 가지고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기반으로 혁신제품과 서비스를 도전적으로 개발하고 시장에 런칭하는 것이다. 이 시장은 대부분이 틈새시장이다. 대기업과는 맞서 싸울 수 없기에 대기업이 진출하기 어려운 틈새시장을 공략해 경쟁력을 확보한다.

이를 위해서 특정 분야를 정하고 전문성을 집중하여 차별화된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시장을 파고 드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시장이 지역에 한정되어 있기에 지역경제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지역 사회와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상호 협력 및 발전을 도모할 수도 있다. 이들의 도전을 지원할 때 세계적인 기업이 탄생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의 대만계 TSMC처럼.

한국은 대기업 중심 산업 정책으로 오랫동안 펼쳐왔다. 그러나 문제는 대기업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서 기술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이 줄어들고 있는 데 있다. 산업의 혁신역량을 이제는 중소기업을 통해서 보완해야 하는 시점이다. 기술혁신을 주도하는 중소기업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길 밖에 없다. 지금의 대기업도 한때는 중소기업이었다. 미국에 비해 한국의 산업 혁신이 어느 순간부터 떨어졌기에 이제는 만회를 해야 하는 시점이다.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 한국의 산업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 다시 한번 중소기업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 필자인 하영균 에너지 11 기술대표는 어릴적 농부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독일 녹색당 강령집인 생태학이라는 책을 보고 서울대 곤충학과로 진학했다. 생태적 사고가 모든 자연과 사회현상의 뿌리가 된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지역과 기업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신발 산업에 오랫동안 종사했고 글로벌 경험을 통해 산업의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살폈다. 지금은 어릴적 꿈(물로 가는 자동차)이었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국내 최초 나트륨 이온 전지 회사 '에너지11'을 창업해 기술 대표를 맡고 있다.

이 콘텐츠가 마음에 드셨다면?
이런 콘텐츠는 어때요?

최근에 본 콘텐츠와 구독한
채널을 분석하여 관련있는
콘텐츠를 추천합니다.

더 많은 콘텐츠를 보려면?

채널탭에서 더 풍성하고 다양하게 추천드려요